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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가 본 '나랏말싸미' 한글창제 왜곡 논란



문화 일반

    역사학자가 본 '나랏말싸미' 한글창제 왜곡 논란

    심용환 교수 "과거의 옷을 입은 현재적 영화"
    "100% 허구 이야기로 보편적 시대정신 담아"
    "역사왜곡 논란 통한 통념 강화 움직임 우려"
    "영화 등으로 역사 공부하도록 만든 사회 한계"
    "소모적 논쟁 벗어나 역사 관심 높이는 통로로"

    영화 '나랏말싸미' 스틸컷(사진=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제공)

     

    한글 창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하자마자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리면서, 사극 형식을 빌려온 문화 콘텐츠를 대하는 우리 사회 통념을 되짚어 볼 때라는 비판이 나온다.

    역사학자인 심용환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25일 CBS노컷뉴스에 "개봉 전 시사회에서 미리 본 영화 '나랏말싸미'는 과거의 옷을 입은 현재적인 영화로 다가왔다"며 "젠더 이슈 등 다양성·다원성을 주제로 삼는 오늘날의 현실에 부합하는 보편적인 문제의식과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고 총평했다.

    심 교수는 "역사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이 영화는 100% 허구다. 당시 유명했던 고승인 신미대사를 위시한 불교계에서 한글 창제를 주도했다는 확대 해석"이라면서도 "우려되는 지점은 신미대사 창제설을 역사왜곡으로 규정하는 한편에서 세종대왕 친제설 등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등으로 확산된 통념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앞서 24일 개봉한 영화 '나랏말싸미'는 세종(송강호)이 극비리에 신미(박해일)와 함께 한글을 만드는 과정을 그렸는데, 신미가 한글 창제를 주도한 것으로 부각되면서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 역사를 왜곡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심 교수는 "역사의 확인할 수 없는 틈에 신미대사를 끼워넣은 것을 역사왜곡으로 본다면, 큰 범위 안에서 극중 사대부들이 집요하게 한글을 탄압하려 했다든지, 세종이 중국을 뛰어넘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다는 내용 등도 역사왜곡"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는 민본(民本)과 민주(民主)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고 보급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진 민본의식은 당대 사대부들의 지배 이념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익히 봐 온 것과 달리 당대 사대부들은 한글을 탄압하지 않았다. 그들 입장에서도 백성들을 통치하는 데 한글이 유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당대 한글은 한자의 보조 언어로서 잘 활용됐다."

    그는 "세종대왕 역시 한글을 통해 사대주의를 극복하거나 '민주' 의식을 길러 시대를 개혁하려는 의지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아래와 같이 전했다.

    "영화 '나랏말싸미'에서는 세종이 중국에 대한 저항으로 옷을 찢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세종은 중국으로부터 그 옷을 받기 위해 수십 년간 애썼다. 실록을 찾아봐도 세종은 모든 국가 예식을 제후국 수준에 맞췄을 만큼 사대의 예를 다했다."

    심 교수는 "이 영화를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을 통해 우리가 지닌 한글 창제에 대한 통념을 엿볼 수 있는데, 이를 비롯한 수많은 역사적 통념 아래에서 영화나 드라마가 설 자리는 없다"며 "역사를 연구하면서 매번 깨닫는 사실은 '역사적 사실만으로 100% 이야기를 구성할 수 없다'는 한계"라고 말했다.

    "문화 콘텐츠는 상상력을 더한 과거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문제를 끄집어내는 데 그 역할이 있다고 본다. '나랏말싸미' 역시 한글이 지닌 현재적 의미가 무엇인지, 세종이 정치적 갈등 국면에서 자기 의지를 어떻게 관철시켜 나가는지 등 현재 이슈들에 집중한다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다."

    그는 "사극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는데, 그 이면의 본질은 우리가 영화로 역사 공부를 하고 있다는 한계점"이라며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은 시험 때만 활용하는 암기 사항에 머물고 있는 현실이 그러한 부작용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나랏말싸미'의 영화적 상상력을 역사왜곡으로 비판하면서, 일제시대 한글이 탄압받는 과정에서 세종의 한글 창제 의지에 어떻게 살이 붙었는지와 같은 통념을 의심하지 않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역사왜곡이라는 소모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 영화 등 문화 콘텐츠가 실제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통로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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