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제도)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25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갇혀있다 6시간 만에 탈출했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은 이날 사법개혁 특별위원회를 열어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법과 형사소송법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회의를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 6층 채 의원 사무실에는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자유한국당 여상규·이종배·이은재·이완영·이양수·이만희·엄용수·조경태 의원 등이 찾아왔다. 채 의원은 바른미래당의 보임(위원 교체)을 받아 이날부터 사개특위 위원이 됐다.
두런두런 앉아 샌드위치로 점심을 나눠 먹던 분위기는 오후 1시쯤부터 급변하기 시작했다. 채 의원이 사개특위 참석을 위해 밖으로 나오려 하자 한국당 의원들이 막아섰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진 것.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소파를 끌고 와 겹겹이 바리케이드를 쌓았고 그 위에 앉아 채 의원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제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치가 길어지자 채 의원이 무릎을 꿇고 사정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5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상임위·특위 의원 교체)을 허가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차기 간사인 채이배 의원실을 점거하자 채 의원이 창문을 통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급기야 채 의원은 의원회관 6층 공원 쪽을 향해 있는 사무실 창문을 열고 틈 사이로 기자들을 접촉했다.
이어 취재진에게 "감금된 상태로 논의도 안 되고 회의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필요하다면 창문을 뜯어서라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당 의원들이 나가주셔야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겠는데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면서 "경찰과 소방당국에서 물리력으로 해결해줬으면 하는데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채 의원 측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채 의원을 창문을 통해 빼내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오후 3시쯤 한국당 의원들이 문을 열어주기로 결정하면서 채 의원은 창문이 아닌 사무실 현관을 통해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곧바로 국회 본관으로 이동한 채 의원은 운영위원장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창문을 뜯어내서라도 감금을 풀어달라고 하자 한국당 의원들이 그렇게 하는 건 위험하다며 물러서겠다고 했다"며 "사법개혁을 위한 법안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하고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를 위해 충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의원실 내에 있던 한 한국당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유리창을 깨고 나가는 건 모양이 좋지 않고 혹시 안전사고라도 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채 의원에게 중지하라 하고 문을 열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