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엑시트' 의주 역을 맡은 배우 임윤아를 만났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달 31일 개봉한 '엑시트'(감독 이상근) 공식 장르는 코미디와 액션이다.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는 두 청년의 이야기로, 무겁고 비관적인 느낌의 기존 재난물과 다르게 유쾌한 면과 짠내가 강조됐다.
하지만 정작 '엑시트'를 본 관객들은 이 영화가 재난물이면서 코미디와 액션물이고, 가족극이면서 안전 교육용으로도 알맞은 작품이라고 말한다. 무해함과 귀여움, 짠내는 덤이라고도 하고.
'엑시트'는 그동안 '감상과 이해, 청산별곡', '베이베를 원하세요?', '명환이 셀카', '간만에 나온 종각이' 등 단편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이상근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그래서 '엑시트' 개봉 전까지는 이 감독에 관해 알려진 게 별로 없었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임윤아는 이상근 감독을 "영화를 보고 나면 저희 감독님이 어떤 분이라는 걸 조금이나마 알게 돼, 감독님에 대해 말씀드리기가 편해지는 것 같다"라며 "이 영화에 담긴 모든 요소를 가진 분이 감독님"이라고 소개했다.
일문일답 이어서.
▶ 함께 호흡을 맞춘 조정석을 최고의 파트너라고 자랑했다.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는지 궁금하다.예를 들면 그런 거다. 대사를 표현하는 경우의 수가 많은 거다.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나 하는 느낌? 역발상 하는 것도 많이 봤다. 여기선 화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으면, 오히려 울라고 한다거나. 여러 가지의 방안을 고려하는 것 같더라. 우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어서 오빠의 아이디어에 놀랐다.
▶ 곁에 그런 출중한 사람이 있으면 같이 자극받아서 동기부여가 되는 편인가.저는 힘을 더 받은 것 같다. 용남이랑 의주가 함께 해나가는 씬이 많다 보니까, 용남이가 어떤 모습을 보임으로써 의주의 표현이 달라지는 경우도 생긴다. 정석 오빠가 저렇게 연기하는구나, 너무 새롭다, 난 생각지도 못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걸 보고 나중에 제가 시도해 볼 수도 있고, 그런 쪽으로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에너지도 받고.
임윤아는 이번 영화에서 용남 역의 조정석과 호흡을 맞췄다. (사진=외유내강 제공)
▶ 함께한 다른 배우들 이야기도 듣고 싶다.고두심 선생님, 박인환 선생님과 처음 연기한 건데 너무너무 좋으셨다. 가족들이 다 같이 나오는 씬들이 꽤 많지 않았나. 단체로 나와서 인물이 많았고, 위험하거나 힘들거나 피곤한 때도 있었는데 오히려 저희의 에너지를 북돋아 주신 것 같다. 현장에서 말 한마디 더 재미있게 해 주시고, 선생님들 덕분에 (분위기가) 더 좋았다. 저희가 에너지를 더 드려야 하는데 우리가 받는 것 같다고 얘기할 정도로.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주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너무너무 좋았다.
또 선생님들과 저희 사이에 지영 언니가 연결고리를 너무너무 잘해주셔서 저희가 선생님들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언니는 너무너무 재밌고 유쾌하고 시원시원하셔서 더 금방 친해졌다. 다들 너무 좋은 분들이어서 금방 친해졌던 것 같다. 강기영 씨도 재미있었다. 극중 유일한 의주의 지인이 구 점장이다. 극중에서는 너무나도 밉고 '아, 너무 싫다~' (웃음) 했는데 촬영 안 할 때는 진짜 남매처럼 지낸 것 같다. 정석 오빠랑 셋이서 얘기도 많이 했다. 코드가 잘 맞았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안 웃길 수도 있는데 저는 웃겼다. (웃음) 그냥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나 표정이나 타이밍이. (웃음)
▶ 이상근 감독은 '엑시트'로 장편영화에 데뷔했다. 같이 작업해 보니 어땠나.감독님은 굉장히 레인보우 같다. 컬러가 굉장히 다양하고 다채롭다. (웃음) 영화를 보고 나면 저희 감독님이 어떤 분이라는 걸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감독님에 대해서 말씀드리기가 편해지는 것 같다. 저희 영화가 감독님 모습이다. 용남이 캐릭터와 (감독님이) 똑같은 정도는 아니어도, 이 영화에 담긴 모든 요소를 가진 분이 감독님이다. 액션, 코믹, 감동, 재난 이런 것들이 감독님이 쓰신 대본 안에 다 들어가 있지 않나.
진짜 조용하신 부분도, 유머러스하신 부분, 수줍으신 부분도 있고, 되게 멋지고 당당하고 남자다운 면도 있으시다. 굉장히 독특하신 것 같으면서도 평범하시고, 다양한 면을 가지신 것 같다. 근데 너무~ 맨날 씬을 찍을 때마다 저희한테 미안해하셔서… (웃음) 정석 오빠가 '왜 이런 걸 찍었냐'고 했을 때 감독님이 '그럼 왜 한다고 하셨어요?'라고 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것도 감독님을 표현하는 한 부분인 것 같다. (웃음)
임윤아는 차기작을 보고 있는 중이며, 장르나 캐릭터는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 언론 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아직까지는 못 봤다고 했는데 또 영화를 보러 갈 생각이 있나. 또, 관객들의 진솔한 반응을 듣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다면.VIP 시사회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제가 몰래 가 있을 수도 있다. (웃음) 개봉하면 보러 갈 거라서. 사람들 반응을 듣는 건… 아직 어떤 방법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 올해는 첫 주연작 '엑시트'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스페셜 앨범도 냈다. 좋은 곡이 있다면 앞으로도 음원을 낼 건가.네, 오픈돼 있다. 이번에는 나왔던 곡을 스페셜 앨범으로 낸 거였다.
▶ 발표한 곡이 잔잔하고 감성적인 곡이 많은데 본인이 추구하는 스타일인가.그런 편이다. '덕수궁 돌담길의 봄'이 제가 처음 작업한 곡이었고, 제가 좋아하고 즐겨듣는 스타일, 나도 이런 스타일의 곡을 하고 싶다고 했던 게 '바람이 불면'이었다. 진짜 제가 원하는 모든 걸 찾아서 넣은 곡이다. 그런 분위기라든지. 작곡가 오빠랑도 얘기를 많이 해서 나온 곡이다. 가사에도 (제가) 참여했고,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모든 것에 다 저의 코드가 담겨 있다. 제가 좋아하는 대로 다 만들어졌다.
'바람이 불면'은 저의 원래, 평소 목소리, 꾸며지지 않은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은 곡이어서 의미가 있다. '너에게'는 (효리네) 민박 하면서 받게 된 곡이고, '바람이 불면'의 밝은 버전을 하고 싶어서 '여름밤'이 나왔다.
▶ 요즘 즐겨듣거나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나.요새는 뭐가 있을까. 아! 태연 언니가 1위를 하고 있더라. 저도 아침에 들었다. (웃음)
(* 기자 주: 태연은 tvN 금토드라마 '호텔 델루나' OST '그대라는 시'로 약 2주 동안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임윤아는 올해 5월 30일 생일을 맞아 지금까지 발표한 곡과 신곡을 묶어 '어 워크 투 리멤버'라는 스페셜 앨범을 냈다. 왼쪽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은 '바람이 불면'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 출연하고 싶은 작품의 장르가 있는지.
진짜 장르나 캐릭터 다 열려 있다. (차기작은) 계속 보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모두 저는 제한 두고 있는 게 없다.
▶ 앞선 인터뷰에서 핑클 완전체가 뭉친 '캠핑클럽'을 보고 소녀시대 생각이 난다고 했던데, 예능 계획은.곧 '아는 형님'에 나온다. '런닝맨'에도 나왔고. '캠핑클럽'은 저희도 시간이 지나서 그런 걸 하면 좋겠다고 멤버들끼리 얘기했다.
▶ 벌써 한 해의 절반이 넘게 흘렀다. 올해의 계획이 궁금하다.작년 12월에 '엑시트' 촬영이 끝났는데 벌써 개봉을 앞뒀다. 반년이 지나갔다니까 너무 시간이 빠르기도 한데, 일단 '엑시트'가 잘됐으면 좋겠다. (웃음) 저도 계속 꾸준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체력? (웃음) 영화 찍으면서 남은 건 체력, 체력이 중요하다는 점! (평소 체력이) 나쁘지는 않은데, 올해 한 운동 효과는 올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 쌓이고 쌓여서 나중에 빛을 발하더라. 다른 사람들이 일찍 일찍 운동을 해야 한다고들 한 이유를 알겠다. (웃음) <끝>
배우 임윤아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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