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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태풍 침수' 포항 두호시장, "물이 허리까지…꼼짝할 수 없었어요"



포항

    [르포]'태풍 침수' 포항 두호시장, "물이 허리까지…꼼짝할 수 없었어요"

    침수피해를 입은 두호시장 인근 상가(사진=독자제보)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는데 정신차릴 때 까지 한참동안 아무것도 못했어요"

    경북 포항시 북구 두호동 두호시장과 인근 상가 골목은 제18호 태풍 '미탁'이 지나간 지난밤 상가 100여곳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미탁이 몰고온 비구름에 이곳은 2일 낮부터 새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3일 새벽 12시를 넘어 물이 조금씩 차기 시작해 순식간에 이 일대가 물에 잠겼다.

    3일 오전 찾은 두호시장 골목. 골목 초입에 들어서자 하수구 냄새가 코를 찔렀다.

    도로와 상가에 들어찼던 물은 모두 빠졌지만, 곳곳에 보이는 흙탕물이 지난밤에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침수피해를 입은 상인이 상가를 청소하고 있다.(사진=김대기 기자)

     

    두호시장 앞 골목에서 의류상가를 운영하는 최명숙(57·여)씨는 상가를 리모델링한지 일주일만에 물이 들어차자 헛웃음만 나온다.

    최씨는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콘센트가 있느 곳 까지 올라오더라"면서 "진열된 옷을 집어 던지듯 치우고 피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밤새 뜬 눈으로 지새우다가 새벽에 물이 빠지기 시작해서 와 보니 쇼파는 둥둥 떠다니고, 벽지니 집기니 할거 없이 엉망이더라"면서 "일주일전에 해서 다 새것인데 물 한모금 마실 여유없이 지금껏 쓸고 닦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두호시장 인근 침수피해를 입은 상가가 복구를 위해 집기를 밖으로 빼놓고 있다.(사진=김대기 기자)

     

    최씨 가게 옆으로 골목을 따라 늘어선 가게는 어느 한곳도 빠짐없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가게 앞마다 집기와 쓰레기를 담은 마대자루들이 놓여있고, 상인들은 집기에 묻은 흙탕물을 닦는데 여념이 없었다.

    골목 중간 중간에는 침수로 발생한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였고 폐기물을 치우는데 청소차 몇 대로는 부족해 보였다.

    때마침 동원된 해병대 장병들이 도움이 본격화 되자 복구는 좀 더 탄력을 받는듯했지만, 원상복귀까지는 멀어보였다.

    침수피해를 입은 두호시장 인근 상가 모습(사진=독자제보)

     

    이 골목 중간에 있는 R마트 인근 상가들은 침수 피해 직격탄을 맞았다. 이 곳은 성인 남성 가슴 아래까지 물이 찰 만큼, 침수가 심했기 때문이다.

    인근 식육점 상인 황흥선(57)씨는 "못쓰게 된 고기가 200만원이다"면서 "여기에 진공포장기, 육절기 포함하면 하루아침에 1천만원이 넘게 날아갔다"고 하소연했다.

    청과물 상인 최필수(62·여)는 "가게에 있던 배와 포도, 사과 등을 박스채로 버려야 했다"면서 "냉장고 2대와 냉장 쇼케이스 2대가 완전히 고장나서 당분간 장사하기 힘들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몇 개월 전 두호시장 인근에 배수관로 공사를 했는데 결국 자연재해에는 소용없었다"며 "이런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앞으로 이런일이 또 생길까 걱정이다"한숨을 내쉬었다.

    침수피해가 발생한 두호시장과 인근도로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차에 싣고 있다.(사진=김대기 기자)

     

    최술식 우창동개발위원장은 "비가 300mm가 넘게 왔다는 이야기가 있을때쯤 순식간에 물이 차 올랐다"면서 "펌프를 설치하려해도 이미 늦었고, 뭐 하나 들고 나올 정신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 창포빗물펌프장이 있지만 200~300mm 비가 오니 제 역할을 못했다"면서 "앞으로도 집중호우 우려가 있는 만큼, 시스템도 개선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은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지난 1일 0시부터 3일 오전 7시 322.3mm의 비가 내렸고, 호미곳은 시간당 56.5mm의 강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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