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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검찰 손아귀에 넘쳐나는 정치사건들



뒤끝작렬

    [뒤끝작렬]검찰 손아귀에 넘쳐나는 정치사건들

    검찰 개혁·내년 총선 앞두고 정권 향한 몰아치기 수사
    '복잡하지 않은' 한국당 패트트랙 수사는 8개월째 함흥차사
    이례적인 여당의 공정수사 촉구…"윤석열, 대한민국 운전석에"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정권 핵심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거침없다. 윤석열 총장이 직(職)과 운명을 걸었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4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구속)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1년만에 정권의 심장인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폭로한 '민간인 사찰' 의혹 관련한 압수수색 이후 두번째다.

    뿐만 아니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관련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해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역시 청와대를 겨누고 있다.

    청와대가 같은 진영에 있는 인사로부터 첩보를 받아 이를 편집.가공해 지방선거에 나선 야당 후보자에 대한 수사에 영향을 끼치려했다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명명백백하게 가리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유재수 사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검찰도 수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지 말아야 한다. 검찰은 어느 정부에서도 누리지 못한 자유와 독립을 누리고 있다.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원하는 수사를 다한 경험이 언제였겠는가.

    지금은 검찰을 제어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만큼 검찰이 휘두르는 칼은 '양날의 칼'일 수밖에 없다.

    CBS가 입수한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이유 통지'를 보면 새삼스러운 부분이 눈에 띈다.

    "경찰이 취한 조치내용과 구체적인 피의사실이 언론에 지속적으로 공표되고, 지방선거를 앞둔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와 자유한국당 쪽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경찰이 선거에 개입한 정치수사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이 사건 수사는 수사초기부터 위와 같은 논란으로 인해 그 결론이 유죄로 확정되거나 적어도 수사를 해야 할만한 사건이라는 공감대를 얻지 못한 경우 이 사건 수사를 착수, 진행한 울산지방경찰청은 물론 경찰 수사를 지휘한 검찰까지도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시비, 그리고 수사권 남용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수사였다."

    간단히 말해서 해당 사건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했으며,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피의사실을 유포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런 검찰의 신중한 판단을 탓할 생각은 없다. 상당부분 옳은 말이기도 하다.

    해당 사건이 무리라고 본 검찰 입장에서는 정치적 수사로 규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 사건에 대해선 "검찰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고, "딱 부러지지 않는 애매한 사건"이라는 의견까지 다양해 판단은 유보하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사건 자체를 다시한번 살펴봐야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경수사권 조정 등으로 경찰과 대립했던 검찰이 뭉갠 사건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나중에 밝힐 사항이고, 우선 검찰이 조국 전 법부장관 일가 수사 과정에서 여권이 크게 문제 삼은 '피의사실 공표' '수사의 공정성'에 대해 울산사건에서는 '유독 민감했구나'하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검찰이 매진하고 있는 유재수 사건이나 하명의혹 수사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여권이 불리한 수사에 대해 유독 '피의사살공표'를 언급하는 것도 문제지만.)

    검찰의 논리를 하명수사 의혹 수사에 적용해 보면 이렇다.

    '검찰이 수사한 피의사실이 언론에 지속적으로 공표되고, 검찰 개혁법 처리와 내년 총선을 앞둔 청와대와 민주당 쪽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울산 사건을 진두지휘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고발된 지 1년이 넘은 지금 수사가 정점을 찍고 있느니 여권에서는 항의가 나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2019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더군다나 애초 발단이 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줄기보다 가지가 더 커진 모양새다.

    이 역시 검찰이 경찰 수사에서 부정적으로 본 부분이기도 하다.

    윤 총장은 지난 10월 국감장에 나와 "절차에 따라 어떤 사건이든 가능한 신속하게 하는 것이 방침"이라며 "이 사건(조 전 장관 일가 수사) 역시 절차에 따라 할 수 있는 한 신속한 방식으로 처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공식 수사가 시작된지 만 4개월이 됐다.

    검찰은 정치적 고려없다며 "수사로 말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이는 김 전 시장 측근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의 입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당시 울산경찰청은 "경찰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쳐서도 안되지만 정치적 고려를 하면서 어설프게 정무적 판단을 해 수사를 멈칫대는 것도 국민이 원하는 경찰의 모습이 아니"라고 했다.

    수사는 타이밍(수사 시작과 종결), 수사 강도.범위에 따라 파급력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은 검찰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연루된 '패스트트랙 사건'은 함흥차사(咸興差使)라는 점이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사안이 복잡하지 않고 CCTV와 방송화면 등 자료가 넘쳐나 쉽게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서는 조사에 불응하는 한국당 의원에 대해 강제 소환도 못하고 있다. 고발.고소가 이뤄진지는 8개월 정도가 지났다.

    수사가 왜 이렇게 길어지는지 아무도 알수 없는 '깜깜이'다.

    여당에서는 유례없는 검찰공정수사촉구특위를 꾸리고 한국당과 검찰의 유착 의혹까지 언급하는 실정이다. 홍영표 의원은 "검찰 측에서 비공식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내년 4월 총선 이후에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수사를 정리하겠다는 말이 나온다"며 "패스트트랙 수사를 가지고 검찰과 한국당이 뒷거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검찰이 패트트랙 충돌 사건 중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감금 사건에 한해 나경원 의원 등 일부만 기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 차원에서 직접 수사를 축소하겠다고 한 윤 총장이 어느때보다 정치권 수사를 잔뜩 벌려놓고 있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사석에서는 '대한민국의 운전대를 윤석열이 잡고 있다'는 얘기가 심상치 않게 나온다. 수사를 멈추라는 얘기가 아니다. 매듭지여야할 사건은 빨리 털어내라는 것이다.

    양손에 잔뜩 민감한 사건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 자체가 정치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다보니 검찰이 언제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느냐가 당장 내년 총선에 영향을 주게 생겼다.

    검찰이 사건 처리 시점을 입맛대로 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이는 고도의 정치행위다. 그것도 누구에게도 위임받지 않은 권리행사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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