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제공)
2월말 이후 멈춰섰던 북핵 시계가 7개월여만에 다시 돌아가게 됐다.
북미정상이 6월30일 판문점 회동에서 2~3주내 실무협상을 갖기로 한지 3개월여 만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일 담화를 통해 북미가 오는 5일 실무협상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선희 부상은 "조미(북미)쌍방은 오는 10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10월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최 부상은 이어 "나는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조미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며 "우리 측 대표들은 조미실무협상에 임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그러나 예비접촉 장소와 실무협상 장소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판문점이나 평양 또는 스웨덴 등 북한대사관이 있는 제3국이 거론되고 있지만 협상 날자를 북한이 발표한 점에 비춰 구체적인 장소는 미국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실무협상에는 미국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에서는 김명길 전 베트남 주재대사가 외무성 순회대사로 직책을 바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명길 순회대사는 지난달 20일 발표한 담화에서 자신을 '조미(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라고 소개한 바 있다.
북미간 비핵화협상은 6월말 북미정상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문제삼고 잇따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지연돼 왔다.
그러던 중 지난 달 9일 최선희 부상이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협상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하고 이어 비핵화의 '새로운 방법론'까지 거론하는 등 북한을 향해 잇따라 유연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북한에 밝은 미래와 비핵화를 강조하면서도 새로운 방법론과 구체적인 체제보장 방안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하는 등 협상을 앞두고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지난 달 26일만 해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미간 실무협상 일정을 아직 잡지 못했다며 "전화벨이 울리기를 기다린다"고 밝힌 점에 비춰 이후 며칠 사이 협상 일정 조율이 급진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미가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한 것은 시간이 더 지나갈 경우 사실상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재선을 앞두고 비핵화 협상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둬야 하는데다 특히 최근에는 탄핵 정국까지 맞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미국의 대선 국면 등을 감안해 지난 4월에 이미 올해 말로 협상 시한을 제시한 바 있다.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의 물꼬가 트일 경우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새로운 계산법'에 대해 미국이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명확한 징후는 아직 없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기자회견 직후인 지난 27일 담화를 통해 "또 한 차례의 조미수뇌회담이 열린다고 하여 과연 조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겠는가 하는 회의심을 털어버릴 수 없다"고 한 것도 미국의 계산법이 변하지 않았다고 보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