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자녀를 둔 밀러 부부. 총격으로 밀러씨(남편)와 3명의 자녀(모자이크)를 뺀 부인과 나머지 자녀 4명이 총격으로 숨졌다. 밀러씨는 사고 당시 미국에 있었고 아내는 사고 차량을 운전중이었다.(사진=CNN)
멕시코 북부에서 미국 국적의 모르몬교 가족들이 무차별 총격을 받아 어린이 6명과 여성 3명 등 9명이 숨졌다.
멕시코 당국은 마약 카르텔이 피해자들이 탄 차량을 라이벌 조직의 차량으로 오인해 공격했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은 4일(현지시간) 미국 국경과 접한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와 소노라주 사이의 인적이 드문 도로에서 발생했다.
국경 부근 모르몬 커뮤니티(르 바론)에 살고 있던 피해자들은 3대의 차량에 나눠타고 치와와주의 라모라로 이동중이었다. 대부분 어린이들이었다.
운전은 3명의 엄마가 하고 있었다.
로니타 밀러(30)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일하는 남편을 픽업해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7명의 자녀와 함께 이동중이었다.
또 다른 차량엔 도나 랑포드(43)가 라모나의 친적집 방문을 위해 역시 아이들을 태우고 있었다.
세번째 차량에는 크리스티나 존슨(29)이 노스 다코타로 이사 준비를 하고 있는 나머지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운전중이었다.
이들은 평소에도 안전상의 문제로 무리를 지어 차량을 운전해왔다고 한다.
저녁 무렵 밀러가 몰던 차량이 타이어 문제로 멈춰서자 괴한들이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들이 총격을 멈추라고 비명을 질렀지만 차량 밖으로 피신해 달리는 아이에게도 총을 쐈다고 한다.
밀러와 그녀의 아이들 4명이 숨졌다.
이들을 포함해 숨진 어린이 6명 가운데는 1살도 안된 랑포드의 쌍둥이도 포함됐다. 쌍둥이는 엄마 품에 안긴 채 불길에 휩싸인 차량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다른 어린이 1명은 다리와 얼굴에 총을 맞아 중태 상태다.
생존한 7명의 아이들은 인근 나무 뒤에서 피신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고, 13살 짜리 어린이는 20km 가까이 도망쳐 무사히 피신했다고 한다.
공격 이후 차량은 모두 불에 탔다.
미국 국적자 9명이 마약 조직원들에 의해 숨지면서 미국과 멕시코 정부 모두 긴장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듯 사건 뒤 안드레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사건 발생 지역은 수년간 우범지역이었다"며 "이런 사건들을 다루는데 외국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국 정부란 미국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사고 소식을 접한 뒤 트위터에 "멕시코가 미국의 도움을 받아 마약 카르텔에 대한 전쟁을 벌이고 지구상에서 그들을 쓸어버려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알폰소 두라소 멕시코 치안장관은 "마약 카르텔 조직원들이 피해자들의 차량을 라이벌 조직의 차량으로 오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해자들은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이 이끄는 시날로나 카르텔의 조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군경은 지난달 엘차포의 아들 1명을 체포하려다 조직원 400명이 격렬히 저항하면서 포기하는 일도 있었다.
한편, 피해자들의 거주지인 르바론 커뮤니티는 19세기 말 모르몬교에서 일부다처를 금지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그에 반대하는 일부가 20세기 초에 미국에서 멕시코로 건너가 모여 살아온 곳이다.
이들은 스페인어와 영어를 같이 쓰면서 미국 국적외에 멕시코 국적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