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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국민이 국가와 싸울 때 '심판' 왜 흔드는가"



문화 일반

    김진명 "국민이 국가와 싸울 때 '심판' 왜 흔드는가"

    [작가 김진명이 말하는 지금 대한민국 ②]
    공수처법안 수사·기소 대상에 사법부 포함
    "韓민주주의 어마어마한 후퇴" 강력 비판
    "정권 바뀌면 악용 불 보듯…무서운 쐐기"
    "국회 '기소 제외' 정당성? 법원 보호해야"

    그간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의미심장한 조언을 건네 온 작가 김진명이 지금 대한민국을 심층진단했다. 그는 "국가는 늘 위기를 겪지만, 그 위기는 언제나 극복되기 마련"이라는 당위를 강조했다. 최근 김진명과 나눈 인터뷰를 3회에 걸쳐 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한국당이 외친 '독재타도'…세상 참 우습다"
    ② "국민이 국가와 싸울 때 '심판' 왜 흔드는가"

    <계속>


    사진=연합뉴스

     

    최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신속처리 안건, 이른바 '패스트트랙'으로 올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적용 대상에 사법부가 포함된 것을 두고 작가 김진명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진명은 "민주정의 핵심은 권력을 나누는 데 있다. 행정부에 모든 권력을 몰아주면 독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말을 이었다.

    "축구경기 심판처럼 어느 편도 들지 않고 공정하게 판결해야 하는 사법부를 보호하는 일은 현대 국가에서 너무나 중요하다. 국민과 행정부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을 때 심판이 바로 사법부이기 때문이다. 국가 권력을 입법·사법·행정으로 나누는 삼권분립이 지금 전 세계 모든 민주국가의 기본인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공수처법안을 보면 법관에 대해 늘상 조사할 수 있도록 해놨다"며 "조사와 수사라는 것은 반드시 범죄정보를 포함한다. 공수처법 적용 대상에 대해 범죄정보를 수집하게 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공수처에서는 법관에게 전화 등으로 이것저것 묻게 된다. '누구를 만났냐' '뭘 먹었냐' '돈은 누가 냈냐'는 식으로 묻기 시작하면 자기검열로부터 자유로울 법관은 아무도 없다. 이 중대한 문제를 어느 신문·방송에서도 지적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우리 사회가 상당히 성숙한 것 같아도 민주주의 기본에서 멀어져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앞서 지난 25일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수사 대상에는 대통령,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법원과 헌법재판소, 수사기관인 검찰과 경찰 등이 포함됐다. 이들 가운데 판사, 검사, 경찰의 경무관급 이상은 공수처가 기소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행정부)와 국회(입법부)는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셈이다.

    김진명은 "국회의원들은 공수처(기소 대상)에서 빠졌는데, 그것에는 정당성이 있다"며 "공수처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에게 상시로 범죄 여부를 묻고 끊임없이 압박한다면 올바른 민주주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국회의원들이 이렇듯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면 먼저 나서서 사법부를 보호해야 한다"며 "법원의 판결 하나하나가 국민과 정부의 대결에 대한 심판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축구경기를 예로 들면 심판이 페널티킥도 줄 수 있고, 공정하게 어떠한 판정도 할 수 있어야 한다. 한쪽 팀이 심판을 압박하고 수틀렸을 때 경질까지 할 수 있는 구도라면 공정한 심판은 이뤄질 수 없다. 이렇듯 위중한 사안인데도, 이번에 국회에서 그토록 심각한 충돌을 하면서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다는 사실은 스스로 반쪽짜리 국회임을 시인하는 것이다."

    ◇ "행정부 견제 조직은 사법부…현 법안대로라면 법관 압박 너무 쉽다"

    작가 김진명(자료사진/노컷뉴스)

     

    김진명은 공수처 설립과 해당 법의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다만 "공수처법 적용 대상에 법원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를 두고 김진명은 "절대 진리에 가까운 것"이라며 "행정부가 사법부에 대해 감시의 눈초리를 상시적으로 보낸다는 것은 민주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우리 사회에서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는 데 위기감마저 든다"고 전했다.

    "이번에 공수처법을 추진하는 정부·여당 등에서는 이것이 악용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부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절대 이 제도를 악용하지 않는다' '절대로 행정부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사법부를 압박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이라는 것은 언젠가 바뀌기 마련이다. 그 이후가 문제다."

    그는 "다른 정권에게 이것은 악용하기 너무나도 좋은 수단"이라며 "행정부를 현실적으로 견제하는 조직은 사법부인데, 현 공수처밥안대로라면 행정부가 법관들을 압박하기 너무 쉽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수처법의 의도도 좋고 다 좋지만, 그 적용 대상에서 판사나 헌법재판관처럼 '판'자가 들어가는 사람은 무조건 빼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그동안 애써 쌓아올린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반적으로 법관들은 활동 범위가 굉장히 좁다. 보통 사람 같으면 다소 때묻은 일도 참고 넘기지만, 판사들은 대략 그 좁은 영역에서 아주 깨끗하게 생활하기 때문에 사소한 압박 하나에도 굉장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 정권은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자신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정권에서는 그 이상 편한 것이 없고, 사법부 입장에서는 이것 이상으로 무서운 쐐기가 없다."

    김진명은 "김학의 사건에서도 익히 봤듯이, 법이 있는데도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하지 않는 한심한 작태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국민적 불신이 크게 쌓였다"며 "이대로는 개선이나 개혁을 도저히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공수처법도 생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공수처법의 좋은 취지를 전부 깨뜨릴 정도로, 그 1백배 1천배 이상 나쁜 것이 사법부를 포함시키려는 일"이라며 "이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민주주의의 어마어마한 후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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