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김해 한림면민들과 경찰이 김해시청 앞서 대치중(사진=이형탁 기자)
경남 김해시에서는 가축분뇨 처리시설을 확대하려는 시와 반대하는 주민들이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악취로 고통을 받아온 주민들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4일 오후 김해 한림면에 있는 가축분뇨처리시설 앞.
불과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김해시청과는 사뭇 다른 불쾌한 공기가 느껴졌다.
'턱'하고 숨막히는 악취에 취재진은 고통을 호소했다.
취재진이 시설 주변 1~2㎞를 돌아 다녀도 불쾌한 악취는 떠나지 않은 듯 했다. 시설 4~5㎞ 떨어진 한림면행정복지센터에서도 불쾌한 냄새가 따라다녔다.
4일 한림면 행정복지센터 앞(사진=이형탁 기자)
센터 앞 대형 현수막은 현재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다.
한림면 토박이 김모(53.남)씨는 "동물 사체 썩은 냄새가 난다"며 "증설화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문모(70.여)씨는 "산 깊은 곳에 지어야지, 주민들 사는 곳에 지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몇몇 주민들은 집에서 창문을 열지 못해 공기청정기를 1년 내내 가동한다고 했다.
행정복지센터 근처에 이따금 보이는 젊은 사람들도 악취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구모(38.여)씨는 "한림으로 이사 온 지 2년 됐는데 익숙해져도 밤 되면 냄새가 더 난다"며 "문을 닫고 산 지 오래됐다"고 했다.
자녀 교육으로 4년째 한림면에서 살고 있는 이모(43.남)씨는 "아파트에 있으면 문을 못 연다"며 "들어올 때 공기청정기를 샀고, 나가고 싶어서 아파트를 지난 2월 내놨는데 아직 안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김해 하천서 물고기 집단 폐사(사진=독자 제공)
최근에는 또 분뇨시설 관계자들이 농지에 대량으로 버린 가축액비가 하천에 유입돼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악취가 코끝을 찌르지만 관련자들이 불법적인 행태를 저지르고 공무원들은 이를 관리하지 못한다며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송유대 한림면주민자치위원장은 "가축액비를 하천에 버리는 등 관련자들이 불법을 버젓이 저지르는데, 어떻게 김해시를 믿겠냐"며 "증설화 무효가 아니면 집회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에 이어 이날에는 한림면민 800여 명이 김해시청과 민주당 민홍철 김해지역사무소 앞에서 증설화 반대 집회를 열었다.
김해가축분뇨공공처리장(사진=이형탁 기자)
이와 관련해 김해시는 계획대로 증설화 작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오히려 이번 사업으로 시설이 개선되면 악취를 최소화한 분뇨 처리량이 많아진다"며 "이를 통해 양돈농가가 밀집한 한림지역의 악취 민원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기대되며 사업 추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로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해시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은 1993년에 하루 130톤 처리용량으로 준공하고 2013년에 하루처리 200톤을 증설해 현재 하루 330톤 처리용량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화사업은 처음 설치했던 130톤 처리시설을 철거하고 330톤 용량을 새로 설치해 모두 하루 530톤 처리시설 용량을 목표로, 총 사업비 450억원을 들여 2022년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