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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준비, 노사 의견 제대로 모으려면…"ILO 지원 활용해야"



경제 일반

    ILO 준비, 노사 의견 제대로 모으려면…"ILO 지원 활용해야"

    정부, 가을 국회 앞두고 의견 수렴 절차 서둘러
    노사 대립 속 중립 입장만 쫓다간 자칫 협약 비준 취지 놓칠 수도
    勞 "ILO 지원 아래 법 개정 검토하는 것도 한 방법"

     

    정부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준비하면서 노사 의견 수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협약 취지를 충분히 살린 비준안이 아닌 노사간 대립 구도에서 균형을 맞추기 급급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만큼 ILO의 협조를 이용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ILO 핵심협약 관련 논의가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하자 협약비준안과 관련 법 개정 준비를 함께 해결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지난달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가을 국회에서 ILO 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다음 달 중으로 준비를 마치려는 고용노동부의 전략도 크게 두 갈래 흐름으로 나뉜다.

    우선 비준안을 다듬기 위해서는 다음달초 실무진 회의를 거쳐 '국제노동정책협의회'를 진행한다.

    이 협의회는 ILO의 '국제노동기준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3자협의에 관한 협약(144호)'에 따라 ILO 협약을 비준할 때 이행해야 하는 조건으로, 고용노동부 차관의 주재로 양대노총 사무총장과 경총 부회장 등 노사정이 모여 비준안을 검토한다.

    또 관련 법 개정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난 18일 한국노동연구원 토론회를 시작으로 전문가 토론회 및 간담회도 추진한다.

    정부는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중재안을 토대로 법 개정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국회에 의원발로 관련 법 개정안이 제출됐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문제는 오히려 이런 노사 의견 수렴 절차가 자칫 ILO 협약 취지와 동떨어진 결론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경영계는 경사노위 협의 당시부터 노동자 기본권을 강조하기 위해 비준하는 협약의 조건으로 오히려 △파업시 대체근로 인정 △부당노동행위제도 형사처벌 폐지 등 노동자 기본권을 제한해달라는 모순된 요구를 내놓기도 했다.

    경사노위 공익위원도 이례적으로 "경영계에 불만이 있다", "전체적으로 경영계 요구는 지나친 면이 있다"며 공개비판했던 요구지만, 노사정의 의견수렴 절차는 물론 국회에서도 이러한 경영계의 주장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단순히 노사 중립적인 결론을 내놓기보다는 ILO의 기술 지원을 받아 법 개정안을 정교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협약 비준은 정부의 결정이다. ILO에게 협약을 이렇게 비준해도 되느냐고 물어볼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협약을 비준하면 협약을 어떻게 지키고 있는가 정례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하면, ILO의 전문가 그룹이 이를 검토해 관련 법과 제도에 대해 권고하는 식"이라며 "이 때 권고 내용을 보고 추가조치를 취할 뿐, 미리 ILO의 승인을 받을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ILO 회원국의 법·제도 및 관행에 대해 협약 위반 여부는 협약 비준 후 ILO 협약·권고적용 전문가 위원회와 기준적용위원회가 회원국의 노사정이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강제노동'(제29호) 협약과 상충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보충역 제도에 대해서도 ILO는 아직 한국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 유권해석을 내놓는 대신 해외의 유사한 사례에 대한 ILO의 입장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에둘러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다만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가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에 대해 명시적으로 권고한 바가 있다"며 "그 부분은 저희도 반영해서 고치도록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동계는 현재 ILO 협약 비준을 앞두고 노사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오히려 ILO의 협조가 기준을 제시하면서 협약 비준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민주노총 류미경 국제국장은 "정부가 지금껏 비준 전 법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정작 비준 자체를 위한 절차(국제노동정책협의회)는 개시하지 않았었다"며 정부의 진정성부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협약 이행과 동떨어진 의견이 제출돼 이전과 같은 혼란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ILO의 기술 지원을 받는 것이 방법"이라며 "이번 100주년 총회 기간에 민주노총이 ILO 국제노동기준국장을 면담했을 때 정부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기술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또 류 국장은 "투트랙 전략이라지만, 실제로는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에 대한 합의부터 마무리해야 비준이 가능할 것"이라며 "시간에 쫓기다보면 단순히 노사 간의 '평균치'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라리 법 개정의 토대만 마련하는 선에서 협약 비준에 속도를 내고, ILO와의 교류 속에 보다 꼼꼼하게 노사정이 관련 법 개정안을 검토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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