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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전두환과 사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가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 법정에 섰다. 내란목적 살인죄등으로 법정에 선 지 22년만이다.

    5.18 당시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조비오신부의 증언이 파렴치한 거짓말이라고 회고록에 썼다가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된 탓이다.

    기소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재판장소를 옮겨 달라,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심지어 독감핑계까지 대며 법정에 출석하지 않다가 구인장을 발부하겠다고 압박하자 마지못해 법정에 출석했다.

    전두환씨의 재판 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18의 주범으로 기소되자 이른 바 '골목성명'을 발표하고 수사에 응하지 않다가, 고향 합천에서 억지로 끌려나와 재판정에 섰던 전력이 있다.

    1심에서 사형을 받았지만, 최종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불과 8개월 만에 사면돼 풀려났다.

    죄 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은 탓인지, 풀려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전두환씨는 진심어린 사과는커녕 사건의 진위를 왜곡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가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11일 오후 광주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전두환 회고록은 그의 뻔뻔한 태도를 압축해 놓은 결정판이다. 온통 거짓과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

    법정에서 거짓이라고 인정한 부분만 70개에 이른다.

    조비오 신부가 증언한 헬기사격만 해도 수많은 증언과 증거가 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국방부에서 공식 인정한 사안이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라던 전 씨는 이날 공판에서도 재판장의 질문에 또박또박 답변을 이어 갔고 자신의 혐의를 여전히 부인했다.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0년 가까이 흘렀지만, 그 사건의 주범인 전두환씨가 광주피해자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사면'이라는 국민적인 관용은 어떤 기준으로 베풀어져야 하는 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전두환씨는 사면을 통해 풀려난 뒤에 불법적으로 모은 재산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갔고, 그의 부인 이순자씨는 그를 민주화의 아버지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최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의원들은 5.18을 왜곡해 처벌받은 극우인사를 끌어들여 토론회라는 것을 벌이더니, 5.18을 모욕하는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자한당의 전당대회는 극우보수세력의 구호와 욕설로 난장판을 이뤘고, 대표에 당선된 인물도 5.18 망언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치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죄 값을 제대로 치르기도 전에 섣부르게 사면한 탓이 가장 크지 않을까 여겨진다.

    5.18과 관련된 최근의 사태를 보면서 우리 근대사에 가장 비극적인 오점을 남긴 전두환같은 중범죄자를 쉽사리 용서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되새기게 한다.

    지금도 광화문 광장에서는 아직 형이 확정도 되지 않은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라는 괴이한 함성이 메아리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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