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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제 확대에 '무리수' 던진 청와대



경제 일반

    주52시간제 확대에 '무리수' 던진 청와대

    탄력근로제 확대 실패 대비 보완책 지시…법 개정 없이 내놓을 카드 제한돼
    야당·노동계에 발목 잡힐 빌미만 제공…"실제 시장 필요보다 정무적 판단인 듯"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의 중소기업 확대 적용을 앞두고 청와대가 보완책 마련을 진두지휘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무적 판단에 밀려 현실과 동떨어진 대응에 노동계 반발만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1월 50인~300인 사업장에도 적용되는 주52시간제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관련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어 지난 11일에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같은 내용을 거듭 당부했고, 홍 부총리는 언론에 "지난 6월부터 관계부처간에 협의를 해왔고, 이달 말 보완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 4일 문 대통령이 주요 경제단체장들과 가진 비공개 오찬 간담회에서 주 52시간제 확대 적용 관련 애로사항을 해결해달라는 요청을 적극 수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정부가 그동안 주52시간제의 핵심 보완책으로 추진했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법 개정이 국회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자 우회로를 찾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보수야당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까지 더 늘리고, 다른 유연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도 확대하자고 주장하면서 임시 국회 동안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 장관은 지난 14일 "행정조치가 입법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주52시간 관련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우선순위를 정리했다.

    또 보완책 발표 시점도 "이 달 안으로 발표한다는 시기를 정하고 있지 않다"며 "국회 입법 상황을 보면서 판단할 사항"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러한 미묘한 엇박자를 놓고 청와대를 필두로 한 '경제 컨트롤타워'가 주52시간제를 둘러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관련 법 개정 없이는 정부 시행령 등 행정조치만으로 선보일 수 있는 보완 카드는 극히 제한적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앞서 몇 차례 시행했던 계도기간 연장이나 예외업종 확대 조치를 제외하면 특별연장급여 요건을 완화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경영계 요구사항은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법 개정이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개편 관련 법안 논의는 국정감사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가 끝나는 연말에나 가능할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관련 법 논의를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지 못한 마당에 정부가 국회를 우회해 보완책부터 거론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대응일 뿐 아니라, 자칫 '국회를 무시했다'는 비판거리만 보수야당에 선물할 수 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노조원과 노조가 다른 이해관계를 갖는 것이 안타깝다", "톨게이트 수납원은 없어질 직업" 등 '망언' 논란까지 발생하면서 노동계 반발만 거세졌다.

    주52시간 확대를 밀어붙이려던 청와대 움직임이 오히려 걸림돌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경영 행보를 보이려다 무리수를 뒀다고 지적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이사장은 "재계 등의 요구와 여야 간의 정치협상이 맞물리면서 반드시 (기업들의 주52시간제 준비를) 지원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정작 노동부 조사 결과로는 겨우 7%만 준비하지 못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지난 달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 대한 노동시간 단축 지원 상황을 점검한 결과 '법 시행 시 문제없다'는 기업이 61.0%, '준비 중'이라는 기업도 31.8%에 달한 반면 '현재 준비 못하고 있다'는 기업은 겨우 7.2%에 그쳤다.{RELNEWS:right}

    김 이사장은 "실제 산업 현장이 절박하게 요구하는지도 불분명한데, 실제 효과와 관계없이 정치적 과제이자 경영계를 위한 '당근' 차원에서 주52시간제 보완책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며 "총선을 놓고 노동계와 거리를 두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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