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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에 청소일 시작한 일러스트레이터의 꿈”



노동

    “27살에 청소일 시작한 일러스트레이터의 꿈”

    ‘저 청소 일 하는데요?’저자 김예지
    인턴 그만두고 취업난 겪어
    엄마 추천으로 시작한 청소일
    친구들 첫 반응 ‘왜 그런 걸 해?’
    청소 일하며 책임감 배워
    꾸준히 무엇인가 해냈다는 신뢰감도
    꿈과 현실 달라도 나아가는 방법 많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4월 23일 (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예지 (작가)


    ◇ 정관용> 조금 다르게 살다 보니 생각보다 행복합니다. 얼마 전에 출간된 저 청소 일 하는데요라는 제목의 만화책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 책의 부제입니다. 이 책을 쓴 작가, 27살에 청소 일을 시작했다고 하고 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합니다. 얼핏 보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삶을 오가고 있는 분이에요. 김예지 작가를 오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예지> 안녕하세요.

    ◇ 정관용> 미술대학을 졸업하신 거죠?

    ◆ 김예지> 네.

    ◇ 정관용> 그리고 꿈이 일러스트레이터?

    ◆ 김예지> 네.

    ◇ 정관용> 일러스트레이터하고 만화가하고 뭐가 차이가 있는 거예요?

    ◆ 김예지> 그냥 딱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일레스터레이터는 단적인 그림. 딱 그냥 삽화라는 거라면 만화가는 저희가 흔히 접하는 컷만화? 그런 스토리가 있는 이렇게 나뉜다고 생각하면 돼요.

    ◇ 정관용> 한 장짜리가 일러스트레이팅이라고 볼 수 있군요.

    ◆ 김예지> 네. 약간 삽화.

    ◇ 정관용> 네. 27살에 청소 일을 시작했는데 대학 졸업하고 27까지는 뭘 하셨어요, 그럼?

    ◆ 김예지> 그때 회사를 다녔었어요. 그래서 디자인 회사에서 촬영 팀에서 상품 스타일리스트라고 사람 꾸미는 거 말고 상품을 꾸며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주는 거예요.

    ◇ 정관용> 상품을 예쁘게 디스플레이 해서 사진 찍어서 홍보하도록 하는?

    ◆ 김예지> 네. 그런 일을 1년 했고요. 1년 하고 나와서 이제 취업 준비를 했었는데.

    ◇ 정관용> 1년 하고 왜 나오셨어요? 그 회사에?

    ◆ 김예지> 그때 인턴이었기도 했고.

    ◇ 정관용> 인턴 1년으로 입사를 했군요?

    ◆ 김예지> 인턴은 2년이기는 했어요. 그런데 1년 하고 다른 그림 그리는 일도 해보고 싶어서 그래서 나오게 됐었어요.

    ◇ 정관용> 그리고 다른 데 취직을 하려고?

    ◆ 김예지> 구직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이제 잘 되지 않았죠. 잘 되지 않아서 알바도 하고 이러면서 그리고 또 다른 수업 같은 것도 들으면서 좀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러다가 청소 일은 어떻게?
    도서 <저 청소일="" 하는데요?=""> 저자 김예지 (사진=21세기북스 제공)

     


    ◆ 김예지> 그래서 제가 구직활동을 하는데 잘 안 됐던 거예요. 그래서 저희 어머니가 저도 그래서 구직활동 하다가 좀 잘 안 되길래 원래 이때쯤 제일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구직활동이 안 되는 와중에 다른 길로 돈을 벌 수 있는 걸 해야 될까? 아니면 좀 더 외골수로 그림을 더 파볼까? 이렇게 고민을 하다가 저희 어머니가 너가 생계로는 청소 일을 하고 남는 시간이 있으니 그 시간에는 좀 그림을 그리면서 포토폴리오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느냐 이렇게 말씀하신 거예요. 그래서 괜찮을 것 같은데?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 정관용> 그런데 어머니는 어쩌다가 청소 일을 권하게 됐대요? 그냥 알바를 해도 되잖아요, 일반 젊은이들처럼.

    ◆ 김예지> 이제 알바는 시급이 일단 짜잖아요. 짜기도 하고 시간 대비 어떻게 보면 일주일 내내 제 시간을 소비해야 되고 그만큼 제 시간이 없잖아요. 그리고 또 많은 돈을 벌 수도 없고 그러니까 제가 학자금 대출도 있어서 그것도 나가야 되고 여러 가지 있었는데 이제 청소 일은 시간 대비 버는 만큼 돈을 받는 형식이거든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시간도 제 마음대로 조율이 가능해서.

    ◇ 정관용> 그래요? 어떤 예를 들면 저희 CBS 사옥에도 청소 일을 도와주시는 여사님들이 계신데 그분들처럼 어떤 큰 대형 건물에 고용돼서 일하는게 아닌 거군요?

    ◆ 김예지> 네. 맞아요. 저는 이제 개인사업자를 내요. 그거를 내서 이제 각자 계약을 하게 되고 이제 각자 계약을 하다 보니까 월,수,금 해 주세요 하는 것도 있고 화요일만 해 주세요라고 하는 것도 있고 이렇게 조율이 가능한 거예요.

    ◆ 김예지> 대형 건물이 아닌 주로 소형 건물이나.

    ◆ 김예지> 좀 그렇죠.

    ◇ 정관용> 일반 가정집도 해당이 되나요?

    ◆ 김예지> 가정집은 안 해요.

    ◇ 정관용> 그건 안 하고? 소형 건물들?

    ◆ 김예지> 네.

    ◇ 정관용> 그래서 지금 혼자 했어요? 아니면 어머니랑 같이 하세요?

    ◆ 김예지> 지금 계속 엄마랑 같이 하고 있어요.

    ◇ 정관용> 2인 1조로? 개인 사업자로서?

    ◆ 김예지> 네.

    ◇ 정관용> 거래처는 항상 변화가 있겠군요?

    ◆ 김예지> 좀 그렇죠. 그런데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쭉 해온 것도 있고 바뀐 것도 있고.

    ◇ 정관용> 몇 년 됐어요, 지금?

    ◆ 김예지> 이제 5년 됐어요.

    ◇ 정관용> 벌써?

    ◆ 김예지> 네.

    ◇ 정관용> 그러면 매일 하지는 않습니까?

    ◆ 김예지> 원래는 매일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좀 작가 활동도 하게 됐고 해서 월,수,금으로 줄였어요.

    ◇ 정관용> 월,수,금. 그거는 계약하기 나름이니까.

    ◆ 김예지> 그렇죠. 그렇죠.

    ◇ 정관용> 조건이 안 맞으면 안 하는 거니까.

    ◆ 김예지> 네. 맞아요.

    ◇ 정관용> 월,수,금 3일만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해요?

    ◆ 김예지> 거의 새벽 5시 반에 나가서 집에 돌아오면 3시 정도 돼요.

    ◇ 정관용> 오후 3시?

    ◆ 김예지> 네, 오후 3시.

    ◇ 정관용> 그럼 몇 군데를 하는 거예요, 청소를?

    ◆ 김예지> 하루에 10군데에서 11군데 정도?

    ◇ 정관용> 그렇게 많이 해요?

    ◆ 김예지> 네.

    ◇ 정관용> 다 가까운 데 있습니까?

    ◆ 김예지> 거의 그런데 뭉쳐 있죠. 거의 가는 곳 지역이.

    ◇ 정관용> 그래야 되겠죠.

    ◆ 김예지> 멀리 있는 곳은 이동 시간도 있고 하니까. 거의 좀 모여 있죠.

    ◇ 정관용> 네. 그렇게 주 3회 새벽 5시부터 오후 한 3시까지. 그렇게만 해도 벌어들이는 수입이 다른 데 알바하거나 이런 것보다는 훨씬 낫다?

    ◆ 김예지> 네. 훨씬 낫죠.

    ◇ 정관용> 훨씬?

    ◆ 김예지> 훨씬 나아요.

    ◇ 정관용> 그래요?

    ◆ 김예지> 그래서 좀 저한테 어떻게 보면 시간적인 여유와 경제적인 여유를 좀 많이 줬던 것 같아요.

    ◇ 정관용>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둘 다 줬다.

    ◆ 김예지> 네.

    ◇ 정관용> 그러면서 나머지 요일이나 그런 시간 때는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고 자기개발도 하고 포토폴리오도 쌓고 그 일을 쭉 지금도 현재 하고 있는 거죠?

    ◆ 김예지> 네.

    ◇ 정관용> 일러스트레이팅으로는 그럼 수입을 창출시킨 건 없습니까, 아직은?

    ◆ 김예지> 지금 했다고 치면 이제 독립서적으로 나왔을 때.

    ◇ 정관용> 이 책을 낸 거?

    ◆ 김예지> 네, 이 책이랑 그리고 삽화랑 만화 작업 몇 개 있고 벽화 같이 좀 몇 개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유지 가능한 상태는 아니에요. 제 생계를. 그래서 어떤 수입은 있었지만 유지 가능한 수입은 아니었다. 좀 단발적인.

    ◇ 정관용> 간헐적이고 일시적인.

    ◆ 김예지> 네. 맞아요.

    ◇ 정관용> 그래서 청소 일로 돈 벌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자아실현 합니다. 이런 말을 한 거군요?

    ◆ 김예지> 네, 맞아요.

    ◇ 정관용> 아직 그걸로 생계는 안 되니까 자아실현 정도다, 현재로써는?

    ◆ 김예지>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어쩌다가 내 이야기를 책으로 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 김예지> 제가 일단 제 상태가 고민이 되는 거예요. 제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맞는 걸까? 그리고 남들과 다르다는 게 좋든 나쁘든 좀 외롭게 다가오더라고요. 소수의 삶이라는 게. 그래서 그걸 제가 스스로 내용을 정리해 보고 어떤 게 고민이 되고 어떤 게 괜찮은지 또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알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책으로 내용을 정리하게 됐던 것 같아요.

    ◇ 정관용> 나 스스로를 정리하자는 차원에서?

    ◆ 김예지> 네.

    ◇ 정관용> 그런데 또 본인의 특기가 일러스트레이팅이니까 만화 형식을 빌려서.

    ◆ 김예지> 네.

    ◇ 정관용> 그래서 독립 출판을 했는데 이게 사람들한테 인기를 끌고 정식 출판까지 갔어요.

    ◆ 김예지> 네.

    ◇ 정관용> 그런데 아까 처음에 이런 말을 했어요. 남들과 좀 다르게 살다 보니. 즉 같은 미대 졸업한 친구들 중에 청소 일 하는 사람 없죠?

    ◆ 김예지> 그렇죠, 없죠.

    ◇ 정관용> 또 주변에 청소 일 하시는 분들 가운데 우리 김예지 작가랑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이 있나요?

    ◆ 김예지> 요즘 좀 생기더라고요.

    ◇ 정관용> 생기고 있어요?

    ◆ 김예지> 네.

    ◇ 정관용> 이 책 덕분인가요?

    ◆ 김예지> 그거는 모르겠어요.

    ◇ 정관용> 그래서 맨 처음에 일 시작하시고 친구들 만나면 뭐라고 했어요?

     


    ◆ 김예지> 처음에 저도 얘기하기가 너무 좀 부끄러운 거예요. 왜냐하면 회사에 그림 그리겠다 하고 나와서 취직 준비했는데 갑자기 아무런 그런 거 없이 청소 일로 제가 확 빠진 거잖아요. 그래서 친구한테 얘기할까 말까 하다가 얘기 안 하게 되면 제가 취직 준비한다고 생각할 거 아니에요, 친구들은. 그래서 그냥 얘기했죠. 뭐 이런 사정이 있어서 청소를 하게 됐다. 그래서 이런 장점이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이렇게 얘기했고 친구들이 처음에는 신기해했죠.

    ◇ 정관용> 신기해해요?

    ◆ 김예지> 네, 왜 그런 걸 해? 약간 이렇게 반응이 나오기도 하고 그런데 결론적으로 지금으로 봤을 때는 친구들이 응원도 많이 해 줬었고 그리고 '그래도 나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구나'라고 바라봐줬던 것 같아요.

    ◇ 정관용> 세상의 편견과 자신의 편견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이런 표현을 쓰셨던데 세상의 편견은 뭐고 자신의 편견은 뭐예요?

    ◆ 김예지> 일단 첫 번째 세상의 편견은 이제 청소에 대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연령대가 있는 어머니들이나 아버지들이 많이 하시고 그리고 일단 학력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도 좀 떨어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어떤 전문지식으로 어떤 대학을 가서 배워서 해야 하는 일은 아니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예지> 그런 거에 대한 편견이 이제 세상의 편견이라면.

    ◇ 정관용>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아니, 대학까지 나와서 웬 청소 일? 이런 거죠.

    ◆ 김예지> 맞아요, 맞아요. 저 스스로의 편견도 거기에 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제가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대학을 나와서 어떤 전문적인 직업으로 가지 않고 나도 왜 이걸 선택하게 됐을까? 좀 더 노력하지 못했던 걸까? 약간 스스로에 대한 그런 의문도 생기게 됐고.

    ◇ 정관용>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그것을 편견이라고 표현하게 된 것은.. 아니라는 거죠?

    ◆ 김예지> 그렇죠, 맞아요.

    ◇ 정관용> 즉 대학 나와서 그 일을 하는 게 어떠냐 이런 거죠?

    ◆ 김예지> 맞아요. 왜냐하면 제가 이 일을 함으로써 얻었던 것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예지> 그러니까 단순히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을 떠나서 제가 얻어내고 제가 거기서 느꼈던 것들이 더 컸기 때문에 굳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 때문에 청소 일을 못 하는 건 좀 너무 억울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좀 했던 것 같아요.

    ◇ 정관용> 또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그동안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아서 대학 졸업한 사람 중에 그런 단순노무직 하시는 분들 많아요. 서비스직.

    ◆ 김예지> 맞아요.

    ◇ 정관용> 안 그렇습니까?

    ◆ 김예지> 맞아요.

    ◇ 정관용> 그런데 그거랑 청소 일이랑 왜 다르게 보느냐 이거죠. 그렇죠?

    ◆ 김예지> 그렇죠, 그렇죠.

    ◇ 정관용>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수입이 괜찮았다는 점 말고 또 어떤 것들을 배웠어요?

    ◆ 김예지> 일단 어른으로서의 책임감도 배운 것 같아요. 이것도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고 제가 그 사람한테 합당하게 노동을 해 주며 받는 돈이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만약에 마음에 안 들게 하면 재계약이 안 되겠죠.

    ◆ 김예지> 네, 맞아요. 그런 거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고.
    도서 <저 청소="" 일="" 하는데요?=""> 중 (사진=21세기북스 제공)

     


    ◇ 정관용> 책임감.

    ◆ 김예지> 그리고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긴데 저에 대한 신뢰감도 좀 얻었던 게 5년 동안 그래도 꾸준히 무언가를 했다는 저 자신만의 그런 것?

    ◇ 정관용> 본인에 대한 신뢰감.

    ◆ 김예지> 네. 그런 것도 얻었고 그리고 또 제가 엄마랑 보냈던 시간들에 대한 좋음? 그 시간, 원래도 엄마랑 친하기도 했는데 청소 일을 하면서 더 많은 대화를 했거든요. 왜냐하면 아무래도 둘이 많이 붙어다니다 보니까.

    ◇ 정관용> 그렇죠.

    ◆ 김예지> 그 것에 대한 되게 고마움? 되게 많은 것 같아요.

    ◇ 정관용> 엄마랑 하루 종일 붙어서 일하다 보면 다투지는 않아요?

    ◆ 김예지> 다투기는 하죠. 다투기도 해요. 그런데 저희 엄마가 거의 다 받아주세요. 그래서 그리고 되게 좋은 게 다퉈도 금방 쉽게 푸는 사이여서 그건 좀 잘 넘어가는 편이에요.

    ◇ 정관용> 일이 힘들지는 않습니까? 육체적으로.

    ◆ 김예지> 힘들어요.

    ◇ 정관용> 힘들죠? 아무래도. 하루에 10군데 이상을 청소 하려면 빨리 빨리 해야 될 것이고.

    ◆ 김예지> 그렇죠, 맞아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예지> 네.

    ◇ 정관용> 그러나 소홀히 할 수 없고.

    ◆ 김예지> 그렇죠. 그렇죠.

    ◇ 정관용> 그럼 몸이 아프거나 그런 적은 없었어요?

    ◆ 김예지> 있었죠. 있어서 이거는 아프면 못 봐줘요. 다른 회사는 빠져도 연차를 내거나 월차를 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일단 빠질 수가 없는 게 대타를 구할 수가 없어요, 갑자기. 왜냐하면 저희가 항상 가던 곳이어서 아무도 모르고 저희만 알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아파도 빠질 수가 없어서 아파도 항상 일을 했던 것 같아요.

    ◇ 정관용> 아이고. 아픈 데 병원도 못 가고?

    ◆ 김예지> 이제 너무 아플 때는 병원 갔다가 좀 늦게 시작하거나 그랬었죠.

    ◇ 정관용> 바로 그런 데서 책임감 같은 걸 느낀 거군요?

    ◆ 김예지> 그렇죠. 좀 돈버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 정관용> 어렵죠. 그리고 그 일을 맡기신 분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아니, 일을 맡기고 보니까 이렇게 젊은 아가씨가? 이런 반응도 있었겠죠?

    ◆ 김예지> 원래 계약하시는 분들은 제가 처음에 가니까 그런 분들은 보시는데 이제 공장에 가요. 그러면 여러 일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그러면 처음에는 좀 되게 낯설어하세요. 어? 왜냐하면 그분들이 봐오던 이미지가 아니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예지> 자기가 생각하기에 너무 젊은 여성이 와서 청소를 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막 대놓고 물어보시는 분도 있어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되게 젊어 보이세요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고 대부분 신기해하세요, 처음에.

    ◇ 정관용> 그러다가 조금 지나면 자연스러워해요?

    ◆ 김예지> 네. 왜냐하면 뭐든지 신기해도 맞닥뜨리다 보면 익숙해지잖아요. 익숙해지셔서 인사도 하게 되고 잡담도 하게 되고 그렇게 돼요.

    ◇ 정관용> 한 번만 더 돌이켜 보면 젊은 사람이라고 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거니까.

    ◆ 김예지> 그렇죠, 맞아요.

    ◇ 정관용> 요즘 젊은 특히 남성들도요. 심지어 가정집까지를 대상으로 전문 청소 클리닝 업체 차리시는 분들도 꽤 많대요.

    ◆ 김예지> 맞아요. 맞아요.

    ◇ 정관용> 주변에서 그런 거 봤어요?
    김예지 작가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유튜브 라이브 캡쳐)

     


    ◆ 김예지> 제가 가는 건물에 그런 클리닝 사업하시는 분이 계세요. 그분이 그러시는 거예요. 자기 젊었을 때 저처럼 이렇게 청소를 했고 청소를 하다가 사업을 지금 차리셔서 거기에서 그런 클리닝 업체 뭐라고 하지? 인력업체처럼 좀 하시는데 되게 크게 잘 되셨더라고요. 그분도 되게 젊으세요, 지금.

    ◇ 정관용> 그러니까요. 요즘 그런 일종의 신영역이 있다니까요.

    ◆ 김예지> 맞아요.

    ◇ 정관용> 그런 고객층도 분명히 있는 거고.

    ◆ 김예지> 그렇죠.

    ◇ 정관용> 이 책을 내고 심지어 TV 다큐멘터리 출연도 하셨다고요?

    ◆ 김예지> 네, 네. EBS, 말해도 되나요?

    ◇ 정관용> 네. 말씀하셔도 돼요.

    ◆ 김예지> EBS 다큐시선이라고 거기에서 약간 젊은이들의 고군분투? 그런 거에 관련된 다큐를 찍었어요.

    ◇ 정관용> 또 여기저기 강연도 다니시고?

    ◆ 김예지> 그렇죠.

    ◇ 정관용> 강연에서는 주로 어떤 얘기를 하십니까?

    ◆ 김예지> 일단 책을 쓴 이유를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제일 많이 하고 이제 또 제가 그 안에서 느꼈던 경험담? 왜 힘들었는지. 아니면 또 이걸로 뭘 얻었는지. 약간 이런 얘기 많이 하고.

    ◇ 정관용> 지금 저랑 나누고 있는 이런 이야기들?

    ◆ 김예지> 그렇죠.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도 얘기하게 되고 그렇죠.

    ◇ 정관용> 아까 이 책을 쓰게 된 1번의 동기는 나 스스로를 정리하기 위해서, 나 스스로에 대한 그런 여러 가지 문제점이나 내가 정리하지 못한 의문점 같은 것들에 답을 한번 내보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무엇을 얻기를 바랍니까?

    ◆ 김예지> 일단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고 꿈이랑 현실이 달라도 어쨌든 나아가는 방법은 여러 개니까 자기도 자신 안에서 방법을 스스로 찾아나갔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 정관용> 꼭 정해져 있는 길이 아니다. 그런 거죠?

    ◆ 김예지> 네, 다양하게 생각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 정관용> 꿈이 뭐예요?

    ◆ 김예지> 지금 꿈은 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에요.

    ◇ 정관용>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듯이? 전국의 청취자들한테?

    ◆ 김예지> 네. 그런 것처럼 제 이야기, 그런데 저는 만화라든지 그림이라든지 그런 표현방식을 빌어서 제 이야기들을 좀 많이 하고 싶어요

    ◇ 정관용> 작품으로 만들고..청소 일은요?

    ◆ 김예지> 청소 일은 제가 그런 질문을 되게 많이 받아요. 그림으로 생계가 해결되면 청소 일 하실 거예요? 이렇게 물어보세요. 그럼 제가 '네'라고 해요. 왜냐하면 청소 일은 제가 생계를 위해서 시작한 일이거든요. 그래서 만약 그림으로도 생계가 어느 정도 저를 책임져줄 수 있다면 요즘 뭐 직업은 항상 바뀔 수도 있고 또 제가 그걸 묶어놓고 이것만 해야 돼라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된다면 청소 일은 그만두고 그림에 더 전념하게 될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러니까 내가 하고자 하는 그 그림을 통한 생계가 될 때까지는 병행하겠다.

    ◆ 김예지> 네.

    ◇ 정관용> 어찌 보면 질문한 제가 바보네요. 당연한 얘기 아닙니까? 지금 이미 그렇게 해서 몇 년을 살고 계신 거고. 그렇죠? 그 몇 년 동안에는 사실 일러스트레이팅이나 그림을 통해서는 수입이 간헐적으로밖에 없었는데 이 책을 낸 이후로는 하나의 영역이 보이는 거 아닙니까?

    ◆ 김예지> 그렇죠.

    ◇ 정관용>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이런 책을 통해서 새로운 영역을 만드는 것도 또 새로운 개척이잖아요. 그런 분 없죠? 같이 대학 졸업하신 분들 중에.

    ◆ 김예지> 어떤?

    ◇ 정관용> 같이 대학 졸업해서 일러스트레이팅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중에 이렇게 독립 출판식으로 해서 영역을 만드는 사람도 없잖아요?

    ◆ 김예지> 그렇죠. 없죠.

    ◇ 정관용> 그러니까 양쪽 모두에서 신개척자가 되고 있는 거군요?

    ◆ 김예지> 그렇네요. (웃음)

    ◇ 정관용> 유튜브로 정혜경 님께서 새로운 사고와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계시네요. 또 유트브 제임스 조이슨 님은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멋져요. 그냥 월급받는 일보다 더 멋진 것 같네요. 이런 반응들.

    ◆ 김예지> 감사하죠.

    ◇ 정관용> 청소 일로 돈 벌고 일러스터레이터로 자아실현. 그러다 이제는 일러스트레이터, 또 만화, 그걸 통한 작품, 그것으로 자기 이야기를 전 국민에게 들려주고 싶은 '진짜 작가'가 되고자 하는 김예지 작가. 그러나 지금은 청소 노동자인 분 함께 만났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김예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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