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말 제작된 미쓰비시 사보(사진=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강제노역 피해자들을 돕는 일본 단체의 대표가 한국을 찾아 강제징용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자료를 추가로 공개했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단체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는 23일 오후 광주시의회 시민 소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945년 8월 작성된 미쓰비시의 사보(社報)를 제시했다.
해당 자료는 미쓰비시에서 제작한 40회 사보로 당시 미쓰비시에는 34만 7974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었으며 반도인(조선인) 징용자는 1만 2913명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다카하시 마코토는 "아베 정부는 '징용공'이라는 표현 대신 '징용 문제'라고 표기하며 조선에서 자발적으로 온 노동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보를 통해 징용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며 "우리에게는 우리 손으로 조사한 진실한 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단체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가 광주시청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박요진 기자)
이어 옆자리에 배석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손을 들어 올리며 "진실은 절대 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자료는 다카하시 대표와 함께 활동하는 회원이 10여년 전 한 대학 도서관에서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하시 대표는 "아베 정권은 입맛에 맞게 역사를 다시 쓰는 가장 악질적인 타입"이라며 "러·일 전쟁에서의 일본의 승리는 아시아 국가들을 북돋았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카하시 대표는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일본 내 인권·사회단체들이 조선인 강제징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 이후 아베 정권의 대응을 보며 일본 시민들이 과거사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며 "소송 지원에 참여한 인권변호사와 관련 활동을 펼친 단체 등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까지 일본 평화운동가들조차 한국과 관련한 역사에 대해 한 번도 진솔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며 "하지만 한국 대법원 판결 취지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 등을 공부하고 싶다는 요청이 늘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국과의 관계에서는 위기라고 할 수 있지만 전쟁 이후 일본이 진정한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물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왔다"고 덧붙였다.
일부 언론에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한국에 대한 반감은 40대 이상 장년층에서 크게 나타나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다카하시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이용섭 시장을 만난 뒤 다큐멘터리 '나고야의 바보들' 상영회에 참석한다.
나고야의 바보들은 임용철 감독이 10여 년 동안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일본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를 도운 일본인들의 투쟁기를 그린 영화로 오는 24일 광주독립영화관에서도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