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종훈 인턴기자 제작
대학생 이 모(23·가명) 씨는 지난 1월 운영하던 스타트업을 폐업 신고했다. 이유는 취업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이 씨는 작년 하반기에 문화여가시설의 공간을 중개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진행하지 않고 그만뒀다.
이후 창업에 실패했지만 그에게 금전적인 피해는 없었다.
창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교내 창업지원센터와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창업보육기관의 사무실 공간을 임대해 무료로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디어를 기획할 때는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서비스를 출시하려다보니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최근 대기업 서류평가 항목에 ‘창업 경력’이 추가돼 이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씨의 사례처럼 정부와 대학이 협력해 학생들이 구직만 선호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창업을 적극 장려하지만, 대학생들의 사업 경험 부족과 창업 의지 부족으로 창업 자체가 이들의 취업용 스펙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자료 출처: 통계청, 일러스트 제작: 정종훈 인턴기자
중소기업부 창업진흥원에서 청년 창업기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18년 전국의 대학(전문대학 포함) 418곳에서 학생 창업자는 1648명으로 전년 대비 26.8% 증가했고, 학생 기업은 같은 기간 26.2%(1,503개) 늘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대학알리미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2018년 1월~12월) 대학생이 등록한 스타트업 중 3분의 1 정도가 매출 0원으로 기록됐다.
고용 쪽을 살펴봐도 대학생 스타트업 1곳당 평균 고용 인원은 1.2명에 불과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창업지원센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최근 대학생들의 창업 환경이 좋아지면서 사업에 도전하는 학생이 많아지고 있지만, 이중 상당수는 창업보다 취업을 우선시한다"며 "창업만을 위해 사업에 뛰어든 학생은 크게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청년 창업 지원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창업 멘토링과 엑설레이팅(사업화 가속) 프로그램이 대부분 창업 형태를 갖추는 지원 형태에 국한됐고, 실제 창업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냉혹한 창업 시장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사업 성공이라는 순간적인 충동에 의해 창업하는 학생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창업 후 3년 내에 90% 정도가 사업을 포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제작: 정종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