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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민, 9년 동안 연기하며 가장 많이 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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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소민, 9년 동안 연기하며 가장 많이 변한 것

    [노컷 인터뷰] '기방도령' 해원 역 배우 정소민 ②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정소민을 만났다. (사진=판씨네마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기방도령'의 내용이 나옵니다.

    한예종 연극원 연기과 출신인 정소민은 지난 2010년 드라마 '나쁜남자'로 데뷔했다. 바로 다음 작품인 '장난스런 키스'에서 주인공 오하니 역을 맡았고, '스탠바이',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빅맨', '디 데이', '빨간 선생님', '마음의 소리'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여러 가족이 나오는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부터 현실적인 청춘의 고민에 로맨스를 녹인 '이번 생은 처음이라', 위험하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멜로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까지 다채로운 작품에서 꾸준히 주연을 맡으며 성장했다.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기방도령'(감독 남대중)은 정소민이 출연한 첫 사극이었다. 단아하면서도 주관이 있고, '차별'에 대해 반감을 품고 저항하는 해원 역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해원은 반상의 구분이 분명했던 조선 시대에 살기에는 일찍 '깨어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소민에게, '이 부분은 깨어있는 것 같다' 싶은 게 있냐고 묻자 그는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오픈된 것 같다'는 답을 들려줬다. 매 작품 다른 캐릭터를 만나면서 좀 더 열린 마음을 갖게 됐다고.

    일문일답 이어서.

    ▶ 해원은 허색(이준호 분)을 향한 연심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다가, 후반부에서야 허색을 벌하려는 유상(공명 분)에게 울며 애원하는 것으로 드러낸다. 옥에 갇힌 허색을 찾아간 건 마음을 확인받으려는 의지 때문이었을 것 같은데, 그때 해원은 어떤 심경이라고 생각했나.

    해원이는 이 사람(허색)이 무슨 짓을 했고 어떤 신분이라는 것보다는, 왜 나한테 거짓말을 했는지에 대해 원망과 분노가 있었을 것 같다. 옥사에 가기 전까지 하루이틀이 아니고 한 달 정도 매일 해원이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초반 며칠은 너무 화나고 혼란스럽고 슬펐을 것 같다, 되게 감정적으로.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거 같고, 허색을 너무 좋아했으니까 희망을 붙잡고 싶었을 것 같다. 사람을 좋아하면 믿고 싶어지지 않나. '이유가 있었을 거야. 분명히 내게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을 거야' 하면서 내적 갈등의 연속이었을 거 같다.

    마침 알순이(고나희 분)가 전한 (허색의) 마음은 거짓이 아니었다는 말을 듣고 뭔가 번쩍 했을 거 같다. 그렇다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들어봐야겠다고 여긴 것 같다. 마음은 진심이었단 말을 들었다면 아마 해원이가 (유상과) 혼인하지 않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끝까지 밀어내는 허색을 보면서 더 이상 제가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걸 알았을 거다. 저 사람의 선택도 존중해야 하는 거고. 마음으로는 그렇게 대하는 허색 보면서 상처받았겠지만.

    ▶ 허색에게 듣고 싶은 말을 못 들었다고 해도, 유상과 꼭 결혼해야 하는 건 아니었을 텐데. 왜 유상과 결혼했을까.

    저도 그 지점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다. 사랑하지 않은 사람과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유상과 결혼을 했을까? 저 역시도 현대에 사니까, 나 같으면 혼자 살 것 같은데 싶더라. 그런데 해원이 입장에서 또 한 번 생각해 보니까 제가 생각지 못한 포인트가 있었다. 유상이 여태까지 정말 묵묵히 기다려주고 있었지 않나. 어려서부터 한결같이 기다려줬고,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집안 반대가 심한데도 '그럼 다 버리고 해원이랑 결혼하겠다' 이렇게 하는 상황도 있었다. 집안 반대에도 해원이를 위해 다 버릴 정도로 해원이를 사랑하고, 허색이랑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한결같은 마음을 얘기하는 걸 보면서 해원이는…

    해원이는 이십 년 전에 일어난 오빠(김동영 분)와의 일도 책임감을 갖고, (과거 입격이) 안 될 걸 알면서도 오빠를 보필하는 아이다. 해원이에게 가장 크게 자리 잡아 있는 마음은 고마움과 미안함이었을 거다. 유상에게는 고마운 마음이 가장 컸을 거고. 내가 이 사람을 그냥 모른 체해 버리면 이 사람에게 더 이상 갚을 기회가 없는 것 아닌가. 어떻게 보면 나만 편한 건데, 이 사람 옆에서 평생 빚진 것을 갚아나갈 방법이 그것(결혼)뿐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 지점도 굉장히 컸을 거 같다. 허색에 대한 마음을 밑바닥까지 속속들이 다 봤는데도 괜찮다고 기다리겠다고 하는 사람을 쉽사리 밀어낼 수 있었을까. 거기다가 오빠까지 돌봐주겠다고 얘기하는 그 마음을 외면할 수 있었을까.

    정소민이 맡은 해원은 허색(이준호 분)과 유상(공명 분)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인물이었다. (사진=판씨네마 제공)

     

    ▶ 해원과 허색의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슬퍼지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밝고 유쾌했다. 특히 허색, 육갑(최귀화 분), 난설(예지원 분), 알순 등이 웃음을 담당했는데. 영화 보면서 어느 부분에 빵 터졌나.

    처음 진짜 크게 웃었던 건 육갑 등장씬이랑 '꽃이 말을 하네'를 따라 하는 씬이었다. 그렇게 화내면서 하실지 몰랐는데… '어려 보이니까!' 하고 막 화내시지 않나. (웃음) 그 포인트에서 지원 선배님께서 심쿵하는 것도 너무 웃긴 거다. 아, 알순이는 가슴 칠 때마다 재밌었다. (웃음)

    ▶ 해원이 서가에서 '위대한 소원'이라는 제목의 책을 보고 "썩었어요"라고 하는 대사가 웃기더라.

    감독님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원래 대사에는 없던 건데 준비된 소품 중 '위대한 소원'이 있더라. 어떻게 살려요? 물었다. 여러 가지 버전이 있었다. 그냥 탁 덮고 던지는 것도 있고 '별로예요'라고 하는 게 있는데 가장 센 게 나갔다. 준호 씨랑도 연습하면서 엄청 웃으면서 했던 장면 중 하나다. (* 기자 주 : '위대한 소원'은 남대중 감독의 전작이다)

    ▶ 다른 배우들이 코믹 연기를 뽐내는 걸 보며 본인도 욕심나진 않았는지.

    저는 되게 지원 선배님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게 아니라 허색과 육갑이 하는 코미디 퍼레이드 속에서 중심을 딱 잡으면서 캐릭터 가지고 가시지 않나. 엄청 진지하고 카리스마 있기 때문에 한 마디씩 코믹한 대사를 하거나, 상황적인 코미디를 만났을 때 배가되는 느낌이 드는 거다. 선배님도 대단하고 감독님도 그런 밸런스 잘 맞춰주셔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어떻게 보면 세 분과는 떨어져서 참여하게 되지 않나. 그러다가 잠깐씩 만나게 되고. 마냥 진지하지만은 않은 부분도 있고. 돌직구를 던지기도 한다. '외모는 제 취향 아니에요'라든지. (웃음) 당돌한 면이 있어서 코미디적인 교집합에 살짝 걸쳐있는 게 아닐까.

    ▶ 이번에 이준호 씨도 그렇고 누구와 연기를 해도 합이 좋은 것 같다.

    촬영 같이하고 나면 항상 좋은 관계로 남는 것 같다. 항상 되게 좋은 친구가 된다. 준호 씨랑도 실제로 동갑내기 친구고 눈치 보는 거 전혀 없고 서로 치얼 업해 준다. 힘들어 보이면 서로 '힘내자!' 하고,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서로 예쁘다 예쁘다 해주면서 촬영했다. 어떻게 보면 제가 현실에서는 이성에게 먼저 다가가거나 이러지 못하는 성격인 것 같은데 (상대역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촬영해야 하는 거니까 저 역시 다가가지 않으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상대방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극대화해서 많이 보려고 하는 것 같다. 이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보여야 좋아하는 마음을 연기할 수 있는 거니까, 보자마자 좋은 점들을 찾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게 화면에서 숨길 수 없게 나오는 것 같다. 이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고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연기할 때도 반영되는 것 같다.

    정소민은 극중 몸종 알순 역의 고나희와 촬영장에서 자주 붙어있었다고 말했다. (사진=판씨네마 제공)

     

    ▶ 허색, 유상과의 관계도 있었지만 오빠 동주와의 관계성도 인상적이었다. 홍시에 얽힌 에피소드가 처음엔 웃기게만 느껴졌는데 나중에 그렇게 감동적으로 재현될 줄 몰랐다.

    사실 제일 배우분들과 붙었을 때 가장 어려웠던 게 동영 씨랑 붙었을 때였다. 알순과 오빠랑은 평생 같이 살아온 건데, 알순이하고는 현장에서 거의 같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뭔가를 쌓아갈 시간들이 조금은 있었는데, 오빠는 처음 만난 날 그 홍시 장면을 찍었다. (웃음) 그렇다 보니까 뭔가 말을 나눠볼 새도 없이, 정말 상상으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까 굉장히 어려웠다. 그래서 (그 장면에서) 준비가 가장 많이 필요하기도 했다.

    관계 구축할 때 가장 어려운 게 가족 설정이다. 가족과는 같이 살 부대끼면서 살아온 거니까 연기로 풀어내기가 가장 힘들다. 보자마자 모든 걸 다 담아서 연기한다는 게 저한테는 모든 씬 중에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씬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한테는 오빠라는 사람 자체가 너무 아픈 손가락 같고 너무 애틋하고, 해원에게 가장 중요하게 설명될 수 있는 인물이다. 거기다 홍시는 해원이의 버튼 같은 거다. 죄의식도 있고 오빠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복합적으로 든 오브제라서, 그걸 보자마자 (감정이) 올라오는 게 있다.

    그냥 홍시가 아니라 오빠가 나무에 올라가서 따느라 상처투성이가 됐다는 게… 해원이가 봤을 때는 또 한 번 미안했을 것 같다. 나 때문에 왜 또 거기를 올라가? 원래 대사는 다 존댓말로 쓰여있었는데 감독님한테 이때는 진짜 오빠 동생처럼 예를 갖추지 않고 어렸을 때처럼 소리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왜 그랬어?' 하고 소리치는 장면은 그렇게 나온 거다.

    ▶ 앞에서도 말했지만,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어느 정도였나.

    너무 좋았다. 계속 지방, 아님 산속에서 찍는데 그때 서울은 한참 미세먼지도 많고 이럴 때였다. 저희는 해남에 있는 절을 갔었는데, 워낙 머니까 가는 동안 지칠 법도 한데 오는 게 전혀 어렵지 않을 정도였다. 딱 촬영하는데 푸른 하늘을 굉장히 오랜만에 본 거다. 주변이 다 산이고 하늘도 너무 예뻐서 너무 힐링이 되더라. 진짜 와서 템플 스테이를 해야 하나 할 정도로 너무 좋은 거다. 일하러 왔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고, 같이 있는 사람들도 너무 즐겁고, 감독님한테 촬영 더 할 거 없냐고 할 정도로 좋았다.

    너무 좋은 데를 많이 와서 좋나 보다 했는데 아무리 맛있는 밥도 불편한 사람이랑 먹으면 체하지 않나. 환경도 너무 좋았지만 거기에 다 좋은 사람들끼리 모여 있어서 진짜 좋았던 거구나 싶어서 팀한테 새삼 감사하게 되더라. 그렇게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데에 감독님이 정말 팔 할 이상 해 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수장으로서 전체를 아우르시고 배우들뿐 아니라 스태프들도 편안하게 분위기 만들어 주셨다. 감독님이 너무 많이 배려해 주신 것 같다.

    ▶ 이번에 맡은 역할이 조선 시대의 통념에서 벗어난, 차별에 반대하는 해원 역할이었다. 이른바 '깨어있는' 역할인데, 본인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나. 혹은 벗어나거나 깨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제가 연기한 지 한 9년 정도 됐는데 제일 많이 변한 건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오픈된 것이다. 연기를 계속해서 공부해 나가는 과정이 사람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과정과 굉장히 닮아 있더라. 일단 가장 첫 번째 단계는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좀 더 이해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먼저인 것 같다. 그다음이 캐릭터 접근이다. 매 작품 나와 다른 캐릭터를 만나는 건데 나와 다른 한 인격체를 이해하는 과정이 사람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이더라. 그게 조금 더 넓어져서 캐릭터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과 닮아 있었다.

    처음 딱 어떤 캐릭터를 받으면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나라면 이렇게 안 할 것 같은데… 하는. 그런데 이 사람의 성장환경과 가치관에 들어가서 보면, '그럴 수 있지' 하게 되어버리니, 어떻게 보면 저 한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제 기준이 아니라 그 사람(캐릭터)의 기준으로 생각하게 된 게, 처음 연기 시작했을 때와 달라지고 많이 열렸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물론 되게 많이 열린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닫혀 있는 부분도 있다.

    배우 정소민 (사진=판씨네마 제공)

     

    ▶ 최근에는 예능('리틀 포레스트')에도 출연하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유튜브는 올해 초부터 조금씩 계획하다가 더 늦어지면 못 올릴 거 같았다. 저는 준비를 좀 더 해서 하고 싶었는데 하면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다. 욕심은 끝이 없으니까. 전문성을 갖추기까지는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더라. 일상 자체가 서툰데 (웃음) 뭘 전문적으로 하나 싶어서. (웃음) 유튜브 개설하기 전부터 찍었던 것들이고, 아주 기술적인 부분은 친구가 도와주고 나머지 부분은 조금씩 배우면서 같이 하고 있다. 모르는 부분은 친구한테 물어보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평소에 사진을 찍는데, 어디 올리기가 애매한 게 너무 많은 거다. 강아지랑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귀여운 모습이 보일 때마다 계속 찍는데 영상으로 남기는데 이걸 어딘가 엮어서 만들지 않으면 지나가 버릴 것 같았다. 팬들이 되게 원했던 것 중 하나이기도 하고. 소통할 수 있는 되게 좋은 기회라서 하게 됐다.

    ▶ '기방도령' 홍보를 한다면.

    팝콘 먹으면서 보기 좋은 영화다, 사실. 장르적인 것도 그렇고. (웃음)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 즐기면서 볼 수 있게 그러려고 만든 영화다. 다른 분들도 맛있는 거 드시면서 보셨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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