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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은 2014년 11월 '징용사건 쿠데타'를 감행했다



사건/사고

    김앤장은 2014년 11월 '징용사건 쿠데타'를 감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징용사건의 역사는 길고 아직도 아득하다. 급기야는 한·일간 경제전쟁까지 일어났다. 그간 징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몇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특히 그 변곡점 가운데 2014년 11월을 주목하고자 한다.

    2014년 11월 13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변론을 맡고 있는 한국 최대 로펌 김앤장에 '중대한 정보'가 보고됐다.

    김앤장 고문으로 있는 외교부 출신의 현홍주 전 주미대사(사망)와 유명환 전 외교장관은 징용사건 총괄책임자로 송무팀을 이끌고 있는 '김앤장 내 2인자' 한상호 변호사에게 '징용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결정 내용'을 보고한다.

    한상호는 황급히 관련자들을 모았다.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2012년 대법원 소부의 징용사건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는 확신을 김앤장이 갖게 된 것이다.

    한상호는 즉각 '징용사건 대응팀'을 꾸렸다.

    그간 김앤장은 송무팀 위주로 징용사건을 다뤄왔다. 대응팀에는 외교부 고위 공무원 출신인 두 명의 고문이 전격 투입됐다. 현 전 대사와 유 전 장관이다. 여기에 일본말에 능통한 판사출신 변호사 2명도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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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8월 7일 양승태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한상호의 증언내용이다.

    검사: 2014년 11월 경 현홍주 전 주미대사, 유명환 전 장관과 모인 자리에서 현 전 대사로부터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 대해 정부 동향을 들었나요?
    증인(한상호): 네. 그 무렵 정부 동향을 처음으로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검사: 당시 현 전 대사가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고 비서실장 김기춘도 대법원에 이야기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했는데 기억이 납니까?
    증인: 희미한 부분이지만 그랬던 것 같습니다.

    검사: 11월 13일 이런 정보를 취득한 뒤 김앤장 사무실에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일본 관계자들에게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있습니까?
    증인: 오전에 말씀드렸듯이 내부 의사결정은 고객과의 비밀이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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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은 2014년 11월의 김앤장 결정을 <새로운 차원의 접근>이라고 했지만, 이는 '법원을 상대로 한 군사쿠데타'나 다를 바 없었다.

    김앤장 내부적으로 선전포고와 같은 것이었다. 법리논쟁 차원을 떠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징용사건 판결을 엎겠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김앤장은 소송 대응방법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청와대와 대법원의 징용사건에 대한 '번복 의지'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한국의 최대 로펌이라 하더라도 불가능한 결정이었다. 만약 실패를 가정한다면 도저히 가당치 않는 결정이었다.

    실패할 경우, 한국 최고 권부인 청와대와 외교부, 대법원을 상대로 로펌이 마치 군사작전하듯 로비와 재판거래를 한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그들은 그런 후폭풍을 아예 계산하지 않은 듯하다.

    대응팀은 철저히 비밀리에 움직였다.

    대응팀이 상대하는 청와대나 외교부, 대법원과의 접촉을 김앤장 내 실무 변호사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심지어는 내부에 대응팀이 구성돼 있는지도 몰랐다. 그들은 검찰 조사과정에서야 대응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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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검사와 증인 한상호 간 문답이다.

    검사: 2014년 11월 경 징용 사안에 대해 대법원에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문제점을 전달할 정도로 문제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됐나요?
    증인: 네

    검사: 김앤장이 이제는 법률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외교부와 청와대를 끌어들여 대법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건가요?
    증인: 그런 상황에 맞추어서 이 사건을 어떻게 진행할 것이냐에 대해서 했습니다.

    검사: 정부 입장이 소송 외적인 방법으로 대법원을 설득하는 방법으로 전달된 것에 대해 김앤장 내부에서 논의가 됐나요?
    증인: 거기에 대해 저희가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긴 했습니다.

    검사: 이러한 '새로운 차원의 접근'하는 사람은 증인이 했던 역할이 맞습니까?
    증인: 소송팀 여럿이 함께 의논했습니다.

    검사: 좀 전에 말한 '새로운 차원의 접근'은 김앤장에서 외교부 입장에 따라 (청와대를 통해)대법원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것을 의미합니까?
    증인: 네 저희 대리인(미쓰비시)에게 도움되는 방향이라 생각했습니다.

    검사: 김앤장에서는 새로운 차원 접근위해 기존 송무팀 이외에 별도 징용대응팀을 구성한 것 맞습니까?
    증인: 별도라기보다 필요한 인원을 보충한 것뿐이지...

    검사: 증인 메모에 보면 외교부장관, BH실장, 외교안보, 민정수석, 행정처, 대법원, 국회, 언론 포럼, 이런 식으로 다이어그램 비슷한 그림이 있는데 무엇을 의미합니까?
    증인: 보시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외교장관이 주말에 보고 했고 그 다음에 담당 비서관,수석비서관이 챙기고 행정처한테 얘기하고 이런 내용들을 듣고 나름대로 제가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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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오전 속행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앤장의 '2014년 11월 징용사건 쿠데타'는 전직 고위 외교관리와 한상호 변호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상상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한 변호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절친한 사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총괄지휘자인 한 변호사는 현홍주 전 주미대사와 유명환 전 장관을 통해 끊임없이 외교부와 청와대의 반응을 살피고 집요하게 징용판결을 뒤집어야 한다는 논리와 압력을 넣었다. 그리고 그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작전'을 펼쳤다.

    로비통로는 어렵지 않았다.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있다가 나간 윤병세씨가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과 초대 외교장관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옮겨간 첫해인 2013년 1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고문으로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가 임명됐다. 무토 전 대사는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책을 쓴 작자, 그 사람이다.

    일본 미쓰비시는 김앤장에 징용사건의 정치적 해결을 도모한다며 무토 전 대사가 당시 인수위원으로 있는 윤병세 전 장관과의 면담을 주선하도록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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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검사와 한상호 증인간 문답이다.

    검사: 2013년 1월경 무토 마사토시가 미쓰비시 중공업에 취임했습니다. 김앤장 고문이었던 현홍주,유명환 통해 윤병세씨를 만나기를 희망했습니다. 김앤장과 일정 조율한 사실이 있나요?
    증인: 무 전 대사는 제가 대리하는 기업이라 구체적인 업무내용에 대해서는 이 자리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검사: 무토가 미쓰비시 고문으로 있던 건 아나요?
    증인: 내용은 모르나 업무와 관련된 것이어서...

    검사: 무토 전 대사가 윤병세 2013년 1월 만나서 오찬하고 현홍주, 유명환 증인 만나 만찬 함께 했나요?
    증인: 의뢰인과의 업무상 비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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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대법원 징용판결을 뒤집어 엎으려 했던 김앤장의 쿠데타 시도는 한상호 변호사와 현홍주 전 주미대사, 유명환 전 장관을 빼놓고 설명될 수 없다.

    그들은 법정과 법정 밖에서 회사법, 도산법, 민법, 국제법, (배상의)소멸시효 등을 놓고 징용사건을 다투지 않았다. 법리를 내세워 법률 사무를 집행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로지 전직 고위관료의 경험과 이득, 네트워크를 앞세우고 로비를 통해 역사적으로 파란만장한 징용사건을 해결(?)하려 했다. 수년 동안 그들은 무모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는 지금 혹독하다.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재판을 받고 있고 한국은 일본의 경제보복을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상호 변호사는 법정에서 '미쓰비시 중공업과 관련된 내부 업무에 대해서는 고객과의 비밀'이라며 증언을 거부하는 몰염치를 보이고 있다.

    법과 위법을 넘나드는 김앤장의 무모한 쿠데타에 대한 사법적 처벌은 영영 불가능한 것인가?

    <양승태 재판>에서 한 변호사 증언을 들으며 묻고 또 되묻는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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