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올해보다 더 낮은 시급 8천원으로 삭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임위는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5차 전원회의에서 표결 끝에 '업종별 차등적용' 안건이 부결되자 집단 퇴장한 후 회의를 불참했던 사용자위원들은 1주일 만에 이날 회의에 복귀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첫 요구안으로 현행 8350원 대비 4.2% 낮춘 시급 8천원을 요구했다.
최임위 사용자위원이 기존 최저임금보다 낮은 요구안을 제시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9년에 2010년도 최저임금을 5.8% 삭감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당시 2010년도 최저임금은 2.8% 증가폭에 그쳐 역대 최저임금 인상률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앞서 노동자위원들이 전날 열린 7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액 최초 제시안으로 현행 대비 19.8% 오른 시급 1만원을 제시한 바 있다.
노사가 각자 최초요구안을 제시한만큼 최저임금을 둘러싼 최임위 논의도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노사 양측 위원들은 회의에 앞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모두발언에서 사용자위원인 경총 류기정 전무는 "월환산액 병기 문제와 업종 구분 등 제도 개선 문제가 부결돼 참담한 심정으로 퇴장했었다"며 "이후 제도 개선과 관련해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씀을 주셨으니까 오늘 참석했다"며 제도개선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어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안전한 마음을 갖는 이유는 브레이크가 잘 들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최저임금이 과거에 과속했으니 브레이크가 잘 되도록 임금 인상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 이태희 스마트일자리본부장도 " 파부침주(破釜沈舟) 결기로 임한다. 제도개선 관련 논의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제도개선위원회 설치를 믿고 복귀했다. 개선방안이 도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장했다.
또 "자기가 데리고 있는 근로자를 사장처럼 고민하는 사람은 없다"며 "지급 능력이 보장되지 않는 월급을 책정하면 범법자만 양성해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노총 이성경 사무총장은 "임금 병기와 업종 구분은 위원회 표결로 끝난 사안인데 재논의하면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회의에 오신 것은 환영하지만 지나간 것은 거론하지 않고 결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 이주호 정책실장도 "최저임금 인상이 과속이라지만, 오히려 더 속도를 내서 최저임금 1만원으로 가는 것이 한국경제 규모에 맞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회의 규정으로는 지난번 회의에 (사용자 위원 없이) 의결할 수 있었지만 위원장이 배려했던 것"이라며 "사과 한 마디 없이 제도개선 요구가 담보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다시 행동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유감스럽다"며 사용자위원들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 "인상률로 따지면 뛰쳐나갈 사람은 노동자위원이다. 기재부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정부가 수차례 속도조절 신호를 줬다"며 "이런 상황이면 우리도 협상할 것 없이 밖에서 싸우는 것이 낫다"고 항의했다.
노사 위원들의 논쟁이 격해지자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오늘 작심하고 온 생각들을 충분히 얘기하고 심도 있게 토론할 기회를 드리겠다"며 모두발언을 마무리하고 심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