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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입법-사법 견제…다시 세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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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무너진 입법-사법 견제…다시 세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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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부 수사 그 후④] 입법-사법 유착 보고 전관변호사 찾는 사람 늘어
    사법농단 공소장에 없는 '로비 준비단계' 시도들도 많아
    "국회 파견 법관 필요성 명확히 하고 탄핵 추진해야"

    "사건 의뢰가 많아서 다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법조계에서 전관(前官) 변호사의 인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호황인 적도 없다. 기존에 연고 없는 사람들의 문의도 많다"는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의 말은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를 실감케 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 청탁'이라는 이슈가 불거지면서 판사, 특히 전관 출신 변호사에 거는 기대를 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사법부에 재판 정보 유리한 판결을 청탁하고, 사법부는 이를 방어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사실이 일반 국민들에 큰 충격을 준 셈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여야 막론' 판사들에 로비스트 역할 바란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과 관련해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보면 '재판 청탁' 혐의로 기재된 전·현직 국회의원만 6명이다. 홍일표·유동수·서영교·전병헌·이군현·노철래 등은 각각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나 친인척의 형사사건 관련 유리한 판결을 청탁했다.

    2016년 당시 국민의당 소속이었던 박선숙·김수민 의원 재판과 관련해 이들 의원들에 대한 재판부의 유무죄 심증과 같은당 당직자 A씨에 대한 보석 허가 여부 등을 알려달라는 특정 국회의원의 부탁이 있었다는 게 검찰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넘지 말아야 할 가장 마지막 선까지 넘은 것이다.

    이들과 관련한 혐의는 당시 국회에 파견돼있던 김모 판사가 임 전 차장 등에게 보고한 메일이나 문자메시지, 통화기록, 진술 등 비교적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된 상황이다.

    이를테면, 서영교 의원이 서울북부지법에서 강제추행 미수죄로 재판 중인 지인의 아들 사건에 대해 선처를 부탁하자 김 판사가 그대로 메일에 써 임 전 차장에게 보낸 증거가 있다. 임 전 차장은 이 보고를 받고 다음날 당시 문용선 서울북부지법원장에게 전화했고 문 법원장은 재판부에도 사건 재검토를 지시했다. 해당 재판부는 죄명을 가볍게 바꾸지는 않았지만 실형이 아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실제 판결에 대한 지시로 이어지지 않았어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이러한 분위기는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 곳곳의 법원들까지 옥죄었다. 구체적인 청탁은 없지만 정부 내 핵심기관이나 유력 경제인·정치인과 적절한 관계를 형성하라는 암묵적인 압박이 횡행했다.

    경상도에서 근무했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13일 CBS에 "양 전 대원장 시절 법원장이나 선배(법관) 주도로 정부기관 관계자나 지역 정치세력 등과의 다대다(多對多) 저녁자리가 종종 주선됐다"며 "꽤 오래 판사생활을 해왔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판사에게도 가족과 친구, 지인이 있다. 여러 다리를 건넌 부탁이나 재판 관련 문의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해당 판사는 "부탁,·청탁은 늘 있었지만 적당히 외면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정기인사는 물론이고 지방법원의 사무분장까지 주무르는 양승태 대법원에선 그게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공소장에 미처 오르지 못한 '로비 준비작업'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대법원 정문 앞 풍경.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국회 파견 판사 없애고 법관 탄핵…무너진 신뢰 수습 될까

    입법부와 사법부의 유착으로 무너진 '삼권분립'을 회복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대법원은 당장 올해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근무할 부장판사를 파견 보내지 않기로 했다. 입법부와 사법부의 로비 창구 역할을 한 국회 파견판사 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국회 요청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법원 사법행정회의의 심의·의결에 따라 국회에 판사를 파견 보낼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 검찰이나 다른 기관들이 국회에 중진급 인사를 보내 관계를 도모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법원 입장에서도 계속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다른 정부부처보다 사법부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희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국회의원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게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는 것인데 양형 기준이 정확하지 않다보니 아무래도 법원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안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상식적으로 상호 견제 차원에서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민사회에서는 법원의 신뢰회복을 위한 첫 수순은 제대로 된 책임묻기라며 문제 법관 탄핵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 박주민·백혜련 의원과 평화당 박지원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참여연대 등이 주축이 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3월 임시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국내에서 법관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적은 없다. 1995년과 2009년 각각 유태흥 대법원장, 신영철 대법관 탄핵소추안이 올라온 적이 있지만 모두 의결까지 가지 못하고 폐기됐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회의원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의결에는 재적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법원 내부에서는 기소된 판사들은 형사처벌을 하고 그 외에는 내부 징계로 해결하면 될 일이라며 법관 탄핵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판사는 "해외에서도 법관 탄핵 요건은 매우 까다롭고 실제 사례도 많지 않다"며 "당장은 속시원한 결과를 볼 수 있겠지만 향후 법관들이 판결에서 적극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몸을 사리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일선 법관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긴 사법농단 사태를 봉합하는 방식이 꼭 무리한 '단죄'여야만 하느냐는 것이다.

    김 선임간사는 "형법 위반과 헌법 위반은 다른 부분이고 각각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한다"며 "형사처벌 요건에 미치지 못해 빠져나간 판사들에 대한 적절한 징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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