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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스러움’을 나누는 배우가 되고 싶은 이혜리



방송

    ‘혜리스러움’을 나누는 배우가 되고 싶은 이혜리

    [노컷 인터뷰] tvN '청일전자 미쓰리' 이선심 역 배우 이혜리

    tvN '청일전자 미쓰리' 중 (사진=방송화면 캡처)

     

    이선심은 어찌 보면 답답하다. '선심'이라는 이름처럼 착하디 착하다. 그래서 tvN '청일전자 미쓰리'의 전개가 답답할 때도 있었다. 통쾌하게 갑질하는 기업에 사이다를 날리고, 부당한 요구를 하는 상사 아닌 상사들에게 시원하게 한마디 하길 바랐다. 그러나 그러기엔 현실은 위계가 확실하고, 갑을 향한 을의 반란은 외침으로조차 나타나기 힘들다. 그 현실 한 가운데 '이선심'이 있었다.

    대본을 통해 이선심을 처음 만난 이혜리도 답답했다. 대신 싸워주고 싶었다. 현실의 이혜리라면 당당하게 할 말을 했을 터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현실의 이선심들은 그러지 못했다. 돌아보니 10년 전 이혜리도 이선심과 비슷했다. 이혜리가 '청일전자 미쓰리'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건 사이다보다는 '공감'이었을지 모른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혜리를 만났다. 이혜리는 기자들에게 먼저 웃으며 안부를 묻고 말을 건넸다. 인터뷰 내내 눈을 빛내며 또박또박한 말투로 대답하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말 그대로 '에너지'가 이혜리 안에 한가득 차올라 있었다. 이혜리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인 '혜리다움'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 이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 ing 제공)

     

    ◇ 이혜리는 '청일전자 미쓰리'와 이선심을 통해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 드라마를 시작할 때 감독님이랑 제일 많이 이야기 나눈 게,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해보자, 따뜻하고,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를 메시지가 있는 이야기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거였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되게 답답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도, 사실은 우리가 현실에는 이렇지 않을까 생각하며 찍었던 부분이에요. 그런 부분을 결말까지 차근차근 잘 쌓아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비슷한 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이 공감해주시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조금 목표를 이룬 거 같아요." (웃음)

    tvN '청일전자 미쓰리'는 위기의 중소기업 직원들이 삶을 버텨내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드라마 제목부터 극 중 이혜리가 맡은 역할의 이름이 들어간 만큼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많은 베테랑 배우가 이혜리를 도왔다. 마치 이선심을 도운 청일전자 동료들처럼 말이다.

    이혜리는 "사실 제목부터 어쨌든 '미쓰리'가 들어가니까 부담이 안 될 수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감독님과도 그래서 들어가기 전에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선심을 준비하면서도 부담이 많이 됐지만, 현장에 막상 들어가니까 선배님들과 같이하는 장면도 많았고, 선배님들과 융화되면서 부담을 떨친 거 같다. 오히려 촬영을 시작하며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tvN '청일전자 미쓰리' 중 (사진=방송화면 캡처)

     

    극 중 '미쓰리' 이선심은 소주병 돌리기로 하루아침에 대표이사가 됐다. TM전자의 '갑질'로 부도 위기에 빠진, 망하기 직전의 회사 청일전자 대표이사가 된 게 바로 말단경리 이선심이다. 이선심은 '극한청춘'이다. 제 딴엔 산전수전 다 겪었다지만 여전히 순수하고 어리바리한 이선심은 회사를 살리겠다는 절박한 마음만으로 고군분투한다. 끝없이 밀려오는 위기 속에서 힘겹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이혜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그는 "손은 두 개밖에 없는데 할 일이 많아서 힘들었다. 커피도 사 와야 하고 구두도 닦아야 하고 말이다"라며 "드라마를 보면 알겠지만 되게 미운 상사, 괴롭히는 상사도 많았다. 나는 드라마 6개월 촬영하면 끝나지만 실제로 일하는 분들은 퇴사할 때까지 그런 분들을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혜리는 "간접적으로나마 사회생활을 체험해보니 역시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사람이 제일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또 하는 드라마가 끝나면 다음 작품에 들어가기 전까지 여유를 가지지만, 직장 생활 하는 분들은 연차를 쓰는 것조차 눈치를 본다고 들었다. 주어진 연차도 쓰기 쉽지 않은 정말 고단한 생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선심은 배신당하고, 노력에도 사람들에게 비난받고, 상처도 많이 받는다. 그럼에도 끝까지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착한 마음'을 끝까지 유지한다. 이 정글 같은 현실에서 말이다.

    "선심이는 누군가에게 그렇게 당해봤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지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내가 부당함을 이만큼 받으면 남들에게도 이만큼 돌려주고 싶은 게 있을 텐데, 선심이는 내가 부당함을 받았으니 절대 타인에게는 이렇게 안 해야지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선심이는 선심이의 원래 성격대로, 자신의 목표대로 살았던 거죠. 저는 그런 선심이가 넓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부당함을 다른 사람, 아랫사람에게까지 물려주지 않고 내 선에서 끊겠다고 한 걸 보면 정말 된 사람인 거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저도 선심이를 보며 많은 걸 배웠어요."

    tvN '청일전자 미쓰리' 중 (사진=방송화면 캡처)

     

    ◇ 신인 '이혜리'와 닮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초년생 '이선심'

    이선심은 경리팀장 구지나(엄현경 분)에게 속아 선산을 담보 잡고 언니의 적금 등을 끌어모아 망해가는 청일전자의 주식을 산다. 탁자 위에서 돌려진 소주병 입구가 자신을 향했다는 이유로 얼렁뚱땅 대표이사가 된다. 이래저래 회사를 살리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회사 재무 파악조차 어렵다. 늘 유진욱 부장(김상경 분)에게 도움을 구하고, 이름처럼 '선심'으로 그저 버틴다.

    이혜리는 자신은 이선심과 반대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속아서 주식을 사지도 않고, 직원들에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어도 '왜'를 외치며 반문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선심은 이혜리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이혜리라면 말이다.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나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도 회사에 처음 입사하면 저처럼 할 수 없는 거더라고요. 누구나 다 선심이처럼 해요. 선심이처럼 직장에서는 말도 못 하고 집에 와서 맥주 한 잔 마시며 풀고 그러는 거죠. 주변에 그런 친구가 많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저도 십년 전에는 그랬구나 싶어요. 사실 선심이가 지금 저의 모습도 10년 전의 저의 모습도 갖고 있고, 공존하는 그런 인물인 거 같아요."

    10년 전 이혜리는 이선심처럼 부당한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도 그저 '죄송합니다'란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든, 뭘 하든 주눅 들어 있었다. 실수도 하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말도 많이 들어서 항상 긴장을 한 채로 생활했다. 이혜리는 지금을 그때보다는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심이를 연기하면서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혜리는 "처음 대본을 보고 선심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답답했다. 대신 싸워주고 싶고 나라면 이렇게 안 했을 텐데 싶어서 말이다"라며 "그래서 지금의 나를 생각하지 말고 한 발짝 뒤에서, 옛날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그때 나라면 이럴 수 있을까 생각하며 선심이를 내게 입혀갔다"고 말했다.

    선심이를 보며 지금은 답답해할 수 있는 건 이혜리가 언젠가부터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혜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아주 작은 계기였다고 말했다.

    "사실 특별한 계기가 있거나 타이밍 있었던 건 아닌데 사소한 것부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이런 옷 입기 싫어요'라고 하면, '네가 입고 싶은 거 입자'라고 한 거죠. 그때 나도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구나 싶었어요. 어떠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조금조금 말했던 것부터 시작된 거 같아요. 내 목소리를 내도 되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좋은 사람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죠."

    배우 이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 ing 제공)

     

    ◇ 예쁘게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내 모습'이 좋으니까

    이혜리는 이선심이 10년 전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고 했지만, 현재의 이혜리와도 닮았다. 선심이처럼 산전수전을 겪으면서도, 늘 누군가에게 평가당하고, 누군가가 정했는지 모를 기준을 강요받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이혜리'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외부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를 찾았다.

    "'진짜 사나이' 가기 전까지만 해도 외모에 집착을 많이 했어요. '진짜 사나이'도 사실 화장 못 하는 것 때문에 가기 싫다고 했어요. (웃음) 화장을 못 하는 게 두려웠어요. 그런데 막상 참여해보니 그곳은 무대가 아니고 제가 화장을 하면 오히려 이상한 거였죠. 장소와 상황에 따라 이혜리라는 인물이 취해야 할 역할을 시청자분들도 이해하시더라고요. 이후 화장에, 외모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편하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그렇게 생각하니 제 자존감이 높아지더라고요. 나는 화장을 안 해도 예쁜 사람인데, 내 있는 그대로가 예쁜 사람인데 내가 왜 집착했나 싶더라고요. 그런 생각이 제가 인간 이혜리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됐어요."

    지난 2010년 그룹 걸스데이로 데뷔해 차곡차곡 자신만의 경력을 쌓아온 이혜리다. 누군가는 이혜리가 반짝 떠올라 스타가 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이혜리와 이선심의 다른 점이다. 소주병 돌려서 대표이사가 된 것처럼 하루아침에 지금에 이른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만의 노력을 거듭해왔다. 힘들 때마다 스스로 '나는 잘될 거고, 아직 빛을 못 본 것뿐'이라는 말을 되뇌었다.

    물론 '진짜 사나이'를 기점으로 더욱 많은 사람에게 얼굴을 알리게 됐고, 예상 못 한 인기에 행운이 많이 따른 것도 사실이라고 이혜리는 말했다. 그리고 덕분에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점도 배웠다.

    이혜리는 "솔직히 말하면 그전까지만 해도 늘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이렇게 살아야지, 내년엔 이렇게 될 거라는 계획을 세웠다"며 "미래를 생각하고 과거에 연연할 게 아니라 지금 열심히 살게 되면 이런 사랑을 받는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배우 이혜리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 ing 제공)

     

    가수로도, 예능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넘치는 에너지를 전달한 이혜리는 이제는 연기로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배우고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 초반에는 마냥 기뻤다. 드라마에 내 얼굴이 나오고 내가 연기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기뻤던 시절도 있었다"며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연기를 배우고 책임감도 생기면서 배우 생활을 하는데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혜리는 "나의 작품이 의미가 있고 메시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깊이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며 "작품을 통해 그 시점의 이혜리가 가진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어떤 댓글에서 '정말 혜리스럽다'는 표현을 봤는데, '혜리스럽다'는 말이 많은 분께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배우 이혜리가 생각하는 '혜리스럽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언제나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갖고 있기엔 너무 큰 에너지가 제 안에 있어서 그걸 작품이나 매체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 또래 친구들이 제 모습을 본다면 '나도 저렇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내지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이런 생각이 들면 좋겠어요. 그래서 작품을 통해 주는 메시지가 중요한 거 같아요. 문화라는 게 우리 인생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때로는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전해주기도 하잖아요. 제가 받은 행복과 사랑을 작품뿐 아니라 다른 것을 통해서도 잘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그게 '혜리스럽다'가 아닐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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