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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 감독이 '나의 특별한 형제' 배우들에게서 본 것들



영화

    육상효 감독이 '나의 특별한 형제' 배우들에게서 본 것들

    [노컷 인터뷰] '나의 특별한 형제' 육상효 감독 ①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나의 특별한 형제'를 연출한 육상효 감독을 만났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내용이 일부 나옵니다.

    목 아래로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지체장애인과 5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인. '책임의 집'이라는 시설에서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혈연을 뛰어넘는 각별한 사이의 형제가 된다는 이야기. 어쩜 이렇게 드라마틱할까 싶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육상효 감독은 제작사(조이래빗) 대표에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제안받았고, 이를 준비하며 부지런히 시간을 보냈다. 연출작만 따지면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2012) 이후 7년 만의 개봉이니, 그 사이가 길긴 했다. 이에 육 감독은 "놀지 않고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고 말했다.

    "같이 사는 건 약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식이다. 약한 사람은 함께할 수 있어서 사실은 강자보다 강하다"는 감독의 말에도 잘 드러나 있듯, 그의 신작은 서로 다른 고유함을 지닌 개인이 도우며 같이 사는 이야기다. 그 영화는 지난 1일 개봉한 '나의 특별한 형제'다.

    그리 대단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기대며 공존하는 것, 육 감독이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준 이야기와 연결된다. "이 영화 전체가 장애인을 세상 속으로 자꾸 내보내는 역할을 어느 정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지나친 동정도, 미화도 경계했다.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서부터 노들 장애인 야간학교(노들야학), 일산사랑 장애인 자립센터 등에 자문을 구하며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들' 캐릭터가 현실처럼 잘 만들어진 허구에 박제된 가상 인물이 아니라, 정말 저런 사람도 있을 법하다고 생각하게 해 주는 '숨 쉬는 인격'에 가깝게 느껴진 데는 신하균-이광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공도 컸다.

    그래서인지 함께한 배우들 이야기를 물으면, 육 감독은 세세한 부분까지 빠뜨리지 않고 풍성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육상효 감독을 만났다. 그가 '나의 특별한 형제' 배우들에게서 발견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극중 동구(이광수 분)가 수영을 좋아하고 재능도 있어서 미현(이솜 분)의 코치를 받아 대회에 나간다는 설정은 각색 과정에서 추가한 것이다. (사진=명필름, 조이래빗 제공)

     

    ▶ '머리 좀 쓰는 형' 세하(신하균 분)와 '몸 좀 쓰는 동생' 동구(이광수 분)가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이야기다. 1996년 광주의 한 복지원에서 만난 지체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어느 정도로 각색했는지 궁금하다.

    이런 사람 둘이 같이 산다는 게 이 이야기의 출발점이었다. 영화에 있는 모든 게 (실존인물 두 분과) 같이 다니면서 본 것이다. 최승규 씨(세하 역 모델)가 술을 좋아하고, 박종렬 씨(동구 역 모델)는 술을 못 먹고. 술 따라주는 것부터 착착 챙겨주는 걸 보고, 동구라면 빨대를 유형별로 기억하겠구나 생각했다. 이런 과정(관찰)을 통해 (캐릭터) 보강도 되고 유머도 만드는 거다.

    한 번은 종렬 씨가 승규 씨한테 혼났다. 휠체어 덜컹거렸다고 하니 (종렬 씨가) 삐쳤다. 뭘 먹는 장면이 있으면 (영화 속) 라면 장면처럼 되겠구나 싶었다. 자기만 계속 먹는 거다. 카페에서 커피 시키는 장면도, (실제로) 승규 씨가 (휠체어에 앉아 있으니까) 카운터에서 잘 안 보이더라. 그래서 이런 장면이 되겠구나 상상했다.

    그럼 이제 무얼 보탰느냐. 전체가 드라마적인 스토리가 되려면 그 뭐가 될까. 핵심은 이 두 사람이 같이 산다는 거였다. (둘이) 떨어지는 게 드라마의 축이 된다. 떨어졌을 때의 안타까움이 갈등의 핵심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떨어지는 과정이 실제와 달랐다.

    ▶ 극중에서는 동구의 수영 에피소드가 꽤 비중 있게 다뤄진다. 동구가 어릴 적 엄마와 헤어진 곳도 수영장이었고, 동구는 수영 실력이 좋아 대회에도 나간다. 이 부분도 각색한 건가.

    수원이던가. 지적 장애인이 수영 대회에서 3등을 한 사례가 있었다. 신문 기사, 자료를 찾아보니까. 실제로 시설에 사는 분들에게도 수영 시간이 있더라. 수영한다고 하면 백 하나씩 들고 가며 되게 좋아한다. 물놀이 하러 가니까.

    그걸 보고 동구가 수영을 잘한다면, 그게 세하가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이 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이 들더라. 하나의 설정이 동구와 어머니와의 관계 등 (영화 내에서) 가능한 많은 것을 해내야 했다. 그래서 수영이 드라마의 중심이 됐다.

    근데 수영장 씬은 찍기가 힘들었다. 카메라도 수증기 껴서 그때마다 바꿔야 하고. 수영장은 영업을 하니까 스케줄 빼기도 힘들고, 덥고. (웃음)

    위쪽부터 각각 세하 역을 맡은 신하균, 동구 역을 맡은 이광수, 미현 역을 맡은 이솜 (사진=명필름, 조이래빗 제공)

     

    ▶ 시나리오 작업에 3년 정도 걸린 것으로 안다. 본인뿐 아니라 '화려한 휴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의 각본을 쓴 나현 작가, 2012년 롯데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작 '관능의 법칙' 각본을 쓴 이수아 작가, 명필름랩 시나리오 전공 정일 작가까지 네 명이 협업했다고 들었는데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저와 세 명이 모여서 했다기보다, 각자 썼던 걸 제가 한 번 정리해서 고치고 이런 식으로 일을 한 거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때마다 얻는 게 있었다. 무엇을 얻었느냐는 세상에서 저만 정확히 알고 있다. 어떤 작가분이 어떤 부분을 썼지, 그 대본에서 처음 이 생각이 나왔구나 등등. (웃음)

    ▶ 얼굴 빼고 몸의 어느 곳도 마음껏 쓰지 못하는 세하, 지적 수준이 어린아이 정도인 동구 모두 소화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을 것 같다. 여기에 신하균-이광수를 캐스팅했고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세하는 앉아서 말과 표정으로 연기하는 거라서 굉장히 연기력이 좋은 사람이 필요했다. 처음에 제가 (시나리오를) 썼을 때는 지금보다도 대사가 훨씬 더 많았다. 말을 빨리하면서도 발음을 분명하게 할 수 있어야 했다. 신하균 씨가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걸 많이 확인했던 배우이기 때문에 (세하 역으로) 생각했다.

    광수 씨는 제작자인 심재명 씨(명필름 대표)가 추천해서 만나봤을 때 눈빛이랄지 태도가 '런닝맨'이나 예능에서 보던 것과 다르더라. 충분히 연기를 하겠구나 싶었다. (두 사람) 케미도 생각해 봤다. 광수 씨는 키가 굉장히 크고 생각보다 몸이 굉장히 좋다, 상체가. 세하는 입만 살았고.

    이렇게 키가 큰 사람이 있으면 세하가 앉아있다는 게 더 두드러지지 않나. 키가 큰 사람이 있을 때 휠체어에 앉았다는 조건이 더 분명히 드러날 거라고 봤다. 또 세하는 똑똑한 눈빛, 동구는 해맑은 눈빛이었다.

    위쪽 왼쪽부터 어린 동구 역의 김현빈, 어린 세하 역의 안지호, 박신부 역의 권해효. 아래쪽은 송주사 역의 박철민 (사진=명필름, 조이래빗 제공)

     

    ▶ 동구의 수영 코치이자 세하-동구 형제의 친구가 되는 미현 역은 이솜이 맡았다. 어떻게 캐스팅하게 된 건가.

    '소공녀'를 잘해서 인상 깊었다. 어제도 이광수, 이솜, 신하균 씨와 무대인사 다녀왔는데 (이게) 굉장히 힘들다. 그런데도 만나면 반가우니까 인사를 한다. 솜이랑 나랑은 세대도 다르고, (이솜이) 여자 배우인데도 만나면 늘 반갑고 편하다. 이솜이란 배우가 가진 고유의 분위기다. 그래서 앞으로 잘될 것 같다. 안성기 선배도 그렇고 보통 스태프랑 잘 지내는 배우가 잘되더라. 배우는 기다리는 게 많아서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하루는 (스태프들 중에) 언뜻 보니 키도 크고 예쁘기도 하고 표정도 밝은 사람이 있어서 누구지 했는데 솜이였다. 그만큼 (현장에서) 편하게 잘하는 배우다.

    대본도 열심히 분석하고. 대사에서 '그들'이라는 표현이 좀 이상한 것 같다고 하더라. 저도 보면서 느꼈는데. 대본을 그만큼 잘 이해하고 있는 거다. 그리고 세 배우(신하균-이광수-이솜)가 굉장히 친해져가지고 촬영 없을 때도 본인들끼리 많이 만나더라. 어느 날은 혼자만 나와서 촬영하는 날도 있는데 그런 때는 심심해하고도 (다른 배우들에게) '저 심심해했다고 얘기하지 마세요' 이랬다. '굉장히 즐겁게 촬영하고 갔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웃음)

    ▶ 어린 세하(안지호 분)와 어린 동구(김현빈 분)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오디션으로 캐스팅했다. 여러 명을 오디션해서 계속 좁혀갔다. 세하 역 맡은 친구, 안지호 배우는 연기가 좋았다. 굉장히 잘했다. 외모도 좀 비교적 동글동글해서 하균 씨랑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동구 역은 처음에 오디션 하는데 말할 때 지적장애 연기를 하더라. 그렇게 하지 말고 그냥 평상시 말을 하라고 했는데 그게 좋더라. 외모도 광수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들이 잘한 연기가 여러 가지 있는데 신부님(권해효 분)이 주례 보는 장면이었다. 그때 동구에게는 세하를 한번 보라고 했다, 너희(아역배우들) 마지막 촬영이니까. 그 장면을 너무 잘 소화한 거다. 아무 생각 없는 것 같으면서도 동구는 세하를 보고, 세하는 신부님을 보고.

    편집에서 그 커트가 의도한 대로 잘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보셨겠지만 수중 촬영이 굉장히 힘들다. 5~6m 깊이에서 하는 게 되게 공포스러운 연기다. 앞이 안 보인다. 동구 역 맡은 현빈이는 수영 연습도 많이 했다.

    아역 동구는 VIP 시사회 날 전체 영화를 처음 봤다. 그 친구가 제 오른쪽 옆에서 봤는데 1시간 반 정도를 울더라. 손이 막 얼굴에 올라가고. '너, 왜 이렇게 울어 인마' 하니까 '너무 슬프다'고 했다. 집에 오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배우가) 운 이유가 있는 거다. 광수의 모든 얘기가 자기 얘기니까, 완전히 감정이입이 된 것 같다. 접시 깨는데도 울고, 혼자 앉아있는 데서는 철철 울고. 이걸 계속하는 거다.

    육상효 감독 (사진=NEW 제공)

     

    ▶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활동 보조인 육선생 역 김경남 연기도 자연스럽더라.

    김경남은 굉장히 재능있는 배우다. 그 친구와 연기 같이 해 보니까, 젊은 친구가 절제하는 방법을 알고 있더라. 크지 않은 역할인데도. 저뿐만 아니고 다 잘될 것 같다고 했다. 조연배우가 그렇게 하기가 힘들더라. 어떤 장면에서 자기를 드러내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그런데 젊은 배우가 정확하게 자기 역할을 했다. 일하는 내내 인상적이었다. 말수는 별로 없다. 밥 먹을 때도 조용히 먹고. 굉장히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 영화 초반부는 박신부 역의 권해효가, 중반부 이후부터는 송주사 역의 박철민이 출연한다. 두 사람은 웃음과 감동을 주는 데 톡톡히 역할을 했는데, 함께 작업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부산 무대인사 때 제가 물어봤다. 영화 끝나고 관객분들한테 어느 부분이 재밌었냐고 했는데 누가 '대학 후배요'라고 하더라. 제가 이 영화를 100번쯤 봤는데 모르겠더라. 재판 장면에서 (세하와의 관계를 묻자) 박철민 씨가 '대학 후밴데요'라고 하는 거다. 그게 웃겼다는 거다. 박철민 씨는 애드립 엄청나다. 그래서 저는 경계심을 갖고 한다. (웃음) '이건 살아야 합니다' 자주 이런다. (제가) 애드립을 쓰면 엄청 좋아하더라. (웃음) 권해효 씨는 본인이 가톨릭 신자고 신부님들과도 친하다. 그래서 (역할을) 편안하게 잘하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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