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7월 22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 정관용> 각양각색 인간사 문제들, 해답의 단초를 동물세계로부터 배우는 ‘우리 딱 동물들만큼만 합시다’. <최재천의 동물보감>입니다. 얼마 전에 국회가 막 몸싸움하고 그럴 때 ‘동물국회’라는 표현 씁니다. 그러다가 국회 문 못 열면 ‘식물국회’라고 불립니다. 그 얘기 듣는 동물들, 식물들은 기분이 어떨까요? 오늘 그 얘기. 우리 그만 좀 싸웁시다, 동물들의 소통법이라는 제목으로 최재천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최재천>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동물국회라는 말, 식물국회라는 말 들으면 듣는 동물들, 듣는 식물들 기분이 어떨까요?
◆ 최재천> 나쁘겠죠.
◇ 정관용> 왜 나쁜지 상세히 설명해 주세요.
◆ 최재천> 일단 ‘자기는 동물 아닌가?’ 이것부터 이제 나올 거고요.
◇ 정관용> 자기들도 동물이지.
◆ 최재천> 동물인데. 저는 사실은 식물국회라는 말을 더 오래 들었잖아요. 식물국회라는 얘기할 때 진짜 저 화가 나서 글도 한번 썼어요. 저는 이제 한국에 있을 때도 동물학과라는 과를 나왔고요. 그래서 식물을 배워보지를 못했어요. 그런데 미국에 가서 생물학과에 가서 공부를 하니까 식물을 모르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날 식물수업을 들었는데 자칫하면 제가 식물 쪽으로 옮겨갈 뻔했어요.
◇ 정관용> 전공을 바꿀 뻔.
◆ 최재천> 네, 너무 재미있어서. 식물들이 못 움직이니까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 못 움직이잖아요. 그런데 식물도 짝짓기를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저 건너편 언덕에 있는 저 암꽃을 찾아가야 되는데 자기는 못 가니까 벌을 불러서 내 대신 저 여인을 만나달라. 참 이게 동물세계로 치면 말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다른 놈 보고 내 여자를 만나달라 그러는 게.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꿀까지 상납을 하면서 만나달라 그러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답답하다 보니까 식물들은 엄청난 전략들을 개발해 놓은 거예요. 동물은 그냥 가서 ‘나 너 좋아’ 이러는 건데 식물은 자기가 못 가니까 정말 기기묘묘한 중간 매개체를 잘 꼬이기 위해서.
◇ 정관용> 색깔, 냄새, 꿀...
◆ 최재천> 별의별 게 다 있죠.
◇ 정관용> 게다가 뭘 씨앗을 튕기는 기술. 별의별 재주가 다 있어요, 식물들이.
◆ 최재천> 그렇습니다. 그래서 식물국회라는 말은 너무 말도 안 된다 그런 글을 제가 썼고요.
◇ 정관용> 식물이 하루하루 얼마나 움직이는지 아세요? 제가 갑자기 흥분하는데. (웃음)
◆ 최재천> 식물 이야기에 더 흥분하시네요. (웃음) 그런데 동물국회는 그렇게까지 화낼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동물들이 그 얘기를 들으면 ‘뭐 너희도 동물인데 뻔하겠지’ 일단 이렇게 얘기를 할 거고요.
◇ 정관용> 그게 아니고 우리가 동물국회라는 용어를 쓸 때는 반드시 몸싸움 같은 게 있을 때만 써요. 그건 듣는 동물도 기분 나쁜 거 아닙니까? 동물들은 맨날 그렇게 싸워요?
◆ 최재천> 사실 동물들은 말로 하는 것보다는 몸으로 많이 하니까. ‘너희는 말로 하는 척하더니 너희도 뻔하네’ 이러면서 동물들이 고소해할 것 같은 생각이 일단 들고요.
◇ 정관용> 여기서 진짜 엉뚱한 질문인데요. 동물들도 말싸움이란 걸 합니까?
◆ 최재천> 하죠.
◇ 정관용> 어떻게 해요?
◆ 최재천> 제가 지난번에 왜 갈매기 이혼하는 얘기 했잖아요.
◇ 정관용> 둥지 알을 오래 품으려고 하는 수컷은 배척당하더라.
◆ 최재천> 장난 아닙니다. 그 장면 이렇게 듣고 있으니까 ‘다다다다’ 막 서로 ‘왜 안 나가냐’, ’네가 나갈 때다’. 아니, 앉아 있는 놈은 온갖 핑계대는 것 같고요. ‘아까 내가 나갔는데 시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쩌고.
◇ 정관용> 말싸움을 해요, 그렇게?
◆ 최재천> 말싸움을 한참 합니다. 그래서 뭔가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 뭔가 하는 거죠. 커뮤니케이션, 의사소통이란 건 굉장히 오랫동안 저희들은 무슨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합의를 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요. 한 20년 전쯤에 영국 생물학자들이 독특한 관점을 냈는데 모두가 다 우리 동의해버리고 말았어죠.
◇ 정관용> 뭐죠?
(사진=윤창원 기자)
◆ 최재천> 그게 합의를 보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저놈을 설득해서 아니면 저놈을 살짝 속여서 내가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과정이다라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딱 생각하고 나니까 모든 게 설명이 훨씬 더 가지런하게 됩니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건 결정적으로 내가 상대를 내가 이득을 보기 위해서 상대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하는 거라는 거죠. 그러니까 뭐 말싸움은 모든 생물이 다 하고 사는 거죠, 어떻게 보면. 냄새로 싸우는 생물, 소리로 싸우는 생물, 빛으로 싸우는 생물. 그게 다 싸움이죠. 투쟁이고.
◇ 정관용> 그런데 왜 싸우는지. 조금 아까 소통, 의사소통은 커뮤니케이션은 자기의 이득을 얻기 위해서 상대방에게 뭔가 설득하든지 속이든지 유혹하든지 뭔가를 하는 목표는 자기 이득을 얻는. 그게 충돌할 때 싸움이 벌어지는 거죠. 서로가 자기가 추구하는 목표가 동일한데 하나를 놓고 다투든지 아니면 서로 다른 걸 추구하면서 그런 것도 있나요? 동물들도 서로 다른 걸 추구해서 싸우기도 하나요. 먹이 하나를 놓고 다투는 거 아닌가요?
◆ 최재천> 대개는 그렇겠죠. 다른 걸 추구하다가 싸운다?
◇ 정관용> 서로의 철학의 차이 때문에 싸운다.
◆ 최재천>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 정관용> 동물사회에서는.
◆ 최재천> 동물사회에서는 철학이 다르다고 해서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싸우는 건 저희가 여지까지 보기에는 없습니다. 그런 건 없습니다. 그런 짓 하는 건 호모사피엔스밖에 없습니다.
◇ 정관용> 인간밖에 없죠.
◆ 최재천> 허구헌 날 좌파냐 우파냐를 가지고 싸우고 진보냐 보수냐 가지고 싸우고 기독교냐 불교냐. 이게 동물들 관점에서 보면 그것처럼 이상한 일이 없을 거예요.
◇ 정관용> 그런데 그런 싸움일수록 그렇게 또 극단적으로 치닫잖아요. 종교 전쟁 보세요. 전쟁이 인류 역사 전쟁이 제일 많은 게 종교 전쟁 아닙니까, 그렇죠? 정말 저는 잘 이해가 안 돼요.
◆ 최재천> 우리 인간이 그런 면에서 참 묘한 동물입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 정관용> 적어도 동물사회는 그런 건 없다.
◆ 최재천> 네. 저희가 관찰하는 바로는 그런 건 없어요. 다만 저는 이제 억지로 제 책에다가 한번 썼는데 개미사회에서 우리가 이제 게슈탈트 이론이라고 부르거든요. 개미사회 전체가 갖고 있는 냄새가 있어요. 이번에 우리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참 냄새를 가지고 구분해내는데 제가 그 장면에서 아주 그냥 ‘봉준호 감독 이 사람 뭐지?’ 제가 그랬는데. 그 사회가 갖고 있는 냄새가 있거든요. 저 옆의 나라의 냄새랑 이 나라의 냄새가 달라요. 개미 군집마다. 그래서 저희가 이 나라의 일개미를 한 마리 잡아서 꺼내서 한 며칠을 다른 데다 뒀다가 다시 데려다놓으면 잡아먹혀요.
◇ 정관용> 냄새가 달라져서?
◆ 최재천> 냄새가 달라져서. 그 냄새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건데 그래서 개미의 경우에는 그렇게까지 행동으로 또렷하지는 않은데 벌거숭이두더지라는 거의 개미처럼 사는 포유동물이 있거든요. 저 아프리카에서 지하에 굴 파고 개미들같이 살아요. 거기에 여왕이 있어요. 그래서 그 여왕 혼자서 새끼를 낳고 나머지 두더지들은 다 털이 없어요, 그 두더지들이. 다 일개미들처럼.
◇ 정관용> 개미랑 비슷하네요.
◆ 최재천> 개미예요. 그런데 그 사회에서는 수시로 사회 구성원들이 화장실에 가서 뒹굴어요. 냄새를 공유하기 위해서. 어디 저 구석에 갔다가 오면 또 가서 거기서 뒹굴고. 그걸 가끔 보면 종교의식 같은 이렇게 느낌이 약간. 사회를 고도의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동물들에게는 뭔가가 있을 수는 있겠다. 그래서 관찰은 저희들이 열심히 합니다.
◇ 정관용> 집단과 집단을 구별하는. 그런데 그것을 냄새의 형태로.
◆ 최재천> 그리 멀지 않은, 머지않은 두 같은 종의 개미 군락이 싸울 때 보면 정말 치열하게 싸우거든요. 그런데 물론 영토를 확장하려 그러고 이런 거지만 그 국지전을 할 때 이쪽 아이들을 몇 마리 갖다가 이쪽에다 갖다 넣어놓으면 냄새가 다르면 그냥 다 당하거든요. 그래서 이 나라의 냄새라는 게 뭘까. 어떻게 보면 인간으로 치면 우리나라 사람하고 중국 사람하고 이런 건데 그 세계에서 냄새가 다르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가끔은 저게 우리에게 종교라는 게 저들에게는 혹시 냄새가 아닐까. 그런데 그것 때문에. 너희 나라 냄새가 싫어 그래서 공격하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 정관용> 영토나 먹이나 이런 것 때문인 거죠. 그런 의미에서 냄새는 집단 아이덴티티의 일종의 증표 같은 거겠죠.
◆ 최재천> 그렇죠. 그것 때문에 전쟁을 하지 않는, 설사 그게 종교와 관련 있어도 종교 때문은 아닌.
◇ 정관용> 싸움의 이유가 그것은 아닌 거죠?
◆ 최재천> 네.
◇ 정관용> 싸우다가 화해도 합니까, 동물들도?
◆ 최재천> 그럼은 가장 대표적인 침팬지들은 조금 성격이 과격하다고 저희가 알고 있고요. 침팬지랑 굉장히 가까운 보노보들은 굉장히 화해를 잘하는 그런 영장류예요. 되도록이면 싸움하는 것보다는 화해하는. 그래서 큰 무화과나무 하나에 두 보노보 집단이 동시에 딱 도착을 하면 침팬지 같으면 싸웁니다. 그래서 저쪽을 물리쳐야.
◇ 정관용> 독차지해야 하는데.
◆ 최재천> 보노보들은 관찰한 바에 의하면 한쪽 집단의 암컷이 나와서 저쪽 집단의 대표격인 수컷하고 그 현장에서 짝짓기를 합니다. 그다음에는 두 집단이 다 같이 올라서 사이좋게 나눠먹습니다. 그래서 싸우는 것보다는 가능하면 공존하는 쪽을 많이 택하는. 그래서 연구하시는 분들은 우리 인간은 인간이 과연 침팬지랑 더 가까우냐, 보노보랑 더 가까우냐 이것 가지고도 왈가왈부 많이 하는데 그게 누구랑 더 가까운 걸 따지는 건 좀 우습고요. 인간은 어쩌다 보니까 두 가지를 다 겸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죠.
콩고의 야생 보노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경우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 최재천> 그렇죠. 굉장히 폭력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굉장히 화해를 아주 굉장히 쉽게도 잘하기도 하고.
◇ 정관용> 그럼 이게 동물 사이의 소통과 갈등, 인간사회 소통과 갈등에서 결정적 차이는 지금까지 말씀 나눠본 걸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슨 철학, 이념, 종교 이것 때문에 다투는 건 인간밖에 없더라.
◆ 최재천> 그런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거 하나가 결정적 차이고. 싸우다가 화해하기도 하고 하는 것들은 비슷비슷하기도 하고 서로 추구하는 게 같은데 각자 서로 그걸 갖고자 할 때는 다툼이 벌어지는 것. 이것도 인간사회나 동물사회나 비슷하고 그런 거네요.
◆ 최재천> 또 하나는 만약에 차이가 있다 그러면. 그런데 이건 아직 학술적으로 정확한 예가, 또렷한 예가 많이 발견된 건 아닌데요. 우리가 둘 간의 관계를 얘기할 때 둘이 서로 돕거나 한쪽이 한쪽을 해치거나 그래서 뺏거나 아니면 그 둘 간에.
◇ 정관용> 주종 관계 이런 게 생기죠.
◆ 최재천> 그것도 뭐 그러니까 경쟁을 해서 누구는 갖고 누구는 못 갖고 이런 거죠. 그런데 그게 이렇게 네 코너로 하다 보면 한쪽 코너에 남는 데가 있는데 이게 뭐냐 하면 너도 못 먹고 나도 못 먹고.
◇ 정관용> 있을 수 있어요.
◆ 최재천> 그런데 동물세계에서 이 예를 굉장히 찾기가 힘들어요. 열심히 찾았어요. 지금 몇 십년째 찾고 있는데 예랍시고 가끔 나오는데 이제 그걸 누가 설명하면 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건 사실은 잘 들여다보면 뭐 이렇고 저렇고. 인간사회는 많잖아요.
◇ 정관용> 많죠.
◆ 최재천> 많잖아요.
◇ 정관용> 내가 못 먹을 바에는 너도 먹지 마 굉장히 많죠.
◆ 최재천> 우리는 참 많이 하잖아요, 그걸. 내가 못 먹는데 너는 왜 먹냐 이래서 상대도 못 먹게 하고 때로는 그렇게 해서 살인도 저지르고. 너는 뭔데. 네가 뭔데 그걸 갖느냐. 그게 또 굉장히 다른 점 중에 하나예요. 인간사회의 활동 중에.
◇ 정관용> 제가 그냥 듣고 제 식으로 해석하기에는 인간은 정말 못됐어요.
◆ 최재천> 저는 그렇게 얘기 안 했습니다.
◇ 정관용> 제가 볼 때는 별로 중요치 않은 그것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이고 막 하는 식으로 잘못됐죠. 방금 표현하신 내가 못 먹는데 너도 먹지 마. 이게 도대체 뭡니까? 서로 피해보는. 그건 인간밖에 없군요. 아예 그냥 이기고 지고 명확하게 해서 한쪽한테 몰아주든지 누구든 간에 이득을 보는 게 나은 거 아닙니까? 그렇죠?
◆ 최재천> 동물들은 대개 완전히 한쪽이 다 가져가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한쪽이 더 세서 이렇게 하더라도 그쪽이 대부분을 가지고 가고 어느 정도는 저쪽 놈도 먹어요. 이제 침팬지를 관찰해서 <침팬지 폴리틱스>라는 책을 쓰신 프란스 드 발의 그 책을 읽어보면 침팬지들은 으뜸 수컷이 돼야 암컷들과 짝짓기를 할 수 있게 되는데 그 으뜸 수컷이 돼서 자기가 혼자 모든 암컷을 독차지하기 시작하면 2위, 3위 수컷이 저쪽에서 속닥거리기 시작합니다.
◇ 정관용> 반란을?
◆ 최재천> 쟤 꺾자. 그래서 둘이 합심해서 덤비면 제 아무리 1등이라도 못 당하거든요. 그래서 오랫동안 저희가 관찰을 해 보니까 절대로 독식하지 않습니다. 독식하다가는 쫓겨나니까. 우리 조폭 두목님들이 그런 걸 잘하시잖아요. 그런데 그분들에 비해서 우리 사회의 멀쩡하신 분들이 그런 걸 너무 못하시는 게 눈에 보여요. 너무 혼자 다 갖고 계시는 분들. 그런 분들 오래 못 가시는데 저렇게 왜 저러고 계신가, 가끔은 동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답답합니다.
◇ 정관용> 갈등 얘기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건데 세대 갈등이 동물에게도 있나요?
◆ 최재천> 있습니다. 그런데 갈등이라기보다는 글쎄, 갈등처럼 보이지도 않고요. 나이 들면 그냥 동물세계에서 그냥 가차없이 밀려납니다. 개미사회에서는 나이 들면 서러운 게 전쟁터에 나가야 됩니다. 우리는 젊은 청년을 전쟁터에 보내잖아요. 그래야 우리가 전쟁에서 이긴다.
◇ 정관용> 개미는 안 그래요?
◆ 최재천> 개미는 외골격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라서 나이가 들어도 힘이 줄지가 않아요. 아주 젊은 일개미나 나이 든 일개미나 힘 차이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 일개미가 전쟁에 나가는 것보다는 나이 든 일개미가 나가는 게 더 합리적이다라는 판단에서인지 개미사회에서는 전쟁에 나가는 게 전부 할머니들이 나갑니다. 그런데 이 얘기 제가 어디서 잘못 했다가 혼났어요, 한번.
◇ 정관용> 인간도 그러라는 얘기냐.
◆ 최재천> 아니요, 그런 뜻은 절대로 아니고요.
◇ 정관용> 그런 뜻은 아니죠.
◆ 최재천> 하여간 개미사회는 지금 이런 질문을 받으면서 느끼면 서럽죠. 나이 들어서 이제.
◇ 정관용> 밀려나기도 하고 전쟁터에도 가야 되고.
◆ 최재천> 결국은 이제 전쟁터에 가서 삶을 대개 마감하고.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정관용> 이건 반대로 말하면 우리 인간들은 수천년 전부터 그랬다는 거 아닙니까. 요즘 젊은 것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 이랬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처럼 요즘 젊은 것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 하는 것은 사실은 좀 밀려나야 할 사람들이 안 밀려나려고 이 사회의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젊은이들을 비판하고 젊은이들이 기를 펴고 사는 걸 못마땅해하고 이러는 현상 아닐까요.
◆ 최재천> 저는 그거 그냥 한마디로 모순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나이 든 세대가 젊은 세대를 늘 못마땅해하잖아요. 우리보다 못난 것 같다 그러면 인류는 이미 멸망했어야 돼요.
◇ 정관용> 그랬어야죠.
◆ 최재천> 젊은 세대는 반드시 우리보다 훌륭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발전한 거죠. 그런 말은 그냥 그 자체가 모순입니다. 젊은이들이 우리보다 거의 모든 면에서 더 탁월하고 훌륭합니다. 그냥 우리 기준으로 볼 때 조금 저거 아닌데 이거지 그게 틀린 건 아니죠. 우리랑 다른 거죠.
◇ 정관용> 제가 자주 표현을 하는데요. 저희 세대들은 열여섯, 열일곱 될 때부터 부모님들한테 무슨 얘기를 듣고 자랐냐면 내가 뭘 아니, 너희들이 알아서 해. 이런 얘기를 듣고 자랐어요. 최 교수님도 그랬잖아요.
◆ 최재천> 그랬나요?
◇ 정관용> 최 교수님 부모님 안 그러셨어요?
◆ 최재천> 저희 부모님, 저희 아버님은 당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신 분이라고 생각하셔서요.
◇ 정관용> 좀 특별하신 분이네요. 그러니까 한국 사회 역사뿐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봐도 과거 이제 농경사회 때는 또 학력 수준도 높지 못하고 대체로 그러니까 저희들 세대의 부모님들 세대는 우선 학교에 가서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희귀한 일이니까 자식들이 학교 다니고 고등학교 나오고 대학 간다 그러고 야, 내가 뭘 아니? 너희들이 알아서 해. 주로 그런 얘기를 하셨단 말이에요. 그런데 요즘 50대, 60대들이 제일 잘하는 말이 너희들이 뭘 알아?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 이거거든요. 이게 인류 역사상 저는 처음인 것 같아요. 이거 잘못된 거 아닙니까?
◆ 최재천> 그렇습니다. 저는 뭐 이런 얘기 강의에서도 참 자주 하는데요. 우리 아이들 지금 우리 때 비하면 공부 훨씬 열심히 하고 있고요. 우리보다 훨씬 많은 걸 알고 있고요. 우리보다 훨씬 성격도 좋고 모든 게 다 탁월해요. 그런데 우리가 그냥 괜히 걔네들 못마땅하다고 자꾸 그래요.
◇ 정관용> 세대갈등 얘기하다가 별 얘기 다 나오네요. 그런데 젊은이들이 가끔은 좀 이상해 보이기도 해요. (웃음)
◆ 최재천> 그래요? 저는 귀엽기만 한데. 점수는 제가 확실하게 딴 걸로 하고요. (웃음)
◇ 정관용> <최재천의 동물보감> 오늘은 여기까지고요. 오늘 아까 으뜸 수컷 이런 얘기 나온 김에 또 오늘 시작이 동물국회 얘기였으니까 다음 주에는 동물사회의 정치. 그래서 리더를 어떻게 만드는지 리더 교체는 어떻게 하는지. 이런 얘기 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 최재천> 알겠습니다. 최재천의>침팬지>기생충>최재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