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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 "대학 자율입시? 대학은 갑, 학생은 을 되는 것"



교육

    이범 "대학 자율입시? 대학은 갑, 학생은 을 되는 것"

    수능은 학종보다 강남, 서울, 대도시 출신이 유리
    수능의 공정성은 비례성, 학종의 공정성은 형평성
    한국 대입제도, 기형적인 요소만 세 가지 모아놔
    교육부, 비교과 전면폐지보단 축소 방향으로 갈듯
    비교과 부정적인 측면 줄이고 내신 절대평가 해야
    선진적 입시제도, 한국에선 사교육만 키울 수도
    대학간 교육여건 격차 너무 커, 상향평준화 필요
    대학 자율입시, 공공성에 기여할 수 있을지 회의적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0)
    ■ 방송일 : 2019년 10월 4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범 (교육평론가)

     


    ◇ 정관용> 조국 장관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대입제도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 여러 가지 제도적 문제점 재검토 필요하다. 대통령의 지시도 있었고 교육부도 실태조사한다 이런 예고까지 나왔습니다. 대입제도 개편 본격적인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는데 이분은 어떤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교육평론가 이범 씨를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 이범> 안녕하세요.

    ◇ 정관용> 간단히 우선 정리하면 수능이나 이런 거 하루 시험봐서 모든 학생을 한 줄로 쫙 세우는 거 그거 하지 맙시다. 그래서 나온 게 학생부종합전형, 입학사정관제 이런 거 아니었어요?

    ◆ 이범> 그렇죠. 그러니까 성적이 이외에 다른 요인을 동원해서 너무 성적순으로 줄세우는 것을 피해보자고 나온 제도가 입학사정관제고 그게 도입된 지가 한 10년 정도 됐죠.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8학년도에 그때는 정원 외 전형으로 치렀기 때문에 1%도 안 됐었습니다. 그때 첫선을 보였고요. 이명박 정부 들어서 드라이브를 걸어서 굉장히 가파르게 비율을 높이기 시작해서 박근혜 정부 들어서 더 높였죠. 최근에도 더 높아졌었습니다. 그래서 학종 비율이 지금 전국 평균으로 보면 한 20%밖에 안 되는데 인서울, 이른바 서울지역 상위권 대학만 평균을 놓고 보면 전체 모집 정원 중에서 학종 비율이 50%가 지금 넘어가는 상황이에요.

    ◇ 정관용> 넘죠. 그게 지금 교육부가 바로 학종 비율이 높은 그 학교들 열세 군데 딱 찍어서 실태조사 한다는 거잖아요.

    ◆ 이범> 그렇죠. 그 13곳이 모두 학종비율이 높은 그런 대학들이고. 그래서 타깃을 학종으로 잡고 있다는 것은 명확해 보이고요. 그런데 조국 장관 자녀와 관련해서 문제가 처음 불거졌기 때문에 그런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지 않냐 의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학교 밖에서 쓴 논문이나 특허나 학교 밖에서 받은 상이나 이런 것들은 2013년부터는 반영이 안 됩니다.

    ◇ 정관용> 2013년에 한번 제도개편이 있었죠.

    ◆ 이범> 한번 이른바 비교과라고 말하는 입시도 아니고 내신도 아닌 그밖에 여러 가지 요소들을 비교과라고 하는데 비교과가 2013년에 한번 축소가 됐고요. 그 핵심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논문, 학교 밖 수상 이력, 해외봉사활동 등등 이런 것들을 배제하는 것이었어요.

    ◇ 정관용> 잠깐만요. 그러면 2013년 이후에 비교과로 남아 있는 건 학교 안에서 이루어진 수상 이런 겁니까?

    ◆ 이범> 수상이력이라 할지라도 교내 수상이력만 활용할 수 있다든지 이런 식으로 개편이 된 것이고요. 이게 2018년에 또 한 번 축소됩니다. 작년에 있었던 대입공론화 과정에서 학종도 일부 논의가 됐고요. 그 과정에서 학교 밖에서 쓴 학술논문 같은 걸 금지하니까 논문 쓰는 것을 학교 내 활동으로 포장을 해서 소논문을 쓰게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논문을 진정으로 학생들이 쓰는 경우들이 있지만 외부 컨설팅, 사교육 동원하는 경우도 많고 했기 때문에 소논문을 금지한다 이렇게 됐고. 또 정규 동아리 이외에 자율 동아리 이런 것이 굉장히 난립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또 교내수상 이력. 교내에서 상을 쪼개서 무수히 많이 주고 이런 경우들이 있었거든요. 이런 것들은 학기당 하나만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2018년에 그렇게 정해졌고 이것은 올해 고1이 대학을 가는 2022학년 대입부터 적용이 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비교과가 이미 두 번 축소가 됐고요.

    ◇ 정관용> 지금 거의 남아 있는 게 없네요.

    ◆ 이범> 그렇지는 않습니다. 꽤 많이 남아 있고요. 예를 들어서 내가 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미국 드라마가 한국 문화에 영향을 줄 것에 대해서 소논문을 썼다. 이건 못 써먹죠, 이제는. 작년부터 금지가 됐으니까. 하지만 내가 미국 드라마를 열심히 봤다라는 활동 자체는 쓸 수 있습니다, 여전히. 그런 식으로 해서 우리가 좀 스펙이라는 것이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을 가지고 있는데 점점 부정적 측면을 좀 제외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고요. 이를테면 내가 독서를 열심히 했다든지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다 이런 것 등등은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죠. 어쨌든 최근에 이것이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비교과를 조금 더 축소하는 이런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지금 그런 예고가 나와서 비교과를 더 좀 줄이자. 그렇게 되면 사실은 내신 성적밖에 안 남는 거 아니에요?

    ◆ 이범> 그렇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질문을 마저 드리면 수능과 내신이라고 하는 시험성적만으로 학생을 뽑는 제도를 탈바꿈해 보자, 좀 전인교육이 가능하도록 해 보자는 의미로 도입한 게 입학사정관제고 학생부종합전형이면 거기는 비교과가 꼭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비교과를 놔뒀더니 문제가 커진다고 그걸 없앤다? 그럼 이 제도는 있으나마나 한 거 아니에요?

    ◆ 이범> 그러니까 학생부를 자세히 들여다보시면 내신하고 비교과 이렇게 두 가지만 있는 게 아니고요. 세특이라는 게 있습니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라는 건데 이건 교사가 교과를 지도하면서 학생 개개인에 대해서 써주는 거예요. 이를테면 내가 이 학생을 국어를 한 학기 동안 열심히 가르쳤더니 이러이러한 활동해서 문학적 표현을 빼어나게 발휘했다라든지 어떤 학생을 또 과학을 한 학기 동안 가르쳤더니 이 학생이 과학탐구활동의 설계 능력이 굉장히 우수하더라 이런 걸 구체적으로 써주는 겁니다. 이게 우리나라 고등학교 공교육에 꽤 긍정적 영향을 줬어요. 그냥 진도 나가는 수업을 해서는 사실 이걸 제대로 써줄 수가 없을 텐데 그래서 교사들이 수업연구도 좀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그래서 학교 내 여러 수업이나 평가가 다양해지고 풍성해지는 이런 효과가 났습니다. 그래서 일단 내신 이외에도 세특이라고 불리는 그런 영향이 들어가고요.

    그리고 더해서 비교과가 있는데 비교과에는 흔히 자봉동진이라고 얘기되는 자율활동, 봉사활동 그리고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그러니까 아까 말씀드린 여러 가지 활동들을 이 네 가지 항목에 써넣는 것이고요. 그리고 플러스 교내수상 이력. 여기까지가 비교과라고 말할 수 있죠. 그런데 작년에 대입공론화를 진행할 때 교육부가 내놓은 원안이 있었습니다. 그 원안에는 좀 부정적 영향력이 큰 것처럼 보였던 교내 수상이력과 소논문 그리고 자율 동아리를 모두 빼는 것이었어요. 정기 동아리만 남기고, 동아리의 경우.

    그런데 공론화라는 게 교육부 원안대로 결론이 나오란 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결국 공론화를 거치다 보니까 자율 동아리하고 교내 수상이력은 한 학기에 하나는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난 거죠. 그러니까 벌써 작년에 교육부가 그런 원안을 내놓았던 것을 보면 앞으로도 교육부가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비교과를 더 축소할 것인지 대략 예측되는 그런 경계가 있는 것이죠. 비교과를 다 뺄 건 저는 아닐 거라고 봅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교육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기자)

     


    ◇ 정관용> 미세조정으로 갈 것 같다?

    ◆ 이범> 미세까지는 아닌데. 왜냐하면 그 정도도 꽤 큰 폭이거든요. 소논문 그러니까 이를테면 교내 수상이력 이런 게 비교과를 포함한 학종에 사교육이 영향을 굉장히 많이 미치는 중요한 매개가 되는데 그런 것들을 완전히 배제한다든지 그런 것은 단순한 미세조정 이상의 어떤 의미는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 정관용> 방금 이범 씨의 설명을 쭉 듣던 우리 청취자분들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술 그거 교사가 안 씁니다. 학생들이 써 갑니다. 이런 얘기들을 막 하고 있어요. 그리고 또 얼마 전에 한 고발 프로그램에서 지적이 됐습니다마는 특히 지역, 지방에 있는 학교로 가면 갈수록 일류 대학에 몇 명 보내기 위해서 몇몇 학생한테 이런 걸 몰아주기 이런 것들이 또 고발됐거든요.

    ◆ 이범> 그러니까 대부분의 선진국이 입시하고 내신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합니다. 그런데 미국식 입학사정관제의 특징이 그것 이외에 플러스로 비교과 이런 것들을 같이 봐서 좀 세계적으로는 예외적인 제도죠. 그것을 우리나라에서 도입하고 그러다가 이런 여러 가지 논란이 생긴 것인데요. 그런데 내신을 반영 안 하는 나라도 있고 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내신 반영 안 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 프랑스, 유명한 핀란드 이런 데는 내신 반영 안 해요. 입시만 봅니다. 그런데 그 입시가 우리가 생각하는 객관식이 아니라 다 자기 생각을 많이 쓰는 논술형이에요.

    ◇ 정관용> 바칼로레아 이런 거.

    ◆ 이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이런 게 유명한데 영국, 독일, 핀란드 다 비슷한 시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신이 있는데 내신을 반영 안 하는 나라도 있지만 입시하고 합산해서 반영하는 나라도 많아요.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라든지 호주, 스페인 이런 나라들인데. 그럼 내신이라는 건 사실 편차가 있는 거잖아요. 교사마다 다를 수도 있고. 그런데 그 다른 게 내신의 맛입니다. 그러니까 아주 막대한 자유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범위 내에서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번 평가를 해 봐라. 그러면 그 평가 결과는 당연히 편차가 생기죠, 교사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공교육에 뭔가 긍정적 영향을 주고 학생들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라고 보기 때문에 그 나라들에서는 내신을 반영하는 것이거든요. 그런 것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내신과 세특과 관련해서 어떠한 불만이 제기되는지 저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저도 상당히 부정적인 사례들도 적지 않게 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또 배제하거나 축소해라라고 마냥 얘기하는 것만이 또 좋은 것이냐. 참 양면성이 있는 얘기죠.

    ◇ 정관용> 바로 그 양면성 지적 얘기 바로 받아서 여론조사 같은 거 해 보면 정시 늘리자는 얘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정작 또 보면 정시라고 하는 게 수능성적으로 뽑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걸 하면 사교육 많이 받은 강남권이 더 유리하다면서요? 학생부종합전형이 강남권이 유리한 줄 알았더니 정시가 또 강남권이 더 유리하다면서요?

    ◆ 이범> 그러니까 학종에는 비교과가 들어가고 우리가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도 이미 봤었고 최근에 논란되는 사안들이 그런 것입니다마는 여기에 부모 영향력, 사교육 영향력이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 이런 비난이 있으니까 학종이 욕을 먹는데 정작 학종으로 뽑힌 학생하고 수능으로 뽑힌 학생을 비교를 해 보면 학종으로 뽑힌 학생보다 수능으로 뽑힌 학생이 고소득층 비율이 더 높습니다. 통계로는 그렇게 딱 나와요. 또 강남 비율이 높고 서울 대도시 비율이 높고. 학종으로 뽑는 게 오히려 중저소득층 비율이 높고 강남 대비 강북, 서울 대비 여타 지역의 비중이 높다는 말이에요.

    학종의 기묘한 결합 문제인데 비교과라고 하는 굉장히 불공평해 보이는 요소하고 내신을 더해 놨거든요. 우리나라 내신이 좀 특이한 게 선진국에서 없는 제도인데 상대평가입니다. 상대평가가 교육적으로는 굉장히 안 좋은 제도이기는 해요. 그런데 이게 좀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효과가 하나가 있는데 골고루 뽑히는 효과가 납니다. 공부 잘하는 강남지역에도 4%만 1등급을 주고 좀 학력 수준이 뒤처지는 지역도 4%는 1등급을 주니까. 그래서 결과를 놓고 보면 수능보다 학종이 오히려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뭔가 좋아보이는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죠.

    ◇ 정관용> 상대평가라는 점도 하나 있고 제가 보기에는 스카이캐슬과 같은 그런 학종 만들기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 진짜 자기 끼를 가지고 제대로 하는 학종도 있는 거예요.

    ◆ 이범> 그렇죠. 제가 며칠 전에 어떤 고등학교에 가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어서 갔는데 그 학교가 혁신학교였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축제를 아주 초기 기획에서부터 진행까지 모조리 학생들이 다 하는 거예요. 거의 교사의 개입 없이. 그런데 혁신학교만이 아니라 이런 학교 중에는 요즘 자사고도 그런 학교들이 있고요. 꽤 많은 학교들이 그런 분위기, 문화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학종 또는 비교과가 가진 기묘한 양면성, 부모 또 사교육 영향을 많이 받는 거 아니야? 이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학생들의 긍정적인 교내활동을 굉장히 활성화시키는 이런 효과도 같이 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 정관용> 그렇죠. 또 그래서 많은 분들은 정시 비중 늘리면 수능 비중 늘리면 더 공정해진다, 그게 사실 아니라는 얘기 아닙니까? 부의 대물림 현상은 또 더 간다는 거잖아요.

    ◆ 이범> 공정하다는 말이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능을 옹호하는 분들은 수능이 더 공정하다고 말하는데요. 그건 공정하다는 것을 기회의 평등 또는 비례성 이렇게 표현하는데 실력에 비례해서 결과가 나온다는 거죠. 수능은 확실히 그런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국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시험을 보는 거니까. 그런데 공정함이라는 말을 형평성이라는 의미로 또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공정하다, 야, 좋은 대학에 강남 애들, 돈 많은 집 애들만 다 가는 건 불공정하잖아, 이런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공정하다는 말을 비례성이 아니라 형평성이라는 뜻으로 쓰고 있는 겁니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학종이 더 공정해 보이는 거죠. 그러니까 수능이 더 공정하다, 학종이 더 공정하다는 말은 어느 한쪽이 틀린 말이 아니라 두 쪽에서 공정하다는 말을 서로 다르게 쓰고 있는 거예요.

    ◇ 정관용> 기준이 다른 거죠.

    ◆ 이범> 어느 한쪽이 다 일방적으로 옳고 그르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범 씨는 어떻게 가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이범 교육평론가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이범> 일단 우리나라 입시가 굉장히 기형적인 것이라는 건 우리가 좀 이해를 하고 있어야 됩니다. 일단 입시가 객관식인 나라가 OECD 36개국 중에서 5개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은 전 과목 논술형 평가예요.

    ◇ 정관용> 아직도 객관식이 우리나라 말고 또 있기는 있군요.

    ◆ 이범> 일본의 센터 시험이 있는데 일본은 본고사가 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작지만. 미국의 SAT, LCT 같은 객관식 시험인데 또 미국은 고등학교 내신 시험은 객관식이 아니에요. 다 논술형이나 수행평가입니다. 학교에서의 평가와 입시를 분리를 시키는 시스템이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쨌든 예외적인 다섯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다른 나라는 터키하고 칠레가 그런데요. 또 우리나라 내신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OECD에서 유일하게 상대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상대평가라는 건 갇혀 있는 수십 명 또는 100여 명의 학생들 사이에서 줄을 세우는 거니까 굉장히 비교육적인 제도죠. 그래서 사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안 하는 건데 우리는 하고 있고. 또 비교과를 반영하는 나라도 OECD에 사실 미국하고 영국밖에 없어요. 영국은 비교과 별로 반영 안 합니다. 주로 성적을 보는데 미국이 진짜 비교과 많이 반영해요. 그러니까 우리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기형적인 걸 세 가지를 모아놓은 거예요.

    ◇ 정관용> 다 모아놨네요.

    ◆ 이범> 객관식 입시에 내신 상대평가에 비교과. 그런 예외적인 것들을 모아놔서 이렇게 조합해 놨는데 저는 이게 지속가능하다라고 보지를 않아요, 기본적으로. 안정화가 안 됩니다.

    ◇ 정관용> 그러면 어떻게 가야 돼요?

    ◆ 이범> 그나마 이게 지금 학종이 좀 늘어난 것은, 계속 늘어난 것은 공교육 제도도 학종지지하고 대학도 학종을 지지하거든요. 수능으로 들어온 학생보다 학종으로 들어온 학생이 대학 때 성적이 좋아요. 그리고 자퇴율이 낮습니다, 학종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재수 유혹을 덜 받기 때문에. 그래서 공교육계하고 대학이 같이 동시에 학종을 지지하면서 학종 비율이 가파르게 올라간 면이 있는데요. 그런데 어쨌든 학종에서 부정적인 어떤 측면이라고 공격받아왔던 비교과의 일부 영역은 더 덜어낼 필요가 있는 건 맞는 것 같고.

    ◇ 정관용> 비교과 중에 부모 힘이 작용할 만한 것 그런 거죠.

    ◆ 이범> 그다음 얘기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얘기인데 내신 절대평가로 바꿔야 되고요. 그런데 내신 절대평가로 바꾸면 강남, 고소득층, 서울 대도시가 유리해지거든요. 또 입시 논술형으로 바꿔야 합니다. 우리나라 논술형은 족보에 없는 이상한 시험이고요. 선진국의 논술형 시험은 과목별로 보는 건데 다 논술형인 거죠.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돼 있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입시를 또 논술형으로 바뀌자 그러면 아마 사교육이 급팽창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좋아 보이는 선진적인 제도를 우리가 알고 있어도 그걸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어슴프레 방향성은 얘기할 수 있지만 이게 대안이라고 제가 한마디로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대학 서열, 대학 간 격차가 워낙 심하고 그로 인해서 굉장히 경쟁이 심한, 대입 경쟁이 유난히 심한 몇 안 되는 나라 중에 하나기 때문에 어떤 제도도 그 부작용이 심각하게 우려돼서 시행하기 어려운.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굉장히 기형적인 이런 입시제도를 조금씩 손보면서 겨우 쓰고 있는 이런 상황이라는 것이죠.

    ◇ 정관용> 이걸 지금 한꺼번에 크게 바꾸면 말씀하신 것처럼 크게 바뀐 데 적응하는 힘 그것은 또 사교육 시장이고 결국은 획기적이고 혁명적 변화는 못하는 거예요? 우리 대학입시제도에 있어서는?

    ◆ 이범> 그러니까 근원적인 얘기지만 대학 간 격차가 너무 큰 게 문제죠. 그러니까 좋은 대학 가려고 경쟁하는 걸 자꾸 학벌 경쟁이라고 부정적으로 이렇게 인식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은데요. 저는 그렇게 그런 인식은 굉장히 편협한 인식이라고 봐요. 단순히 무슨 대학 나왔어라고 폼 잡으려고 또는 선배들의 화려한 인맥을 이용하려고 명문대 가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를테면 공시된 자료 중에 그런 게 있습니다. 학생 1인당 투입하는 교육비가 얼마냐. 서울대 학생 1인당 투입하는 교육비가 상당히 많습니다. 1년에 4300만 원이에요. 그런데 연세대가 되면 바로 이게 3000만 원으로 줄어들고요.

    ◇ 정관용> 차이가 크군요.

    ◆ 이범> 한양대는 2000만 원. 중앙대는 1500만 원입니다. 지방국립대 중에 제일 큰 데가 전북대인데 1700만 원이에요. 이 통계는 사실 약간 위험한 통계입니다. 지금 계산이 정교하게 된 통계는 아니어서 제가 공시된 자료이지만 좀 조심스럽게 쓰는데. 그러면 저보고 누가 너 3000만 원짜리 대학하고 1500만 원짜리 대학 동시에 합격하면 어디 갈래?

    ◇ 정관용> 3000만 원짜리 가야죠.

    ◆ 이범> 당연히 3000만 원짜리 대학을 가야죠.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학벌이라고 낙인 찍는 좀 부정적인 어떤 그런 영향을 내가 누리려고, 효과를 누리려고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질이 다릅니다. 교육여건의 질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요. 이걸 내버려두면서 대입 경쟁하는 것을 굉장히 부정적인 것인 양 얘기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논리다. 결국 대학에서 우리가 뭔가를 고쳐야 된다.

    ◇ 정관용> 대학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죠.

    ◆ 이범> 그렇죠. 대학의 교육여건을 상향평준화시켜야죠. 당연히 하향평준화시킬 수는 없고.

    ◇ 정관용> 올려야 되고요. 그리고 대학들도 조금 더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들을 뽑았으면 좋겠는데 대학 자율권을 강화한다고 하면 대학들은 서로 눈치보면서 결국은 또 한쪽 방향으로만 뽑더라고요.

    ◆ 이범> 그러니까 참 이게 교육부가 대학 자율이라는 가치 아래 대입을 다양화시킨 게 무려 20년이 된 겁니다. 그러니까 김대중 정부 때 수시를 처음 만들었고요. 그 수시비율이 30%, 노무현 정부 때 50%,이명박 정부 때 65% 그리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80%까지 갔죠. 나머지가 정시고. 수시 중에서 입학사정관제 또는 학종이 지난 10년간 점점 늘어왔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는 뭐냐 하면 대학 자율을 옹호한다는 것은 대학에 어떻게 보면 갑의 지위를 공인해 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을이냐, 그러면? 학생과 학부모가 을이죠. 그러니까 대학 자율로 뽑으라고 했는데 결과를 놓고 보면 학생, 학부모를 더 거센 경쟁으로 몰아넣고 공공성을 망각하는 이런 현상이 적지 않게 일어났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번 기회에 좀 사상적이고 철학적인 논쟁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율이라는 게 좋은 거냐. 대학이라고 하는 나름대로 힘이 있는 그 기관에 정부가 발을 빼고 너희들이 알아서 뽑아라고 했을 때 과연 그것이 사회적으로 공공성이라는 가치에 비추어 봤을 때 긍정적인 영향을 내느냐.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는 거죠.

    ◇ 정관용> 오늘 이범 씨가 아주 조심스럽게 문제점을 진단하고 방향은 말할 수 있으나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우리 현실까지 진단해 주셨거든요. 대학까지를 포함해서. 그러면 지금부터 논의를 국민적으로 같이 해 가는 수밖에 없겠어요. 그렇죠?

    ◆ 이범> 그렇죠. 지금 국가교육회의라고 하는 것이 현 정부에서 구성이 돼 있고. 하지만 이것은 대통령 직속기구입니다. 그러니까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이 지난 대선 때 5명의 주요 후보가 거의 동시에 낸 공약이었어요.

    ◇ 정관용> 그래서 장기 무슨 입시전략 이런 거 정책 입안을 거기서 하도록 하자.

    ◆ 이범> 장기적인 정책은 그쪽에서 하자라고 하는 것인데 아직 법안조차 제출이 안 됐습니다. 정부가 올해 여름에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안된 것으로 제가 알고 있고요. 아마 총선 지나야 되지 않을까 이렇게 예상이 되는데 이게 우리 정치의 한계이기도 한 거죠. 어쨌든 그런 여야를 초월한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테이블조차도 정치권의 어떤 힘겨루기라든지 이런 혼란한 상황 속에서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 정관용> 답답합니다. 아무쪼록 이번 교육부가 그 13개 대학 졸속으로 딱 검사하고 바로 답 내고 이러려고 하지 말고 제대로 된 논의를 좀 촉발시킬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네요. 이범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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