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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行 판사에 법원 '탄식'…"사법농단 반성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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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청와대行 판사에 법원 '탄식'…"사법농단 반성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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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적이다" 젊은 판사들 실망감 표출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 소집 계획 없어
    현직 판사의 권력기관행 막아야…법안 통과 속도 내나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대해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판사들이 최근 김영식 전 부장판사의 청와대행에 대해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무너뜨린 대가로 전·현직 법관 14명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판사가 퇴임 직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임명되자 큰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이다.

    ◇ "충격이다" "부끄럽다"…반복되는 판사 청와대행에 '비판 여론'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는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김 전 부장판사의 청와대 법무비서관 임명 소식을 접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는 말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류 판사는 사법농단 사태를 처음 알린 이탄희 전 판사(현 변호사)와 함께 사법부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류 판사는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는 생각에 글을 올린다"며 "이번 법무비서관 임명으로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 본질은 사법 독립 침해의 위험성"이라고 표현했다.

    인천지법에 근무하던 김 전 부장판사는 지난해 말 법원에 사의를 표하고 올 초 법무법인 지평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의 표명 당시 일부 언론이 김 전 부장판사가 청와대 새 법무비서관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하자, 김 전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내정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당시 류 판사를 비롯해 여러 법관이 김 전 부장판사의 해명을 믿고 지지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로 옹색한 변명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법관들의 우려는 김 전 부장판사에 대한 실망감을 넘어 사법농단 사태 이후로도 변화가 없는 사법부의 독립성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전 대법원장과 고위 법관들이 줄줄이 재판에 나오고 있는데도 사법부 스스로 독립성을 무너뜨린 일에 대해 반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현 정부 역시 사법농단 적폐 청산을 해놓고 또다시 사법부와의 견제·균형 관계를 무너뜨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검찰청법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확보하고 권력과의 유착을 근절하기 위해 대통령비서실에 현직 검사를 파견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검사는 퇴직 후 1년 내에도 대통령비서실 직위에 임용될 수 없다. 대통령비서실에서 일했던 공무원을 퇴직 후 2년 이내에 검사로 임용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법관에 대해서는 이러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대부분 판사 출신들이 맡아 왔다. 판사직을 그만둔 후 오랜 기간이 지나 청와대에 입성한 사례도 있지만 사직 직후나 1년 미만의 짧은 기간을 두고 이동한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김 전 부장판사의 전임인 김형연 법무비서관 역시 법원에 사표를 낸 지 며칠 만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임용돼 논란이 됐다.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넘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이나 별정직 공무원에 임명되는 사례도 많다. 류 판사는 자신의 글에서 △김황식 전 대법관의 감사원 원장 임명 △이성보 전 서울중앙지법 법원장의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임명 △최성준 전 춘천지법 법원장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황찬현 전 서울중앙지법 법원장의 감사원 원장 임명 △이성호 전 서울중앙지법 법원장의 국가인원위원회 위원장 등을 예로 들었다. 모두 대법관·법원장직을 내려놓은 해에 곧바로 대통령 임명직으로 이동한 사례다.

    사법부의 일원이 행정부 요직으로 이동했을 때의 부작용은 이미 사법농단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는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가 판사 출신 법무비서관을 통해 부적절한 소통을 하며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정황이 적시돼 있다.

    재판 독립성과 신뢰가 의심받는 것은 물론이고 이러한 인사의 반복은 판사들이 '다음 자리'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치명적이다. 법관 독립성 확보를 위해 대법원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폐지하려 애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부 권력기관으로의 행보는 자유롭다면, 법관들이 자신의 앞날을 그리며 특정 권력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할 가능성도 열려있는 셈이다.

    ◇ 전국법관대표회의, 별다른 움직임 없어…입법만이 답인가

    그러나 법원 게시판에서 들끓는 우려와는 별개로 이번 사안이 실제 법관 사회 내부에서 유의미한 개선책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임시회의 소집 계획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임시회의는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구성원 5분의 1 이상이 요청할 때 소집된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 제6조는 이 회의의 임무를 '사법행정 및 법관독립에 관한 의견 표명과 건의'라고 명시한 만큼 이번 법무비서관 임명 사안도 얼마든지 임시회의 주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미 관련 법안이 수건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만큼 입법에 맡기자는 주장도 일부 제기된다. 현재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는 '법관의 대통령비서실 파견 금지 및 임용 제한 등'에 관한 법률안 5개가 묶여 상정돼 있다. 2017~2018년 오신환·김도읍·정종섭·주광덕·곽상도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안건으로, 퇴직 후 임용 제한 기간에 차이가 있고 전반적인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올해 3월에는 김도읍 의원이 대통령비서실 임용제한 기간을 법관 퇴직 후 5년으로 강화한 법안을 내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사개특위에서 다루고 있는 사안을 무시하고 별도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반발에 부딪혀 6월 이후로 논의가 미뤄진 상황이다. 발의된 법안들이 대통령 임명직 전반이 아닌 비서실 직위만 다루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한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해 사개특위 소위에서 법관은 (검찰 임용 규제보다) 더 길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저도 동감을 한다"며 "다만 5년은 너무 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국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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