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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로 돌아온 전도연, 요즘 그가 품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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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로 돌아온 전도연, 요즘 그가 품은 질문

    [노컷 인터뷰] '생일' 순남 역 전도연 ②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생일' 순남 역을 맡은 배우 전도연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전도연은 영화 '남과 여'(2016) 이후 약 3년의 공백기가 있었다. JTBC '전체관람가'를 통해 임필성 감독의 단편 '보금자리'를 선보이긴 했지만, 상업 장편영화로 관객을 만나는 건 꽤 오랜만이었다.

    더구나 복귀작이 한국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긴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영화였다. 세월호를 다룬 상업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에 '시기상조 아니냐?', 돈벌이에 참사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따가운 눈초리로 대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전도연은 영화가 가진 힘을 믿었다. 연기한 사람들, 만든 사람들, 또 영화를 볼 사람들을 지독하게 울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아이를 잃은 엄마 역을 맡았다는 점에서 '밀양'과 '생일'을 비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전도연은 두 작품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다르다고 봤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생일'(감독 이종언)이란 작품을 의심하기보단, 본인이 가진 이미지 때문에 영화가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면서 '이야기' 그 자체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하고 기대했다.

    ◇ 저절로 눈물 흐르는 이야기, 슬픔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엄청 울었다는 전도연. 가장 오열했을 때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생일 모임' 때였다. 본인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감정을 쏟아냈다.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아들 수호(윤찬영 분)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영상이 나오는데 그때부터 눈물이 터졌단다.

    전도연은 "그건 순남으로서도, 전도연으로서도 걷잡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아이가 어떻게 컸는지를 보는데 '이 엄마(순남) 마음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되게…"라며 말끝을 흐렸다.

    매 순간 우는 영화는 아니지만, 더 자연스럽게 순남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서 메이크업도 기본적인 것만 했다. 아주 최소한으로. 전도연은 "제가 주근깨 같은 기미가 있는데 이걸 좀 살렸다"라며 "전 힘들고 피곤하고 아프면 짙어지더라. 순남에게 이런 게 보이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순남은 극 초반까지만 해도 감정의 고저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표정을 잃은 사람에 가깝다. 쉽게 상상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난다 해도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리라. 실제 전도연은 슬픔이 닥쳐오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3일 개봉한 영화 '생일' (사진=NEW 제공)

     

    "저는 빨리 받아들여요. 물론 순남 같은 상황까진 아니지만, 다른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이 있으면 '아, 이걸 피해갈 수 있어? 없어?'를 보고,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빨리 받아들이고 빨리 아파하는 편이죠. 만약 순남 같은 상황이라면 제가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어요."

    촬영 현장 분위기메이커를 묻자 전도연은 "저였던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분위기메이커라고 해서 항상 웃음을 주는 건 아니었지만, 스스로 '슬픔을 머금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세뇌시키면서 하지는 않았다. 그럼 너무 부담스러워서"라고 부연했다.

    이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 분위기메이커까진 아니겠지만, 그런 씬을 찍는다고 해서 현장이나 저 자신을 슬픔에 빠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면서 "경구 오빠도 생각해 보면 나름 뭔가를 하려고 했다고 생각하지만 (설경구의 유머가) 저로서는 유머라는 생각이 안 들었던 것 같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 전도연이 말하는 '밀양'과 '생일'

    '밀양'은 남편과 사별한 후 밀양으로 내려간 피아노학원 강사 신애(전도연 분)와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 분)의 '사랑 후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타, '칸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대표작이기도 하다.

    전도연이 맡은 배역이 아이를 잃은 엄마라는 점에서 '밀양'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언급됐다. 비슷한 역할을 맡았는데 촬영할 때 다른 점이 있었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진짜 달랐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때는 어떻게 보면 촬영을 접을 정도의 감정이었어요. 계속 모르겠다고 했어요. 뭘 어떻게 해도 자꾸 가짜 같고 성이 안 찼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감독님이) 촬영 접고 내일 다시 하자고 하셨고요. 그땐 정말 어떻게 해서든 '아이 잃은 엄마 신애'라는 인물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온몸을 불살랐는데도 부족하다고 느꼈죠.

    순남을 연기할 땐, 물론 부족하겠지만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한발짝 더 물러서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연기하려고 했어요. 왜냐하면 그때보다 더 많은 게 느껴지잖아요. 오히려 순남의 감정을 앞서갈까 봐, 순남이 느끼는 것보다 더할까 봐 그런 부분을 많이 의심하고, 감독님하고 이야기하면서 촬영했어요."

    이종언 감독은 전도연이 이해하고 표현하는 순남을 존중했다. 전도연은 '순남이라면 이런 감정이나 톤이 나올 수 있을까요?'라고 의견을 구했고, 본인의 고민도 나눴다. 이 감독 역시 전도연의 이야기를 듣고 '이런 건 어떨까요?' 하는 식으로 캐릭터와 극을 완성해 갔다.

    왼쪽부터 배우 설경구, 이종언 감독, 김보민, 전도연 (사진=NEW 제공)

     

    "('밀양'과 '생일') 둘 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지만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밀양'은 엔딩에서 땅을 보여주잖아요. 우리가 살아야 하는 땅은 진흙바닥도 있는 이런 곳이다, 우리는 구원을 바라고 새롭고 희망적인 걸 자꾸 찾지만 사실 우리가 살아야 하는 곳은 지금 이곳이라는 메시지가 강한 영화였던 것 같아요. '생일'은 메시지가 강하다기보다는 그냥 매일매일 힘듦을 (살아있음에)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 하는, 그런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생일' 개봉하면서) '밀양'의 신애 이야기를 밖에서 되게 많이 하겠구나, 생각했어요.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르지만 아이를 잃은 엄마라는 설정이 같아서요."

    혹시 '생일'에 합류했을 때 이창동 감독이 특별히 해 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전도연은 딱히 그런 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는 되게 직접적인데 이창동 감독님은 은유적으로 하신다. 근데 은유를 알아듣기 힘들 때가 있다"며 "'어쨌든 좋은 말씀이셨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 '배우' 전도연이 품은 질문

    '개봉작'으로 관객을 만난 지는 3년이 넘었으나, 전도연은 생활하는 것만으로 하루가 바쁘게 지나가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는지도 미처 실감 못 했다고 말했다.

    공백은 무색했다. 전도연은 역시 전도연이었다. 지옥보다 못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의 상실감과 처절함을 이렇게까지 표현해내는 이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생일'에서 전도연의 연기는 발군이었다. 많은 기대를 받음에도 그는, 변함없이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과거 '영화나라 흥행공주'라는 별명에서부터 '눈물의 여왕'까지 여러 수식어를 가진 전도연도 고민은 있다. 어떤 영화가 진입장벽이 높다면, 그 이유가 자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흥행(여부)이 좋은 작품과 그렇지 못한 작품을 가리는 건 아니잖아요. 천만 영화도 있고 흥행이 잘 되는 영화도 있지만 제가 찍은 영화도 장르 다양성에서 봤을 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전 제가 선택했으면 해야 한다는 편이고요. 한때는 '천만 들면 세상이 달라보일까? 500만이라도 들면 세상이 달라보일까?'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고요. 되게 궁금해요. 그만큼 많은 관객이 내 영화를 본다면? 근데 (제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선택하는 작품이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요, 저 자체도요. 꿈은 꾸죠. 제 작품을 많이 봐 줬으면 좋겠어요. 그런 면(바람)에선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웃음) 작품이 충분히 리뷰되지 않고 극장에서 관람이 안 된다면 안타깝죠. 무엇이 그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어렵게 만들었나, 그게 혹시 나인가? 내가 너무 어렵나? 그 연기가 너무 부담스럽나?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어요."

    '생일'을 공개하면서도 비슷한 마음이 들었단다. 전도연은 "사실 대중은 전도연이 얼마나 열연했는지는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다. '어련히 알아서 잘했겠어?' 하고"라며 "전 전도연-설경구의 열연보단 ('생일'에) 영화적인, 드라마적인 기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전도연은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는 없다고 말했다. 영화 보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데, 딱 하나 못 보는 장르는 공포물이다. 겁이 너무 많아서 돈 내고 극장 가서 영화를 본 적이 없단다.

    그는 최근 공효진 주연작 '도어락'을 보러 갔다가 극장에 관객이 본인 한 명뿐이라는 걸 알고 무서워서 결국 보지 못하고 나왔다고 털어놔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예전엔 심리 스릴러 영화를 보다가 너무 놀라서 의자에서 떨어진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배우 전도연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데뷔한 지 어느덧 29년, '배우'로든 '사람'으로든 전도연 역시 변화를 느낀다. 예전에는 같이 영화 찍은 사람들과 만나 영화 얘기를 하고 술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즐거웠지만, 이제 그런 시간도 '재미있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혼자만의 시간이 더 편한 것 같다"고.

    업계의 변화 또한 느낀다. 멈춤 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여성 배우'로서 어깨가 무겁진 않을까 물으니 전도연은 "제가 무슨 책임감을…"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이내 "근래 들어서는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눈에 띄게 많지는 않지만 '예전과는 조금 다르구나' 할 정도? 느와르나, 남성 중심의 폭력적인 영화들에 관객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너무 노출이 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 폭력이) 폭력이라고 느껴지지 않고 자극적으로 안 느껴지지 않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다른 이야기로도 조금씩 눈을 돌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만 좋다면 신인이든 경력이 많든 감독을 '믿고 싶다'는 전도연은 영화가 뛰어난 한 사람의 사적인 작업이 아니라, 다 같이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저 '밀양' 전까지는 신인감독님들하고 거의 다 했어요. 시나리오가 좋으면 믿고 싶어요, 저는. 그리고 영화는 같이 만들어가는 거라는 생각이 있으니까, 시나리오가 좋으면 저는 충분히 존중하고 싶어요. 만약 조금의 의심이 있었다면 안 그랬겠죠. 물론 신인감독님은 놓치는 부분, 부족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시작은 누구나 다 그렇잖아요. 시작부터 완벽할 수 없는 거잖아요. 저는 저와 같이 시작했다는 것도 좋아요. 힘이 되면서 만들어가는 작업도 좋고요. 아마 (저도) 누구한테 의지하기 때문에 그 현장을 그렇게까지 좋아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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