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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권리금 내요?" 맥 못추는 상가들



생활경제

    "요즘 누가 권리금 내요?" 맥 못추는 상가들

    온라인에 밀리고 혼밥·배달족에 '외면'
    공실률 상승하면서 권리금 절반으로 '뚝'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오른쪽 골목으로 꺾어 들어간다.

    시장통 야채 가게들과 분식집을 지나 5분쯤 걸어 올라가다보면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모여있는 '조용한' 길을 만나게 된다.

    서울시 마포구 망원시장 인근 핫플레이스로 조명받으며 존재감을 알렸던 '망리단길'은 요즘 들어 관광객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인도가 비좁아 차도까지 내려가야 했던 2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의 망리단길은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고즈넉한 분위기까지 연출됐다.

    서울 망원동 망리단길의 비어있는 상가. 최근 관광객 수가 줄어들면서 상가 권리금도 지난해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사진=조혜령 기자)

     

    "요즘은 상권이 예전만 못해요. 평일 장사보다는 주말 장사 한다고 생각해야 해요."

    망리단길 상가 임대 상담을 해주던 부동산업자 김모(42)씨는 가게를 알아보던 손님에게 "주말장사 바라보고 가게를 운영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주말 관광객이 '반짝' 몰려 매출이 올라가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평일 장사로는 월세 내기가 버겁다는 뜻이다.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천정부지로 올라갔던 권리금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망리단길에서 부동산업체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권리금이 4~5000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2~3000으로 떨어졌다"며 "여기서 더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망리단길에 가게를 열었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준비중인 한 상인은 "권리금 3700만 원에 가게를 내놨는데 안 나가서 2000만 원에 다시 내놨다"며 "내가 들어올 때는 권리금 4000만 원을 주고 들어왔는데 다 받지 못하고 나가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월세도 동결 수준이다. 식료품 가게 하던 상인은 얼마 전 월세를 150만 원으로 올려달라는 건물주의 말에 이주를 결심했지만 120만 원으로 극적 합의를 보면서 계약을 연장했다.

    ◇ '억'대 권리금은 옛말…공실률 높아지자 임대료·권리금↓

    (그래픽=강보현PD)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유예와 아파트값 상승 기대 심리로 매매가 늘어나는 등 펄펄 나는 아파트와 달리 상가 경기는 갈수록 침체의 늪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1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올해 2분기의 경우 5.5%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3% 상승했다.

    중대형 매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2분기 공실률은 11.5%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P 올랐다.

    특히 도심지역의 공실률이 두드러졌다. 광화문의 경우 올해 2분기 12.6%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명동(1.4%P)과 충무로(3.3%P)도 공실률이 오름세를 보였다.

    강남의 경우 도산대로는 5%에서 올해 10%로 공실률이 두 배 뛰어올랐다. 서초역(2.9→5.6%) 역시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청담동은 지난해 2.5%에서 올해 17.6%로 8배 가까이 오른 공실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경리단길로 유명세를 탔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태원은 지난해 21.6%에서 올해 1분기 24.3%, 2분기는 26.5%로 공실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임대료도 하락추세다. 한국감정원의 소규모상가 임대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1분기 100.5P를 기록했던 수치는 올해 2분기 99.6P으로 하락 그래프를 그렸다.

    매장이 텅텅 비면서 목 좋은 상권의 경우 '억' 소리가 났던 권리금도 점차 줄어드는 현실이다.

    실제로 이태원 경리단길의 경우, 공실률이 늘어나면서 아예 권리금을 받지 않는 무권리 점포도 늘고 있다.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장은 "요즘 누가 권리금 주고 들어오냐는 소리가 시장에서 돌고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이 고전하고 온라인 매장이 더 커지면서 가게를 내놓는 매장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1조 182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15.4% 증가했다.

    모바일쇼핑 거래액도 21.5%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서비스(81.3%), 화장품(25.0%), 음·식료품(24.9%) 등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배달족, 엄지족에 밀려 오프라인 매장에서 더이상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상가정보연구소 조현택 연구원은 "지금은 오프라인 시장보다 온라인 시장에서 사는 사람이 많다보니 오프라인 소매점이 갈수록 힘든 게 사실"이라며 "내수 경기가 살아나거나 경제적 변수가 없는 한 상가의 약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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