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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CNN도 놀란 그 쓰레기산, 3개월만에 다시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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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환경

    [르포]CNN도 놀란 그 쓰레기산, 3개월만에 다시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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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新 플라스틱 보고서 ①>
    쓰레기산에 신음하는 의성 군민들 이야기

    플라스틱은 인간의 '일상'과 '일생'을 점령중이다. 플라스틱으로 지구는 멍들고 환경은 곪고있다. 최근엔 '미세플라스틱'이 인간 건강의 위험요인이 되고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CNN도 주목한 플라스틱 오염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플라스틱에 대해 무지하고 편견 속에 사로잡혀 있다. CBS노컷뉴스는 이를 바로잡아 플라스틱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2019 新 플라스틱' 보고서를 연재한다.[편집자]

    비닐하우스와 주택 사이로 아파트 10층 높이의 쓰레기산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앞으로 "제발 저희들 좀 살려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이충현 기자)

    지난달 21일.


    낙동강을 따라 난 길을 달려 경북 의성군의 한 농촌 마을로 향했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백의 줄기가 만들어낸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잠시, 새빨간 현수막이 곧장 눈에 들어왔다.

    "제발 저희들 좀 살려주세요"

    현수막 속 문장을 보자마자 바로 이곳에 쓰레기산이 있을 것이란 직감이 들었다.

    차가 모퉁이를 돌자 저절로 탄식이 새어 나왔다.

    눈앞에는 거대한 쓰레기 산이 있었다.

    아파트 10층 높이의 쓰레기산.

    이날도 쓰레기산은 의성을 떠나지 못한 채 불타고 있었다.

    드론을 통해 촬영한 경북 의성 쓰레기산의 모습. 주위의 산과 비슷한 높이로 쓰레기가 쌓여있다. 재활용 업체인 (주)한국환경산업개발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여에 걸쳐 반입 허가량(2천 157톤)의 80배에 이르는 17만 2천 톤의 폐기물을 반입해 방치해왔다. (사진=이충현 기자)

    ◆ 국제 망신…쓰레기산에서는 악취와 화재가

    지난해 11월부터 쓰레기산의 충격적인 모습을 다룬 언론의 보도가 쏟아지며 경북 의성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3월엔 미국 CNN 방송이 '한국의 플라스틱 문제는 문자 그대로 엉망진창이다'(South Korea's plastic problem is a literal trash fire)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고 한국의 쓰레기산과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조명했다.

    국내 보도는 물론, 외신의 보도까지 더해지며 의성 쓰레기산은 구멍 뚫린 국내 폐기물 관리의 상징이 됐다.

    지난 3월 미국 CNN에서 경북 의성의 ‘쓰레기산’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사진=CNN 캡처)

    가까이서보니 형체를 알 수 없는 폐플라스틱과 유리, 캔 등의 쓰레기 더미가 뒤엉킨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재활용 폐기물과 일반 폐기물이 뒤섞여 있는 쓰레기산은 매탄 가스를 내뿜으며 끊임없이 작은 불씨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17만 톤가량의 쓰레기가 누르는 압력 때문에 발생한 불씨였다.

    쓰레기산에 다가가자 쓰레기가 썩으면서 나는 냄새와 탄내가 섞인 악취가 진동했다.

    마스크를 썼지만 의미가 없었다. 얼마 못 가 코와 목이 시큰해졌다.

    장화를 신고 쓰레기산에 올라가니 비닐, 스티로폼 등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가 한 데 엉켜있었다. 쓰레기 썩는 냄새에 각종 벌레들까지 날라 다녀 제대로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사진=이충현 기자)

    쓰레기산 근처에선 해당 부지를 인수한 새 업체가 화재 방지 작업을 한창 벌이고 있었다.

    당초 해당 업체는 열병합발전소를 지을 계획으로 재활용 업체인 (주)환경산업개발 법인을 인수했지만, 쌓여있는 폐기물로 인해 화재 방지 작업만 간간이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새벽이 되면 불씨가 틈을 비집고 나와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한다고 한다.

    지난달 8일에도 쓰레기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포클레인 뒤로 쓰레기산 안의 불씨가 보인다. 17만 톤의 쓰레기가 누르는 압력 탓에 쓰레기산에선 매번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한다고 한다. (화재 영상 캡처/ 영상제공=코젠플러스 주식회사)

    이날도 간밤에 쓰레기산에서 불이 나 새벽 동안 해당 업체에서 화재를 진압했다.

    업체 관계자는 화재 영상을 보여주며 "쓰레기산 속의 불씨가 산소를 만나는 순간 바로 불이 붙는다"며 "포클레인으로 쓰레기산을 뒤적일 때마다 불꽃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 마을 주민들의 일상은 무너졌다

    대부분 농사를 짓고 살아가고 있는 생송리 주민들은 쓰레기산에서 불어오는 악취에 속수무책으로 병들어 갔다.

    쓰레기산 뒤편 비닐하우스에서 호박 농사를 짓고 있는 황이순(64) 씨는 25도가 넘는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마스크와 수건을 두른 채 호박잎을 솎아내고 있었다.

    황 씨는 집 밖을 나갈 때마다 마스크와 수건을 챙긴다. 쓰레기산에서 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악취 때문이다.

    쓰레기산 주변에서 호박 농사를 짓고 있는 황이순 씨. 평소 건강했던 황 씨는 쓰레기산이 생긴 뒤로 기침을 달고 살고 있다. 황 씨는 밭을 돌보기 위해 마스크와 수건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나왔다. (사진=이충현 기자)

    황 씨에게 매일 새벽 불타오르는 쓰레기산은 재앙 그 자체다.

    황 씨는 "교회에 가려고 새벽에 일어나면 쓰레기산에 불이 나 있다"며 "새벽마다 목이 아파 기침하며 깬다"고 토로했다.

    그는 목에 두른 수건을 보여주고는 "목에 수건이라도 두르고 다니지 않은 날엔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남편과 같이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 둘 다 후두가 다 벌겋게 부어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번기인 지금, 병원에 정기적으로 찾아가 치료를 받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이는 곧 올해 농사를 포기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황 씨는 "농사를 놓을 수 없어 병원에 자주 갈 수가 없다"며 "약을 한 달 치 타서 그냥 매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곳 주민들은 언론에 쓰레기산이 알려지고 난 뒤 변화를 기대했다.

    의성군 또한 주민들에게 조속한 시일 내에 쓰레기산을 치우겠다고 밝혔다.

    생송리의 교회 목사인 김재훈 씨(54)는 "원래 군청에선 4월에 쓰레기산을 치우겠다 말했다"며 "하지만 5월이 다 지나가고 있는 지금까지도 바뀐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이 동네 사람들 모두 목이 아프고 병이 들었다"며 "아예 농사를 접고 병원에 계신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 주민들은 언론 인터뷰에 응할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한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단칼에 거절한 A씨는 "수없이 많은 언론이 와서 인터뷰했지만, 바뀌는 건 하나도 없었다"고 답했다.

    논밭 뒤로 쓰레기산의 모습이 보인다. 쓰레기산에 불이 날 때면 연기가 바로 마을로 내려온다. (사진=임진희 인턴기자)

    ◆ 구멍난 폐기물 관리, 처리에만 세금 '53억'

    의성군에 늦어지는 쓰레기산 처리에 대해 묻자 6월부터 처리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의성군 권현수 폐자원관리 TF팀장은 "주변 환경 조사를 벌이고 용역 계약을 내기까지 의성군에서 생각한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 것은 맞다"며 "이제 재활용 처리 업체와 용역 계약을 맺어 다음 달부터 쓰레기산을 치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6만 톤 이상의 쓰레기를 선별해 그중 2만 6천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올해 안에 최종 반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쓰레기산 17만 톤 중 3분의 1 정도를 처리하는 데만 53억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셈이다.

    이에 더해 추경 예산 50억원이 의성 쓰레기산 처리 비용으로 책정돼 있다.

    주민들의 치료비 등 쓰레기산 처리 이외의 비용은 군에서 추가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멍 난 폐기물 관리 시스템 탓에 100억 원 이상의 혈세가 오로지 쓰레기 처리에만 들어가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폐기물은 '올바로'라는 온라인 실적 보고 시스템을 통해 관리된다.

    폐기물 업체가 수집하고 처리하는 폐기물의 양과 종류를 신고하는 방식이다.

    (사진=올바로 누리집 화면 캡처)

    폐기물 업체의 실적 보고에만 의존하다 보니 지자체 등 관련 기관에서 수시로 점검하지 않는 이상, 폐기물 처리 업체가 거짓으로 신고하고 방치하거나 다른 처리 업체에 넘기면 이후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

    의성 쓰레기산 또한 실제론 17만 톤이 쌓여있었지만, 정부에 신고한 폐기물량은 5만 톤에 불과했다.

    설령 허가량 이상의 방치폐기물을 발견하더라도 행정처분이 어렵고, 처벌 또한 약해 업체에선 쓰레기를 버리고 도망가면 그만이다.

    권현수 팀장은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려도 행정소송으로 집행을 지연시키면 지자체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며 "이런 방식으로 해당 업체에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쓰레기산을 만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쓰레기산 논란 이후 군에서 전수조사를 하는 등 특별점검을 하고 있지만, 매번 조사에 나서기엔 인력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골 마을이니 눈에 안 띌 것이라 생각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것 아니겠냐"며 "결국 폐기물을 버린 이들이 아닌, 버려진 지역의 주민들과 지자체가 그 책임을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선 지난달 28일 국회 토론회를 열어 불법폐기물 처리에 가담한 모든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고,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터진 뒤 뒤늦게 관련 정책을 손보고 있는 셈이다.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고 나서야 대책이 마련되는 정책의 공백에서 생송리 주민들은 평범한 일상을 뺏겼다.

    생송리의 맑은 공기가 자랑이었다는 김재훈 씨는 무너지지 않는 쓰레기산을 바라보는 내내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 생송리가 물 맑고 공기 좋은 동네였는데, 그 모습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요" (②편에 계속)

    2019 新 플라스틱 보고서
    ① [르포] CNN도 놀란 그 쓰레기산, 3개월만에 다시 가보니
    ② [팩트체크] 초대형 쓰레기섬보다 더 위험한 미세플라스틱
    ③ [팩트체크] 굴값이 쌀 수록 바다는 썩어간다?
    ④ [팩트체크] 미세플라스틱,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⑤ [팩트체크] 플라스틱, 담배·홍차·섬유유연제에도 들어있다?
    ⑥ [팩트체크] 종이컵, 플라스틱컵 보다 더 친환경적이다?
    ⑦ [팩트체크] 대한민국 재활용률 세계2위, 숨겨진 비밀
    ⑧ [팩트체크] 우리나라 재활용 신화 속 불편한 진실
    ⑨ [팩트체크] 쓰레기대란 1년, 더이상 대란은 없다?
    ⑩ [팩트체크] 미세플라스틱 피해, 화장품 규제만 하면 된다?
    ⑪ [팩트체크] 플라스틱 쓰레기문제 풀 새해법, 효과있나
    ⑫ [팩트체크] 400억 모금한 16세 소년의 꿈, 왜 좌절됐나
    ⑬ [노컷스토리] 요람에서 무덤까지, '플라스틱은 지옥이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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