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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공포증과 한줄평 논란, 우리는 왜 민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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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스포일러 공포증과 한줄평 논란, 우리는 왜 민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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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에 떨어진 '스포일러 자제령' 논란
    공동체에서 소비자로, 영화감상 방식의 변화
    경험재가 아닌 정보로 영화를 소비하는 추세
    오이디푸스 신화, 결말 알아도 충격은 그대로
    단순 정보보다 해석이 더 중요한 영화도 많아

    어려운 한줄평 논란, 평론의 쇠퇴 보여주는듯
    평론에 대한 존중에서 무게감에 대한 거부로
    <디워> 이후 평론가와 대중 간 대립구도 생겨
    쓰는 단어가 쉽다고 글도 쉬워지는 것은 아냐
    다양성 측면에서는 고급 어휘 사용도 필요해


    * 영화 <올드 보이>, <그을린 사랑>, <1987>의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6월 14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택광 (경희대 교수), 강유정 (강남대 교수)


    ◇ 정관용> 금요일 저녁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들. 잡학하고 박식하게 수다 떨어보는 금요살롱 시간입니다.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강남대학교 강유정 교수, 두 분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반갑습니다.

    ◆ 강유정> 안녕하세요.

    ◇ 정관용> 지난주에 이택광 교수는 못 오셨죠?

    ◆ 이택광> 제가 홍콩에 있었습니다.

    ◇ 정관용> 지난주에 기생충 박사 서민 교수랑. 강유정 교수랑.


    ◆ 이택광> 들었습니다. 너무 딱 맞는 조합이었던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영화 기생충 얘기를 했습니다.

    ◆ 이택광> 앞으로 그런 식으로 하면 그런 전문가들 한 분씩 불러서 하면 재미있겠더라고요. 아프리카돼지열병... (웃음)

    ◆ 강유정> 수의사.

    ◆ 이택광> 수의사 모시고

    ◇ 정관용> 그런 영화가 나와야 되잖아요.

    ◆ 이택광> 곧 나오지 않을까요?

    ◇ 정관용> 그런데 스포일러 우려 때문에 영화 내용 얘기는 제대로 못했거든요.

    ◆ 이택광> 아직까지 하시면 안 될 것 같은데.

    ◇ 정관용> 그런데 최근에 이 스포일러가 화제가 되고 있어요. 특히 이번 기생충 같은 경우 봉준호 감독이 칸영화제에서부터 스포일러 자제를 부탁한다는 뉴스가 또 화제였어요. 이런 일이 자주 있나요?

    ◆ 강유정> 감독이 이렇게 나서서 스포일러 자제해 달라고 하는 경우는 사실은 거의 없죠. 그냥 제작진이라든가 홍보팀에서 엠바고라고 해서 언론에 언제까지 노출해 주지 말아주세요라고 하는 요구는 있었지만 사실은 점점 이 스포일러 노출에 대한 자제 요구가 좀 강력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엠바고 같은 경우도 예전에는 그냥 개봉 전까지 해 주지 말아주세요라고 공식적인 건 아니었는데 요새는 서명을 받아요.

    ◇ 정관용> 서명을?

    ◆ 이택광> 시사회 때?

    ◆ 강유정> 네, 시사회 때 12시까지, 개봉일 12시까지 언론에 노출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해서 저도 가서 이제 서명을 하고 이러거든요.

    ◇ 정관용> 시사회에 구경 오신 분들한테 다 서명을 받아요?

    ◆ 강유정> 그렇죠. 언론 시사회인데.

    ◆ 이택광> 그럼 시사회를 할 필요가 없잖아요.

    ◆ 강유정> 그러니까 보여주기는 하는데 개봉 전날까지 언론에 내지 말아라라는. 그런데 이런 흐름 속에서 사실 기생충이 정점을 찍은 거죠. 감독까지 나서서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하지 말아달라라고 이제 부탁을 했는데 이게 장단점이 있다라고 보여집니다.

    ◇ 정관용> 어떤 장단점이요?

    ◆ 강유정> 그러니까 가령 기생충은 스포일러 때문에 영화가 망가진 영화는 아니거든요. 가령 어벤져스 같은 경우에 결론을 말하면 영화의 보는 재미가 굉장히 떨어져요. 그게 영화의 핵심이기 때문에. 그런데 오히려 기생충은 어떤 부분을 얘기를 해서 더 풍부한 얘기도 되고 사람들 사이에 더 많은 논쟁과 논란도 있을 수 있는데 그 부분을 너무 봉쇄하다 보니까...

    ◇ 정관용> 봉쇄하는 게 또 하나의 전략 아니에요.

    ◆ 이택광> 저는 그런 것 같아요. 스포일러 할 게 없는데 스포일러가 있는 것처럼 꾸민 거 아닌가 이 생각도 들어요, 사실.

    ◇ 정관용> 그러니까 괜히 궁금증 자아내고.

    ◆ 강유정> 굳이, 맞아요.

    ◆ 이택광> 사실 기생충 영화는 다 알고 들어가도 오히려 해석할 여지가 많다는 거죠.

    ◇ 정관용> 그냥 여기서 얘기 다 해 버릴까요,오늘?

    ◆ 강유정> 이런 말도 있어요. 두 번 봤더니 훨씬 더 잘 보인다라고 말이 있을 정도로.


    ◇ 정관용> 그러니까요. 지금 여기서 얘기해도 되는 거예요, 안 되는 거예요? (웃음)

    ◆ 이택광> (웃음) 저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왜냐하면 이게 소비자주의하고 결합이 돼 있기 때문에.

    ◇ 정관용> 소비자주의.

    ◆ 이택광> 그래서 소비자들이, 사실 저는 과도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원래 영화라는 것은 공동체적인 것이잖아요. 그렇죠? 가서 함께 영화를 보고 또 함께 공유하고. 이런 것들이 영화의 어떤 목적이었는데 최근에 영화를 감상하는 방식들이. 저 같은 경우에도 넷플릭스나 이런 거 많이 보는데 개인 모바일 기기로 많이 봅니다. 그러니까 혼자서 보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있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게 낯선 거죠. 그리고 그게 이제 옆에 있는 분들하고 공유를 하면 뭔가 자기 권리가 침해된 듯 한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약간 조금씩, 지금 본래의 영화감상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의 그런 새로운 영화를 보는 방식들이 등장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물론 저는 거기에 대해서 그렇게 좋게 생각은 안 하지만 어쨌든 소비자주의가 굉장히 강해졌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 정관용> 그래서 그분들을 의식해야 되기 때문에 스포일러 요소가 별로 없다고 판단되지만.

    ◆ 이택광> 만약에 밝히면 정 선생님 집 앞에 오셔서 피켓팅을 할 수 있죠. (웃음)

    ◆ 강유정> 경험재로 영화를 보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라 정보의 원천으로 보고 소비재로 보니까 정보라는 것은 되게 1차원적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누출이 되느냐 안 되느냐. 사실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이고 사실 분석이나 판단이 더 중요한 영화에까지도 정보 취급하는 건 어떤 점에서는 저는 조금 과도한 게 아닌가. 왜냐하면 봉 감독이 우리 지난주에도 말씀드렸지만 2명이 과외하러 들어간 이후는 말하지 말아 달라. 이건 스포일러가 아니라 영화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에 가깝거든요. 그런 건 좀 당혹스럽죠.

    ◇ 정관용> 그래서 이야기 전개의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배우 1명은 아예 숨기기까지 했다면서요?

    ◆ 강유정> 맞아요. 아예 타이틀에 안 나오죠. 안 나오고 이제 그분 입장에서는 조금 서운할 수 있지만 사실 이것도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몇몇 사례들이 있습니다.

    ◇ 정관용> 전례가 있어요?

    ◆ 강유정> 되게 중요한 배역임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반전의 키워드가 될 때에는

    ◆ 이택광> 한국 영화에도 있었죠. 1987에서 포스터에서 빠져 있잖아요. 강동원 씨가.

    ◇ 정관용> 그랬나요?

    ◆ 이택광> 강동원 씨가 나오는지 아무도 몰랐죠. 그래서 제가 그때 한 2번 보러 갔나? 다른 일 때문에 영화를 볼 일이 있어서 2번 보러 갔는데 하여튼 볼 때마다 강동원 씨가 나올 때마다 많은 분들이 탄성을 질렀어요.

    ◆ 강유정> 맞아요. 그런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합니다.

    ◇ 정관용> 그건 스포일러 때문은 아닌 거죠?

    ◆ 이택광> 아니, 그런데 안 나와야 될... 기대하지 않았던 분이 나오니까.

    ◆ 강유정> 이미 개봉일이 지난 영화니까 가령 강동원 씨가 이한열 열사를 맡았다는 것은 자체는 어느 정도 스포일러성이라서 숨긴 부분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런 것들은 단순한 정보니까 저도 숨기는 건 이해가 갑니다마는 가령 올해 초에 스카이 캐슬 같은 경우도 누가 범인이냐, 누가 죽었느냐 살았느냐 이런 건 정보 차원이니까 이건 당연히 지켜져야 될 건 맞는 것 같아요.

    영화 <1987>의 포스터에는 강동원 배우가 등장하지 않았다

    ◆ 이택광> 재미있는 농담도 있습니다. 명량 있잖아요, 명량. 명량.

    ◇ 정관용> 임진왜란 다룬.

    ◆ 이택광> 명량 보고 나온 다음 누군가가 야, 이순신 장군 죽는데 스포일러 하지 말라고 하는 농담도 있는데.

    ◇ 정관용> 이순신 장군이 그러면 안 죽나요? 아까 강유정 교수가 어벤져스 같은 경우는 정말 결말을 알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표현을 하셔서 그런지 어벤져스 영화 개봉했을 때 심지어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영화 이야기하지 말아달라. 이런 안내문까지 붙었다면서요?

    ◆ 강유정> 그때도 스포일러 하지 말아달라는 서약서 받기는 했는데 엄밀히 말해서 그런데 이 스포일러에 대해 공포는 공감합니다마는 이것도 저는 과감하게 말하자면 알아도 별 상관없는 영화였어요, 저한테는. 어느 정도 짐작이 됐던 부분이기도 하고. 너무 정보에 대해서 과도하게 그렇게 예민하게 구는 건 한편으로는 약간 그래서 우리나라 분위기와 좀 더 연관이 되는데. 굉장히 일찍 보려고 하잖아요. 막 개봉 당일 날. 아침 새벽부터 보려고 한다거나 그래서 그런 것을 조금 더 먼저 내가 봤다는 인증샷이라든가 이런 것들과 결부돼서 좀 우리나라에서 조금 더 몸살을 앓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과거에는 이러지 않았죠?

    ◆ 이택광> 이 정도는 아니었죠. 이렇게 스포일러 관련되어가지고 자제령을 내리고 이런 건 없었는데. 그런데 또 조건이 바뀐 것도 있습니다. 주변에 소셜미디어가 굉장히 발달했기 때문에.

    ◇ 정관용> 한 번 퍼지면 금방 다 퍼지니까.

    ◆ 이택광> 예전에는 그래도 제가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으면 또는 인터넷 카페에 안 들어가면 알 방법이 없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곳곳에 있으니까, 그게. 심지어는 알림도 해 주잖아요. 알림 기능도 있어서 와버리니까 그러니까 아마 그래서 민감하게 구는 측면도 저는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 정관용>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으로는 우리 영화로 치면 올드보이. 그건 진짜 마지막 결말에서. 그런데 올드보이를 미리 본 사람이 그러니까 그게 동생과 딸이야. 그냥 이렇게만 말해 줘요. 그런데 그게 거의 모든 걸 다 설명하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이런 경우는 좀 문제가 될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 강유정> 굉장히 문제가 되죠. 그런데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어요. 오이디푸스 같은 경우에는 누구나 다 아는 신화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오이디푸스 연극을 볼 때 충격과 공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란 말이에요. 올드보이도 알고 보신다고 해서 사라지지는 않지만. 저는 이 얘기를 드리고 싶은 게 영화를 자꾸 이제 우리가 조금 이따 하게 될 얘기랑 연관될 것 같은데 정보로만 본다면 거기에 너무 화가 나고 거기에 분노해서 내가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없어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눈으로 확인하고 그게 어떤 식으로 만들어 가는지를 보겠다고 좀 감상 태도가 바뀌면 기분은 나쁠 수 있지만 그게 이 영화의 가치를 좌지우지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 이택광> 그러니까 기생충 같은 영화도 반전이 있는 영화는 아니거든요. 어벤져스도 마찬가지고 반전이 있는 건 아니에요.

    ◇ 정관용> 그러니까 올드보이만큼도 아니라는 얘기죠?

    ◆ 이택광> 플롯에 반전이 있어야 되는데 올드보이는 반전이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극적 반전이죠, 그것도.

    ◆ 이택광> 그런 게 있기 때문에. 또는 식스센스나. 또 유주얼 서스펙트 같은 경우도 그건 결론을 알아버리면 볼 수가 없는 영화잖아요. 그런 경우에는 스포일러를 자제해야 되겠지만 기생충처럼 해석을 요하는 영화에까지 그렇게 스포일러를 자제하라고 하는 것은 우리 강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과한 것 아니냐. 너무 과한 마케팅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 정관용> 또 생각난 김에 외국 영화 중에는 그을린 사랑이라는 영화. 형인데 아빠야. 이 한마디면 사실 또 다 되는 거란 말이에요.


    ◆ 이택광>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죠.

    ◆ 강유정> 굉장히 중요하죠.

    ◇ 정관용> 중요한 극적 반전이죠, 그게 또.

    ◆ 이택광> 그런데 그런 경우는 많이 있으니까.

    ◇ 정관용> 제가 올드보이와 그을린 사랑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요즘 새로운 트렌드, SNS의 발달 등등도 있으나 영화 홍보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이 스포일러를 자꾸 써먹는 거 아닌가.

    ◆ 강유정> 그런 부분도 분명히 있죠. 그래서 굉장히 더 직접 관람을... 그리고 사실은 우리나라가 악명이 한동안 높았던 게 영화 개봉하고 나자마자 불법파일로 만들어서 유통이 되던 시절이 있었어요. 거기에 대해서 사람들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그렇게 스포일러가 아니라 왜 영화를 영화관에서 안 보고 굉장히 거리낌 없이 다운로드받아 보시던 분들조차도 상품에 대해선 예민한 거죠.

    ◇ 정관용> 지금 우리가 이 방송하고 있는데 저 밖에 PD가 한 명이 그을린 사랑 영화 자기 안 봤는데 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제가 형인데 아빠야. 그 말을 한 게 자기로서는 굉장히 불만이라는 표현이에요. (웃음) 10년도 더 된 영화도 얘기하면 안 됩니까?

    ◆ 이택광> (웃음) 그게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 죽는다는 소리하고 비슷한 겁니다.

    ◆ 강유정> 그 영화는 사실은 레바논 내전에 대해서 좀 더 알면 훨씬 재미있는 얘기잖아요.

    ◇ 정관용> 아무튼 하나의 화두처럼 되어버린 스포일러에 대한 얘기로 수다를 떨어봤고. 또 하나. 기생충 영화에 대해서 아주 유명한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가 한 줄 평을 썼어요.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우화. 그런데 이제 이 한 줄 평이 논란이 된 것 또한, 이 자체가 문제가 된 게 아니라 한 줄 평에 대해서 사람들이 또 말들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물론 참고로 이 한 줄 평은 자기 블로그에 올린 거라면서요?

    ◆ 강유정> 맞아요. 영화 전문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요. 블로거로 가장 유명해지고 또 어떤 점에서는 우리가 네임드라고 표현하잖아요. 그런 평론가가 된 이동진 씨이기도 한데. 저는 그래요. 일단은 단순하게 말하자면 너무 어려운 건 그렇게 좋지 않다고 보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강의도 너무 어려운 강의는 저는 강연자가 잘 모를 때 너무 어려워진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의 어떤 무게감을 담아내고 싶었는데, 사실 사람들이 어렵다고 하는 게 한자가 너무 많죠. 상승, 하강, 명징, 직조, 신랄, 처연, 계급, 우화. 전부 다 한자고 나머지는 조사만 한국어란 말이에요. 그런 부분에서 이 영화가 표현하는 감정을 이렇게까지 어려운 단어로 표현해야 되느냐라는 건데. 저는 아까 그 스포일러랑 비슷하게 이런 평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또 과다하게 어렵다고 비판하는지도 사실은 이해가 잘 안 가요.

    ◆ 이택광> 저는 이렇게 이 영화를 보시면 이 상승과 하강이 이게 무슨 뜻인지는 아마 아실 것 같고요. 제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개인 블로그에는 올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게 특정한 독자를 상정하고 글을 쓸 경우에는 굳이 이렇게 어려운 단어를 쓸 필요는 없겠죠. 저도 강 교수님처럼 그런 생각인데. 저는 이런 생각이거든요. 글이 어려운 건 단어가 어렵다기보다 그 글이 내포하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의 방식이라든가 이런 게 낯설어서 그런 경우가 저는 많다고 봐요. 그러니까 굉장히 쉬운 말로 적혀 있지만 거기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들이 굉장히 평소에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그런 복잡한 내용들을 이야기한다고 하면 그게 또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 부분도 있기 때문에 저는 글이 어렵다는 것은 상당히 상대적이다라고 생각을 하죠.

    ◆ 강유정> 저는 한편으로는 이게 평론의 쇠퇴를 보여주는 하나의.

    ◇ 정관용> 평론의 쇠퇴? 왜요? 왜요?

    ◆ 강유정> 평론이라는 것 자체가 어떤 점에서는 이런 거죠. 과거 신문에 대부분 한자가 한자 그대로 표기됐을 때 못 읽으면 못 읽는 사람들이 창피한 거였어요, 그때 당시에.

    ◇ 정관용> 그 당시는 그랬죠.

    ◆ 강유정> 그렇죠. 그다음에 한창 평론이라는 게 굉장히 대중들에게 조금 존중받았을 때는 어려운 얘기를 하지만 이분들 얘기는 들을 만하니까 우리가 공부를 해서 그 언어를 알아보자는 존중감이 있었다면 지금은 말 그대로 대중적인 작품에 대한 평론은 대중언어로 풀어내야지 어려운 용어로 하면 잘난 척하는 거라고 해서 평론에 대한 무게감을 거부하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지적이고 이러한 것을 현학적이라고 다른 말로 표현하게 되는 거고요. 그리고 말 그대로 약간 만들어진 어휘를 선택해서 쓰면 굳이 안 쓰는 단어를 갖다 쓰느냐는 말로, 이 태도의 변화가 결국은 이 논란의 가장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 이택광> 그러니까 이거 디워, 예전에 심형래 감독의 영화가 있었잖아요. 저는 디워를 기점으로 해서 나뉜다고 봅니다. 그 전까지는 이제 영화 평론가들이 시사회를 가서 그 영화에 대한 첫 번째 평을 하고 그리고 그 평에 대한 어떤 그러한 것을 기반으로 해서 관객들이 가서 보고 이제 이런 방식이었어요. 그런데 디워는 사실 대중들이 가서 보고 먼저 리뷰를 하고 평론가들은 오히려 거기에 대한 비판을 하고 그 평론가들에 대한 평에 대해서 대중들이 또 평을 하게 되고 이런 일들이 벌어졌죠. 이건 인터넷의 발달하고 무관하지 않은데. 그래서 저는 디워를 기점으로 영화 평론가들이 상당히 대중의 적이 되는, 대중의 적으로 비치는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 정관용> 심형래 감독은 일부러 그런 방식을 택했었죠? 그러면서 평론가들이 지배하는 이거 안 된다, 이런 식으로.

    ◆ 이택광> 그래서 평론가들이 막 충무로와 각을 세우고. 사실 그 영화도 충무로의 투자를 받아서 만들어진 영화였는데. 그래서 그런 각을 세우면서 전문가들, 대중이라는 그런 구도가 만들어진 거죠.

    ◆ 강유정> 사실 문학에서는 과거에 김현이나 이어령 선생 같은 경우는 대중스타였어요. 대중스타였고 그런데 지금의 문화평론가는 엘리트 그룹 안에서 일종의 문단이라는 그룹 안에서 조금 평론가들이 대우받는 상황이 됐잖아요. 영화가 그래도 어떤 점에서는 대중적으로 굉장히 서로 사적 교사 역할을 할 수 있는 평론가 그룹을 좀 대체했는데 이제는 영화도 어려운 말하는 사람들은 엘리트 그룹으로 빼놓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분들이. 그런데 그런 점에서는 이게 지적인 평준화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어떤 점에서 사적 교사의 거부라고 봐야 할지 저도 조금 난감한 부분이 있습니다.

    ◇ 정관용> 두 분은 가급적이면 쉬운 표현 쓰려고 노력하십니까, 안 하십니까?

    ◆ 이택광> 저도 노력은 하는데요. 말씀드렸지만 그게 쉬운 단어를 쓴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더라구요. 쉬운 단어를 쓴다고 해서 글이 쉬워지는 건 아니라는 거죠. 물론 이제 평소에 쓰는 말을 가지고서 쓰려고 노력은 하죠. 그리고 이제 논문에 쓰는 말과 충분히 구분해서 쓰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복잡한 그런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 강유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댓글은 언제나 너무 어렵다는 건 꼭 달리더라고요.

    ◇ 정관용> 그래서 결국 이동진 평론가의 이 한 줄 평을 갖고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한 겁니까? 별로 결론이 없네요?

    ◆ 강유정> 결론이 없는데 제가 요즘에 팟캐스트나 이런 걸 듣다 보면 이 말이 약간 놀림거리로 쓰이더라고요. 이런 식이죠. 명징하다, 직조해 봐라고 진행자들이 얘기하는데 좀 씁쓸해요. 그런데 어떤 점에서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이렇게 좀 이를테면 배타적인 어휘 내지는 현학적이고 고급한 어휘를 쓰는 그룹도 저는 유지가 돼야 된다고 저는 보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한두 사람이 쓰는 고급어휘조차도 불편해하시는 건 저로서는 좀 아쉽습니다.

    ◇ 정관용> 게다가 그걸 놀림감으로 쓴다? 이건 좀 오버인데요.

    ◆ 강유정> 희화화 돼서 쓰이고 있습니다, 벌써.

    ◆ 이택광> 문체라는 것이 있는데 그 문체를 즐기는 것도 이제 글 쓰는 분들에게는 즐거움이 될 수 있는데 그런 글 쓰는 분들의 즐거움을 좀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고요. 반지성주의적인 것이 이미. 반지성주의라는 것은 지성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엘리트들이 자제해야 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성이에요. 그러니까 같은 지식인이라 할지라도 반지성주의적인 어떤 태도를 취할 수가 있죠. 그래서 그런 것들이 아무래도 소비주의와 결합을 하니까 평론가들이 적으로 보이는 거고 쓸데없는 소리 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거죠. 사실 쓸모가 없어지는 거죠, 점점. 시장에서의 평론가의 역할이라는 게 그런 거하고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아무튼 요즘은 별의 별 게 화제가 되고 논란이 됩니다. 그냥 조금 좀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고라는 식으로 두고 봤으면 좋겠다. 이렇게 정리합시다.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강남대학교 강유정 교수 고맙습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

    ◆ 강유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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