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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 "여자 배우들 설 자리, 선택의 폭 좁은 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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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경 "여자 배우들 설 자리, 선택의 폭 좁은 건 사실"

    [노컷 인터뷰] '썬키스 패밀리' 유미 역 진경 ②

    영화 '썬키스 패밀리'의 유미 역을 맡은 배우 진경을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배우 진경은 연극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포털에 검색하면 영화 '오! 수정'(2000)이 데뷔작으로 나오지만, 그보다 2년 전인 1998년 연극 '어사 박문수'로 발을 들였다. 뮤지컬적인 요소가 있는 가족 마당극에 캐스팅됐던 그는, 그때만 해도 한 편의 연극을 하며 노래를 11곡을 부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경은 영화 '왕의 남자' 원작으로 잘 알려진 '이'뿐 아니라 '날 보러와요', '6월의 아트', '8인의 여인', '오레스테스', '임차인', '돌아서서 떠나라', '클로저', '커튼콜의 유령', '이제는 애처가', '그와 그녀의 목요일' 등 다수 연극에 출연했다.

    45%의 시청률을 넘긴 KBS2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은 진경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린 작품이다. 아이들에게 가르치듯이 말하는 다소 특이한 면을 지닌 국어 교사 민지영 역을 찰떡같이 소화했다.

    이후,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구가의 서', '굿닥터', '참 좋은 시절', '괜찮아, 사랑이야', '피노키오', '오 마이 비너스', '함부로 애틋하게', '캐리어를 끄는 여자', '낭만닥터 김사부', 영화 '감시자들', '베테랑', '암살', '마스터', '레슬러', '목격자' 등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해 왔다.

    최근 종영한 KBS2 '하나뿐인 내편'도 대박이 났다. 49.4%(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라는 엄청난 시청률을 낸 드라마에서, 진경은 엉뚱하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나홍주 역을 연기하며 사랑받았다.

    지적인 이미지로 전문직 캐릭터를 자주 맡아 온 그가 연달아 밝고 순수한 캐릭터로 대중을 만나게 됐다. 유쾌한 가족 코미디 '썬키스 패밀리'(감독 김지혜)에서 결혼 20년차에도 남편과 자연스럽게 입맞춤을 나누는 소녀 같은 아내 유미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진경은 유쾌한 캐릭터에 익숙해졌냐는 질문에 "대중에게 알려진 건 센 캐릭터지만 아직 조금 순수하다"며 웃었다.

    일문일답 이어서.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썬키스 패밀리'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 '썬키스 패밀리'는 오랜만에 등장한 가족 코미디다. 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는 데 거리낌없는 가족이 나온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이 영화가 야해 보이게 포장돼 있긴 한다. 보통 성(性)적인 걸 얘기하는 걸 터부시하는데 이 가족은 너무나 특이하지 않나. 2차 성징에 대해, 생리를 아직 안 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아들은 아빠와 술 마시면서 어떤 여자와 잤다 이런 것도 나눈다. 가장 비밀스러운 부분까지도 나누는 개방적인 가정인 셈이다. 하지만 저희는 성적인 것만을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니다. 또, 여자 감독의 시선이라서 (관객들이) 거부감 들게 표현되진 않았다. 이렇게 개방하고 소통하려고 하는 가족도 오해가 생긴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니 노력조차 안 하면 얼마나 (가족 간) 벽이 쌓이겠나. 굉장히 4차원적인 가족이 나오는 영화를 통해, 자기 가족을 되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소통을 해야겠다'고.

    ▶ 이번 작품에서 함께한 배우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정말 우리 캐스팅이 다 의외의 캐스팅이다. 희순 오빠(준호 역)도 저를 보고 '쟤 약간 센데 (저 캐릭터를 맡아도) 될까?' 걱정이었고, 저도 '희순 오빠가 말 없고 내성적인데 유쾌한 게 될까?' 했다. 그런데 만나고 나서 서로 편견이 깨진 거다. 보라(경주 역)도 씨스타 출신이라는데 연기하는 걸 보고 오~ 맞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범 군(철원 역) 같은 경우도 워낙 내성적이고 약간 고뇌에 찬 느낌이 많이 나서 '우리 철원이는 정말 경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애여야 하는데'란 생각에 걱정을 많이 했다. 저랑 희순 오빠랑. 근데 오~ 연기를 잘해놓고 컷하면 '예, 알겠습니다' 하더라. 그동안 연구를 많이 해 온 거다. 너무 능청맞게 잘하더라.

    황우슬혜 씨(미희 역)는 그녀만의 4차원 세계를 너무나 잘해서 미희 그 자체였다. 고은이(진해 역)는 오빠도 얘기했지만 정말 아역배우계의 김연아 정도? (웃음) 아역이랑 찍으면 (촬영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서 피곤한데, 걔는 그런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말 졸지도 않고 칭얼거리지도 않고 자다가도 딱 일어나서 하더라. 프로 정신이랄까. 동식이(임한빈 분)도 너무 천연덕스럽게 해 가지고. (웃음) 상훈 씨(양사장 분)는 말할 것도 없고 정말 한 명 한 명이 다 독특한 캐릭터, 독특한 음악, 독특한 시나리오가 아주 잘 버무러져서 저는 좀 많이 만족스러웠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목격자' 수진, '베테랑' 주연, '감시자들' 이실장,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장대표, '마스터' 김엄마 역을 맡은 배우 진경 (사진=각 제작사 제공)

     

    ▶ '하나뿐인 내편'에 이어 밝은 느낌의 캐릭터를 맡게 됐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나.

    제가 대중한테 알려진 이미지는 굉장히 세지만 코믹한 캐릭터도 했다. 4차원적인 캐릭터도 했고. 사실 제가 철부지 같은 면이 있다. (웃음) 나이에 비해서 철이 안 들어가지고 아직은 조금 순수하다. (웃음)

    ▶ '하나뿐인 내편'의 나홍주 역할도 연기하면서 재미있었을 것 같다.

    재밌게 나왔다. 미국에서 10년 있다 왔다는 설정이 있어서 제스처도 크게 하고 그런 느낌을 주려고 했다. 걔도 약간 4차원이다. (웃음) 그래서 재밌게 했는데 후반에 갑자기 감정 씬이 많아져서 그걸 오가야 했다. 굉장히 철없어 보이지만 사실 철없지 않고 속이 깊은 순수한 천사 같은 느낌? 까불 때 너무 방방 떠 버리면 밸런스가 안 맞아서 그게 어색하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던 것 같다.

    ▶ 홍주 역할을 하면서 스타일링에도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다.

    영화 '마스터'를 제외하곤 이렇게 많이 꾸민 적은 없었다. '영국 짝퉁 백작부인' 같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짝퉁 백작부인은 뭘까 하고 스타일리스트와 고민 많이 했다. 예를 들어 모자와 수트를 입고 장갑은 살짝 요상한 걸 낀다거나, 요상한 귀걸이를 한다든가 그렇게 포인트를 줬다. 홍주 캐릭터 탄생에 의상이 되게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

    ▶ 전작 드라마가 워낙 잘 되고 나서 영화가 개봉하니 기분이 남다르겠다.

    찍은 건 2년 전인데 정말 우연히도 이렇게 '하나뿐인 내편' 종영하고 '썬키스 패밀리' 개봉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돼서 어… 좀 부담이 되는 것도 있지만 관심을 더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하나뿐인 내편'이 워낙 잘 됐으니까… 시청률이 높지 않았나. 49.4%의 시청자분들이 모두 함께 극장으로 와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우 진경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 박희순 씨 인터뷰할 때 천만을 겨냥한 기획 영화가 많고 다양성이 부족한 것 같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썬키스 패밀리'가 참여 배우들에게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지 않나.

    한동안 다들 짠 것처럼 똑같은 포맷으로 남자 잔뜩 나오고 여자 하나 끼어 나온 영화가 많지 않았나. 맨 처음에 나왔을 땐 신선했지만 반복되니까 지겨워지고, 자본의 논리로 영화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못한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대세를 따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특히나 여자 배우들은 더더군다나 설 자리가 없다.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잔잔한 스토리가 있거나 퀄리티가 높아진 드라마가 많아지면서 드라마에서 해소되는 면은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좀 더 큰 얘기로 가는 것 같다. 영화만이 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영화계 변화는) 힘들지 않을까 싶고 그런 의미에서 '썬키스 패밀리'가 굉장히 의미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 올해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궁금하다.

    '낭만닥터' 시즌 2 하반기 정도에 촬영에 들어가지 않을까. 하반기나 내년 초에는 방송될 것 같다. 지금은 영화를 보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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