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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유산 뒤 홀대" 복수 꿈꾼 고유정



제주

    "아이 유산 뒤 홀대" 복수 꿈꾼 고유정

    의붓아들 살해사건 공소장 토대로 사건 재구성

    피고인 고유정. (사진=자료사진)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36). 지난 7일 의붓아들 살해 혐의가 추가돼 19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의붓아들 살해사건'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고 씨가 2차례 유산 과정에서 현 남편이 자신을 홀대하는 것에 앙심을 품고 의붓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소사실을 토대로 고 씨의 범행을 재구성했다.

    ◇ 유산 뒤 현 남편, 피해자 사진 올리자 분노

    고유정이 현 남편 홍모(37)씨의 아들(5)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건 지난해 10월 말이다. 홍 씨와의 사이에 임신한 아이가 유산된 직후였다. 고 씨는 태명을 '뽀뽀'라고 짓고 혼자서 태아와 대화를 나눌 정도로 아이에게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었다.

    아이를 유산했지만, 홍 씨가 위로해주지 않고 오히려 다툼만 계속되자 고 씨는 10월 20일 충북 청주시의 자택에서 친정집이 있는 제주도로 가출했다. 홍 씨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그러다 10월 23일 홍 씨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피해자의 사진으로 변경한 것이 화근이 됐다. 고 씨는 다짜고짜 홍 씨에게 "나를 기다려? 속 시원했겠지. 10주 가까이 네 새끼였던 뽀뽀와 ○○(전남편 아들)까지 능멸한 거야"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에도 폭언이 담긴 메시지는 계속됐다. 10월 26일엔 "난 어차피 잃을 거 없거든 네가 뭘로 매장시키든 상관없어, 네 맘대로 해봐라, 그 이상 네 모든 걸 다 무너뜨려 줄 테니까"라고 보냈다.

    특히 고 씨는 가출 후 마치 유산으로 출혈이 있어 부산에 있는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거짓말하면서 홍 씨에게 10월 29일 병원비를 줄 것을 요구했으나, 홍 씨가 입원 사실을 의심하자 극도로 분노했다.

    고 씨는 "입원했다고!!!!" "십 주 가까이 품는 동안 이미 아기는 내 아기였고, 상실감 너무 크고, 미치기 직전까지도 갔어, 당신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기분인 거야" "너 상상 이상으로 무너뜨리고 떠나주마" 등의 메시지를 홍 씨에게 보냈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이 시점부터 '고 씨가 현 남편이 유산한 자신과 ○○(전남편 아들)을 홀대하고 피해자만 진정한 가족으로 아끼자 강한 적대심과 분노로 가득 차 피해자를 살해해 홍 씨에게 복수할 것을 마음먹었다"고 적시했다.

    ◇ 수면제 처방 직후부터 현 남편 잠버릇 거론
    고유정의 현 남편 홍모(37)씨가 아들 생전에 함께 촬영한 사진. (사진=홍 씨 제공)

     


    고유정의 범행은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 처음부터 의붓아들이 자는 사이 질식시켜 살해하고는, 그 책임을 홍 씨의 잠버릇 때문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사전에 꾸미기 시작했다.

    그러한 정황은 고 씨가 지난해 11월 1일 제주시의 모처에서 수면제 성분인 명세핀정을 처방받은 직후부터 이뤄졌다.

    가출했던 고 씨는 다음날인 2일 청주시의 자택에 갑자기 돌아온 뒤 하룻밤을 잔 후 친정집이 있는 제주도로 재차 가출했다. 그러면서 4일 홍 씨에게 "잠결에 막 힘에 눌리는 기분에 잠 깼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다.

    홍 씨의 잠버릇을 지적하는 문자는 11월 초부터 의붓아들 살해사건이 벌어졌던 지난 3월 2일 직전까지 이어진다. 홍 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유정이 제 잠버릇을 처음 얘기 꺼낸 게 작년 11월 4일이었다. 그 전에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고유정은 '11월 4일'부터 홍 씨의 제주도 친정집에 있었던 피해자를 청주 집으로 데려오자고 홍 씨에게 수차례 요구했다. 고 씨의 제주 친정집에 있었던 ○○(전남편 아들)보다 먼저 데려오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어린이집 문제로 올해 2월로 연기되자 범행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올해 2월 초 한 차례 더 유산을 경험한 고유정은 재차 범행하기로 결심하고 지난 2월 28일 피해자가 제주에서 청주로 온 지 3일 만인 3월 2일 범행한다.

    ◇ '수면제 차' 현 남편에 먹인 뒤 범행

    사건 당일 고유정은 미리 자신은 감기에 걸려 따로 자겠다고 말한 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왔던 범행을 시작한다.

    3월 1일 밤 9시부터 10시 사이 홍 씨가 피해자를 화장실에서 씻기고 중간 방에서 잠을 재우는 동안 지난해 11월 미리 처방받았던 수면제를 홍 씨가 마실 찻잔에 넣었다.

    밤 10시쯤 홍 씨가 피해자를 재우고 거실로 나오자 함께 차를 마시자고 한 뒤 수면제가 든 차를 홍 씨에게 먹였다. 이후 12시쯤 홍 씨는 피해자와 같은 침대 위에 누워 '평소와는 다르게'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이후 고유정은 다음날인 2일 새벽 4시부터 6시 사이 홍 씨가 깊은 잠에 빠진 것을 확인하고, 홍 씨 옆에서 엎드린 자세로 자는 피해자의 얼굴을 침대에 파묻히게 한 뒤 10분여간 뒤통수를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

    19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의붓아들 살해사건 첫 재판이 열린다. 하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고유정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고유정은 지난 2017년 6월 2일 전남편인 강모(36)씨와 이혼한 뒤 그해 11월 홍 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충북 청주시에서 홍 씨와 함께 살다 올해 의붓아들에 이어 전남편까지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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