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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홀리는 '짝퉁 그래프'...의도적 실수?



사회 일반

    눈을 홀리는 '짝퉁 그래프'...의도적 실수?

    MBN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판도라'는 지난 25일 방송에서 최근 정치권의 핫이슈인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문제를 조명했다.

    MBN 방송 화면 캡쳐

     

    판도라는 공수처 설치와 관련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는데 찬성 82.9%, 반대 12.6%로 나온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3월 초 조사를 인용했다.

    그런데 찬반 수치를 도식화한 그래프가 좀 이상했다.

    찬성이 80%를 넘었는데 그래프만 보면 절반 정도에 불과한 걸로 표시됐다.

    반면 반대 여론은 10%가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음에도 그래프 상으로는 훨씬 높게 그려졌다.

    찬성은 지나치게 작게, 반대는 지나치게 크게 그려진 것.

    네티즌들은 "그래프만 보면 찬반 여론이 엇비슷하게 나온 것처럼 착각할 수 있겠다"며 명백한 왜곡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엑셀에 여론조사 결과 수치를 넣어서 만든 그래프를 SNS로 공유하면서 판도라측이 만든 원그래프와 비교해주는 친절한(?) 게시물도 SNS에 올라왔다.
    그래픽=네티즌 JINX

     


    이처럼 방송과 신문 등 언론 매체들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나 통계 발표 수치를 그래프로 시각화해서 전달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왜곡되는 경우는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17년 4월 채널A의 '뉴스TOP10'은 당시 대선 후보 2강 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역별 지지율을 보도했다.

    채널A 화면 캡쳐

     


    서울에서는 문재인 후보(32%)가 안철수 후보(38.4)에 6.4% 뒤졌고, 강원·제주에서는 문 후보(35.4%)가 안 후보(25.2%)에 10.2% 앞섰다.

    그런데 막대 그래프의 높이 차이는 서울에서 더 크게 벌어진 것으로 표시됐다.

    대전·세종·충청 지역의 경우 그래프만 보면 안 후보의 지지율이 문 후보의 두 배 정도 앞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치로는 12.2% 차이였다. 다른 지역도 비슷했다.

    누가 보더라도 수치를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그래프가 그려졌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그래픽이었다.

    채널A는 2012년 대선 과정에서도 그래프 왜곡 논란을 일으켰다.

    채널A 뉴스는 대선을 78일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9월과 10월 사이 지지율 변화를 보도했다. 9월 조사에서는 박 후보(45.0%)가 문 후보(45.9%)간 격차가 0.9%였고, 10월 조사에서는 박 후보(46.4%)가 문 후보(46.1%)를 0.3% 앞섰다.

    채널A 화면 캡쳐

     


    그런데 9월의 지지율 격차가 10월보다 더 컸음에도 10월의 그래프 간격이 훨씬 넓어진 것으로 그려졌다.

    두 후보 간 격차가 오차 범위 안이어서 크게 의미가 없음에도, 문 후보가 앞선 조사는 격차가 거의 없는 것처럼 표시하고, 박 후보가 역전한 조사는 간격이 크게 벌어진 것처럼 왜곡한 것.

    JTBC 썰전도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를 그래픽으로 소개했는데, 문재인 후보(53.2%)와 박원순 후보(12.8%)의 지지율 차이가 4배 이상 벌어졌음에도 막대그래프 상으로는 절반 정도인 것으로 축소됐다.

    썰전 화면 캡쳐

     


    JTBC 뉴스룸도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그래프가 특정 후보에 유리하도록 표시됐다는 항의가 여러 차례 이어지면서 손석희 앵커가 사과 방송을 하기도 했다.

    2017년 3월 31일 방송에서 차기 대선주자 5명의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문재인 후보(36.8%)와 안철수 후보(25.7%)의 지지율 차이가 11.1% 임에도 그래프 높이 차이는 그 보다 더 많이 벌어진 것처럼 그린 것.
    JTBC 화면 캡쳐

     



    4월 방송에서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그래픽을 서로 뒤바꾸는 방송 사고도 이어졌다.

    국민일보는 같은 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추세를 설명하면서 떨어진 폭을 과장했다가 네티즌들의 지적을 받았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7월(76.6%)과 8월(72.5%)의 지지율 차이는 4.1%였고, 8월과 9월(69%)의 차이는 3.5%였는데, 선그래프 상으로는 8월과 9월 사이 낙폭이 더 큰 것으로 표시했다.

    국민일보 기사 캡쳐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그래프 왜곡 논란으로 정치권이 시끌시끌했다.

    KBS는 5월 29일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를 그래픽과 함께 자세히 보도했다.

    KBS 보도화면 캡쳐

     


    경기도지사의 경우 당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36%)와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34.7%)간 격차가 1.3%로 오차범위 내 접전임에도 막대그래프만 보면 지지율 격차가 두 배 이상 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 모양이었다.

    세종시장 역시 새누리당 유한식 후보(41.3%)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준희 후보(40.6%)간 차이는 0.7%에 불과한데도 역시 두 배 이상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그래프가 그려졌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48.7%)가 앞서고 있는 서울시장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34.9%)가 13.8%나 뒤졌음에도 격차가 별로 나지 않는 것으로 표시됐다.

    이 때문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후보가 이기고 있는 지역은 격차가 크게, 뒤지고 있는 지역은 격차가 작게 보이도록 그래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KBS는 하루 지난 뒤에 지지율 격차를 제대로 반영한 그래프로 교체했다.

    언론 매체 뿐 아니라 정부가 그래프 왜곡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청와대 페이스북 캡쳐

     


    지난해 7월 31일 청와대는 페이스북에 "가계소득증가율은 나아지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분기별 전년 동기대비 가계소득 증가율 변화' 지표를 그래프로 그려 게재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2분기 '2.8%'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3분기 '2.1%'를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것으로 표시했다.

    이 때문에 "어떻게 2.1이 2.8보다 높을 수 있느냐"는 성토가 이어졌고, 청와대는 단순 실수라고 해명하면서 그래프를 교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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