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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조니 아이브…'디자인 애플' 시대도 저문다



IT/과학

    '굿바이' 조니 아이브…'디자인 애플' 시대도 저문다

    스티브 잡스와 '혁신의 아이콘' 애플 디자인
    입사 27년 만에 애플 최고의 자리서 물러나
    애플, 수익 위해 하드웨어 → 서비스로 이동

     

    지난 수 십년 동안 애플의 상징적인 하드웨어 창조자였던 조니 아이브가 애플파크를 떠난다. 새로운 벤처 회사(LoveForm)를 창업해 애플의 핵심 프로젝트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기로 했지만 외신들은 애플에서 조니 아이브의 시대가 끝났다고 단언했다.

    컴퓨터 하드웨어 업체에 불과하던 애플에 1992년 입사한 그는 세계 최초의 개인정보단말기(PDA)이자 태블릿 플랫폼인 '애플 뉴턴(Apple Newton)' 개발에 참여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1996년 디자인팀을 이끌던 아이브는 1년 뒤 컴백한 공동창업자 스타브 잡스의 조직 개편에 따라 회사를 떠날 처지에 있었지만 잡스는 그의 능력을 눈여겨 보고 디자인 담당 수석 부사장에 앉혔다. 잡스와 함께 한 첫 공동작품이 아이맥(1998)이었다.

    자신이 공동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났다 돌아온 잡스에게는 경영난에 빠진 애플을 구원할 혁신가들이 필요했다. 수 많은 사람들을 내보내고 영입했지만 아이브의 승진은 파격적이었다. 2015년 매거진 더뉴요커 2월 16일자 기사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년 간 여러차례 애플을 떠날 결심을 했지만 잡스의 끈질긴 설득에 주저 앉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잡스와 함께 애플 혁신의 1등 공신으로 조니 아이브를 지목했지만 오히려 그는 그런 이미지가 몹시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결국 잡스의 '절친'이 되어서는 아이맥, 맥북,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해플 히트 제품들을 만들어내며 기술업계 전반에 디자인의 '황금 표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격적인 디자인의 올인원 PC 아이맥은 전 세계에서 꺼져가는 애플 컴퓨터 하드웨어의 부활을 알리는 전조였다. 수 많은 엔지니어들의 아이디어가 바탕이 됐지만 그것을 모든 소비자가 선택하고 싶은 최고의 디자인으로 마무리한 것은 잡스와 아이브였다.

    2001년 전 세계 누적 판매량 2억 7500만대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MP3 플레이어의 최강자로 우뚝 선 '아이팟 1세대'가 탄생했다. 플래시메모리 기반의 소형 MP3플레이어로 세계 MP3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한국산 제품들을 일거에 주저앉힌 아이팟은 1.8인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채택해 노트처럼 넓고 평평했다. 기존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이었다.

    전문가들은 399달러로 가격도 비싸고 디자인도 색다른 탓에 비판적인 시각이었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날개 돋힌듯 팔려나갔다. 아날로그 카세트 플레이어의 최강자였던 소니 '워크맨'과 비견되는 성공으로 본격 디지털 시대의 서막을 올린 공신으로 평가된다.

    아이팟은 이후 터치 스크린, 홈 버튼, 혁신적인 폼펙터를 가진 아이브의 디자인 철학에서 발전해 전화기의 가치를 새롭게 만든 애플의 핵심 제품인 아이폰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기존에도 '스마트폰'은 있었지만 2007년 아이폰(1세대)의 등장 이후 오늘날 수 많은 스마트폰이 아이폰의 디자인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애플이 지난 20여년 간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2년 아이브는 애플의 휴먼 인터페이스 프로젝트까지 도맡으며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애플의 디자인 철학을 통일시키는 등 2013년 iOS 출시 6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iOS7 때까지 그의 역할은 최고조에 달했다. 한국어 지원 강화도 이때 이루어졌다.

     

    아이브가 애플을 떠날 수 있음을 다시 보여준 시기가 2015년이다. 그는 애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을 관장하는 최고디자인책임자(CDO)에 올랐다. 아이브는 "현재의 디자인 프로젝트, 새로운 아이디어 및 미래의 이니셔티브에 전적으로 집중하면서 모든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고 밝혔고, 업계는 그의 현업 디자이너 역할이 끝났음을 직감했다.

    공교롭게도 애플은 2016년 20년 애플 디자인의 역사를 담은 디자인북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를 출간했다. 1998년 아이맥(iMac)부터 2015년 애플펜슬(Apple Pencil)까지 제품 소재와 기술까지 상세하게 담아내 화제를 모았다. 마치 아이브의 20년을 정리하는 것 같았다.

    2017년 잠시 현업 디자인 책임을 맡으며 '컴백'을 예고하는가 했지만 이미 많은 시간을 애플과 함께 했고, 그는 벤처 창업자로서 디자인 업계의 새로운 산파 역할을 찾아 떠날 예정이다.

    아이브가 애플에 미친 디자인은 많은 변화로 이어졌다. 아이맥과 아이북에서 출발한 플라스틱은 균일한 흰색 디자인이 입혀졌고, 이어 알루미늄에게 애플 디자인의 바통을 넘겨줬다. 이는 곧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아이폰, 아이팟, 아이맥과 같은 성공으로 이어졌다.

    물론 아이팟 Hi-Fi, 매직 마우스2, 애플펜슬 1세대와 같은 초기에 외면을 받은 제품도 있었다. 더 얇은 두께에 대한 집착은 아이폰 배터리 수명의 제한, 맥북 프로의 키보드 불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오늘날 전 세계 스마트폰이 아이폰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거의 모든 노트북이 맥북 에어의 디자인을 따르고 있다는 점은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애플이 아이브가 설계한 하드웨어 제품 대신 서비스로 더 많은 수익을 추구하고 있는 현실은 '조니 아이브의 시대'가 이미 저물었음을 조용히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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