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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딸 이리샤', 소녀의 모험담이 된 이유



영화

    '마왕의 딸 이리샤', 소녀의 모험담이 된 이유

    [노컷 인터뷰] 애니메이션 '마왕의 딸 이리샤' 장형윤 감독 ①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싸이더스 사무실에서 '마왕의 딸 이리샤' 장형윤 감독을 만났다. (사진=이노기획 제공)

     

    ※ 애니메이션 '마왕의 딸 이리샤' 내용이 나옵니다.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이란 무엇일까? 장형윤 감독의 고민이었다. 현재 한국사회에 사는 평범한 고등학생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요정 세계로 가는 판타지물을 구상했다. 괴테의 시 '마왕'에서 모티프를 얻어 사후세계로 아이를 데려가는 마왕 설정을 가져왔다.

    하지만 '마왕의 딸 이리샤'에서는 이리샤가 마왕의 딸이었을 당시 이야기는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 이리샤 전사에 관해 생각이 많았지만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고, 주된 사건에 비해 아주 재미있지는 않아서 그 부분을 덜어냈다는 게 언론 시사회 때 장 감독이 밝힌 변이었다.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싸이더스 사무실에서 '마왕의 딸 이리샤' 장형윤 감독을 만났다. 왜 판타지인지, 왜 소녀를 주인공으로 했는지, 왜 마왕의 딸 전사는 거의 나오지 않는지, 궁금했던 거의 모든 것들을 물었다.

    ◇ "역시 애니는 판타지죠"

    첫 질문부터 장 감독의 답변은 명쾌했다. 판타지 세계에 관심을 가진 이유를 묻자 그는 곧장 "역시 애니는 판타지죠"라면서 "아무래도 현실적인 것보다는 판타지가 (애니메이션에서) 전통적으로 강한 분야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극적인 모험, 혹은 시공간을 넘는 강한 사랑 등 애니메이션에서 펼쳐지는 세계가 어느 정도의 비현실성과 환상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국 이름으로도, 요정 세계에서 쓰기에도 좋아 보이는 이름을 궁리하다 찾은 '이리샤'는 여자 고등학생이다.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이유는 하려는 이야기를 이끌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장르적인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보통 소년이 (주인공이) 되면 액션 활극이 되고, 소녀가 되면 좀 더 멜로를 할 여지가 생긴다. 물론 안 그래도 되지만 약간 그렇게 되는 경향이 있더라, 이상하게. 멜로적인 느낌을 갖고 있어서 소녀가 주인공이 됐다"라고 밝혔다.

    '마왕의 딸 이리샤'는 장형윤 감독이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은 무엇일까?' 하고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평범한 고등학생 소녀 이리샤를 주인공으로 해 요정 세계로 떠나는 모험을 그렸다. (사진=지금이 아니면 안돼, 한국영화아카데미 제공)

     

    기타 치기를 좋아하고, 같은 동아리에 있는 현우 선배를 남몰래 흠모하는 이리샤는 엄마가 일으킨 돈 문제로 곤란해진다. 이리샤를 짝사랑하는 진석은 우연히 그 사정을 알게 되어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만, 이리샤는 거부한다. 이리샤가 길가로 던진 돈 봉투를 주우려던 진석은 달려오는 차에 치이고, 진석의 영혼을 빼앗아가는 마왕의 모습을 혼자 목격한 이리샤가 요정 세계로 간다는 게 초반의 줄거리다.

    마왕의 이미지는 꽤 강렬하게 등장한다. 비가 꽤 많이 내리는 밤길을 급히 달리는 트럭. 그 안에는 아픈 아들을 태우고 빨리 병원에 가려는 아버지가 있다.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체구가 크고 자유롭게 어두운 하늘을 날아, 아이들의 영혼을 훔치는 마왕과 그 무리. 불안한 분위기의 음악은 긴장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호러물을 향한 욕심이 있었냐는 질문에 장 감독은 "그냥 좀 세게 가고 싶었다. 초반 진행을 강하게 가야 한다. 마왕이 아이에게 '거기 가면 꽃도 있고 뭐도 있고' 하면서 속삭이면, 아이 눈에도 마왕이 보이는 얘기였다. 음악도 음악감독한테 세게 해 달라고 했는데 잘 나온 건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 마왕과 요정 세계 이야기가 대부분 빠진 이유

    한국의 고등학생으로 사는 이리샤는 빈틈없는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장 감독이 생각한 이리샤는 '화가 많은 인물'이었다. 엄마마저 속 썩이는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고, 종종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짜증을 표출하는. 그러나 결코 '나쁜 애'는 아니라는 것이 장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용기도 있고 호기심도 있고, 자기 때문에 다친 친구를 구해야 한다는 착함이 있다. 그러니 요정 세계로 가서 그런 모험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연과 용기가 뒤섞여 요정 세계에 입성하지만, 이리샤는 끝내 마왕의 딸이었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스스로 무언가를 떠올리는 순간은 없다. 극중 아이들의 영혼을 훔치는 나쁜 마왕 말고 이리샤의 아버지인 '진짜 마왕' 모습도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장 감독은 "컷이 있었지만 뺐는데, 원래는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이미지였다. 마왕이라는 말이 나쁜 의미도 있지만 제 설정은 요정 세계의 왕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마왕의 딸 이리샤'에 등장하는 마왕은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어린아이의 영혼을 훔친다. 아주 거대하며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사진=지금이 아니면 안돼, 한국영화아카데미 제공)

     

    의도적으로 보일 만큼 이리샤의 전사가 생략된 셈이다.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 마왕을 보고, 요정 세계에 접속할 수 있다는 비범함을 지녔다는 정도만 암시한다. 마왕의 딸 전사 부분도 포함됐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고 하자, 장 감독은 "원래 재미있게 하고 싶었던 장면들이 돈이 많이 드는 장면이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연회에서 춤추는 장면이 많이 계획돼 있었는데 그게 여의치 않았다. 그런 걸 많이 만들수록 돈이 많이 든다. 애니메이션 역시 군중이 많거나 스펙터클한 장면이 돈이 많이 든다. 그러다 보니까 항상 아쉬운 게 스펙터클이 부족하다는 거다. 만들고 나서도 (마음에) 걸리는데, 저 스스로는 더할 수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라고 털어놨다.

    '마왕의 딸 이리샤' 제작비는 약 6억 5천만 원 정도다. 장 감독은 "누군가의 인생이, 노동력이 갈아진 결과"라며 "저희 조감독이 고생을 되게 많이 했다. 애니의 이응 자도, '마왕의 딸 이리샤'의 미음 자도 꺼내지 말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일 양이 많았다"고 밝혔다.

    ◇ 개구리, 기타, 부엉이, 거미 친구… 요정 세계 조연들의 탄생

    '마왕의 딸 이리샤'에는 개성 있는 조연들이 등장한다. 이리샤가 요정 세계에 들어갈 수 있게 돕는 개구리, 말하는 기타 로비, 어쩐지 의뭉스러운 면을 지닌 부엉이, 모습은 기괴하지만 알고 보니 친절한 거미 친구 등 요정 세계의 조연 캐릭터 탄생기가 궁금했다.

    개구리는 요정 세계의 귀족으로 이리샤의 모험 중 길잡이가 되어준다. 한마디로 '호위무사'다. 장 감독은 "뭔가 이리샤를 항상 돌봐주고 지켜주는 캐릭터"라고 전했다. 다소 진지한 개구리와 달리 다양한 요정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기타는 넉살 좋은 성격으로 설정했다. 장 감독은 "개구리가 막 발랄한 성격은 아니어서, 발랄하고 유쾌한 누군가가 있길 바랐고 (기타 로비는) 삼촌 같은 캐릭터가 됐다"라고 밝혔다.

    위쪽부터 개구리, 말하는 기타 로비, 거미 친구, 앤드류 (사진=지금이 아니면 안돼, 한국영화아카데미 제공)

     

    가분수처럼 보이는 부엉이와 금발의 꽃미남 청년 앤드류는 사실 같은 존재다. 당연히 앤드류가 저주에 걸려서 부엉이가 된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다. 장 감독은 "부엉이가 원래 모습이다, 앤드류가 죄를 지은 게 아니라. 마왕이 부엉이에서 앤드류로 바꿔준다고 약속해 놓고 안 바꿔준 거다. (부엉이가) 외모에 관심이 많은 애라서 연예인 같이 되고 싶어 했다"라고 부연했다.

    이리샤 무리를 먹잇감으로 여기는 모습으로 긴장감을 선사한 거미는 사실 이리샤와 가까운 친구였다. 거미 친구의 등장 이유를 물으니, 장 감독은 "악역 같이 등장했지만 악역이 아니고, 의외로 도움을 준다"면서 "요정 세계에 와서 음식 먹는 장면을 넣고 싶었다. (처음엔) 좀 더 복잡한 식당을 계획했고, 이리샤를 돕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많이 단순하게 끝나버렸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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