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미국과 멕시코를 가르는 리오그란데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엘살바도르 출신 부녀의 사진에 세계가 슬퍼하며 분노하고 있다.
두 달 전쯤 치안 불안의 엘살바도르를 떠나 멕시코에 들어온 마르티네스(25살)부부와 딸 발레리아(23개월) 가족은 미국 망명을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이번주초 도강에 나섰지만 물살에 휩쓸려 부녀가 숨지는 참변을 당했다.
발견 당시 아빠의 검은색 셔츠 속에 싸여 있던 딸은 아빠의 목에 팔을 감은 채 나란히 강기슭에 머리를 묻고 있었다. 참으로 비통한 장면이다.
마치 2015년 터키 남서부 해안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의 세 살짜리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을 다시 보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이 같은 리오그란데강의 비극은 오래됐고 예견됐다.
미국의 관문인 멕시코 국경에는 가난과 치안 불안, 정치적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향하는 남미의 여러 나라 난민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이후 강력한 반 이민 정책이 펼쳐지자 미국에 들어갈 길이 막힌 난민들은 목숨을 걸고 위험한 사막이나 강을 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만도 모두 283명이 국경을 넘다 숨졌다. 체포된 이민자는 올해 들어 벌써 15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의 강경하고 완고한 반 이민주의가 부른 참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경을 넘은 아이들은 강제로 부모와 격리되거나 급조된 창고에 수 백 명씩 수용당하는 등 비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미국 내에서조차 비난 여론이 거세다.
세계 최강의 부국이자 최고의 인권국가라고 내세우고 있는 미국의 민낯이다. 보편적 인류애를 결여한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정책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어떤가. 전쟁이나 내전 그리고 박해로부터 피신해 우리를 찾는 난민들에게 과연 제대로 된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는가. 그들의 고통과 아픔에 의도적으로 눈을 감고 있지는 않는가.
지난 20일 유엔 난민의 날을 맞아 법무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요청한 외국인은 모두 1만 673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난민 인정률은 3.9%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이 30%이니 10분의 1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난민법을 제정했음에도 제주 예멘 난민 신청 때 쏟아낸 각종 차별과 혐오의 행태를 보면 마냥 미국만 비난하기 어렵다.
특히 난민 업무를 맡은 법무부 공무원이 면접조사 서류를 조작해 난민 신청을 탈락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부끄러울 뿐이다.
우리는 일제 식민지와 6.25 전쟁을 겪었던 만큼 난민의 슬픔과 고통을 잘 아는 국민이다. 이제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인종적 종교적 편견에서 벗어나 그들을 포용하고 함께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리오그란데강에서 숨진 부녀를 깊이 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