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의정부 일가족 사망, '가부장제'가 부른 비극일까



사회 일반

    의정부 일가족 사망, '가부장제'가 부른 비극일까

    [노컷 딥이슈] 범죄심리학자들이 본 의정부 일가족 사망사건
    "경제적 책임 다하지 못했다는 가부장적 책임감 잘못 발현"
    "가족 생사까지 결정하는 왜곡된 권력…가족 공동체 원리도 작용"
    "아들은 '대 잇는다'는 이유로 생존했을 확률 높아"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버지이자 남편인 한 남성의 결정이 가족의 비극을 초래했다.

    지난 20일 경기도 의정부시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의정부 일가족 사망 사건의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하나씩 이들의 사망 경위가 밝혀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의문들이 남아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아버지 A(50)씨의 시신에서는 '주저흔'이, 고등학생인 딸 B양의 시신에서 '방어흔'이 발견됐다. 어머니 C(46)씨의 시신에서는 목 부위 자상 외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고, 세 명은 모두 목 부위를 찔려 숨졌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아버지가 아내와 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 가족은 최근 A씨의 사업 실패로 억대의 부채를 지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적인 이유는 막대한 빚 등 생활고에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이 사건은 아버지가 가족들의 생사를 결정해 벌어진 것이다. 아버지의 선택에 따라 아내와 딸은 숨졌고, 중학생 아들은 살아 남았다. 가족들이 각자 동의 하에 극단적으로 죽음을 택하는 사건들과 그 양상이 현저히 다르다.

    김상균 전 범죄심리학회 회장은 22일 CBS노컷뉴스에 "생활고 등 가정 문제로 인해 일가족 모두가 죽음을 선택하는 사건과는 다른 지점이 많다. 목숨을 끊는 도구로 고통이 큰 '칼'을 선택한 것도 그렇고, 보통 일가족 모두 죽음을 선택하면 가장 어린 자녀를 홀로 남겨두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 외 가족 구성원은 죽음에 동의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고, 동반 자살이 아닌 살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A씨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은 가족 공동체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와 함께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가부장제와 연관이 깊다.

    김 전 회장은 "가부장제란 가장이 전적으로 모든 책임을 지고, 대신 권한도 행사하는 시스템"이라며 "아버지로서 자신이 경제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잘못 발현돼 가족 살해라는 극단적인 지점까지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책임감'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가족의 생사까지 가장이 결정하는 왜곡된 권력"이라고 지적했다.

    유일하게 아들만이 살아남은 상황도 이 같은 가부장적 인식을 바탕으로, '대를 잇기' 위한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전 회장은 "일가족이 죽음을 선택하는 사건들을 보면 한국만의 특이한 가족 공동체 원리가 작용한다. 홀로 죽으면 남은 자녀들을 건사할 사람이 없으니 다 같이 죽어야 된다는 심리"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아버지는 가족 구성원 중 가장 어리고 성장할 시간이 많이 남은 아들을 남겨뒀다. 역시 남자가 성(姓)을 물려주기 때문에 자신의 대를 잇는다는 인식이 깊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들이기에 어떻게든 강인하게 살아갈 것을 믿는다'는 심리도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떻게 보면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다. 대를 이을 아들을 부모님께 맡겨 놓고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동반 자살'이라고 하는데 그런 용어 자체가 굉장히 잔혹한 용어다. 딸도 다른 사람이고, 타인인데 그 사람의 생명권을 아버지가 좌지우지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D군은 사건 전날 밤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이 집 처분과 관련돼 이야기를 나눴으나 다툼의 징후는 없었음을 진술했다. 그러나 D군이 직접 대화에 참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화 속에서 어떤 분쟁도 없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전 회장은 "D군이 인지할 정도의 분쟁은 없었을 수 있지만 서로 심적인 상처를 주는 말이 조용한 상태에서도 오갈 수 있다. 이미 불화가 쌓여 있다가 그런 사소한 계기로 터져서 살해까지 이어졌을 가능성도 높다"면서 "크게 다툼이 일어나서 홧김에 살해하지 않더라도 이를 쌓아뒀다가 결국 살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충분히 많다"고 이야기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