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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인공강우·실외청정기? 갈팡질팡 정부 대책



경제 일반

    미세먼지에 인공강우·실외청정기? 갈팡질팡 정부 대책

    정부 스스로 실패 인정한 인공강우, 대통령 한 마디에 재추진
    시민 반발 뻔한 차량2부제, 지자체·경제부처 협조 얻기도 어려울 듯
    해외 성공 사례 없는데 '한국형' 실외 공기청정기 개발 무리수도
    "급조한 대책 오히려 毒…장기적 안목 갖고 범정부 차원으로 추진해야"

     

    끝이 보이지 않은 미세먼지의 습격에 정부가 '긴급조치 강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실효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 조명래 장관이 7일 발표한 '고농도 미세먼지 긴급조치 강화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주요 대책 중 하나인 중국과의 인공강우 기술교류 및 공동실험만 봐도 그렇다.

    이미 지난 1월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과 합동 진행한 인공강우 실험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서 "유의미한 강수 관측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에서 진행했던 가뭄 해소 등을 목표로 한 인공강우 실험은 있었지만 미세먼지 대책으로는 지난 1월 실험이 첫 시도였고, 이마저도 실험을 주관한 정부 전문기관 스스로 실패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인공강우 선진국으로 꼽히는 중국, 인도 등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도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한 인공강우 실험은 성공한 사례가 없다.

    하지만 전날인 6일 문재인 대통령의 "인공강우 기술협력을 하기로 한중 환경장관회의에서 이미 합의했고, 인공강우에 대한 중국 쪽의 기술력이 훨씬 앞서 있다"는 재추진 지시 한마디에 정부는 다시 인공강우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조차 장기적인 학문적 연구 과제로서의 실험이라면 몰라도 당장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대책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립대 동종인 환경공학부 교수는 "물론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단 낫다.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노력하는 것 자체는 좋다"며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하나의 방편이나, 실험의 연장선상에서는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으니 해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규모로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서 한다면 바위에 계란 던지는 수준으로, 시기상조인 대책"이라며 "국민세금이 들어가는만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제대 정우식 대기환경정보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어 비행기 한 번 띄우기 어렵다보니 인공강우 후진국인 것이 사실"이라며 "실험 한 번에 수억여원 정도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아는데, 이 정도라면 연구 목적으로 해볼만한 실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교수도 "실생활에서 유의미한 적이 없고,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자칫 국민들에게 과도한 기대를 안겼다가 실망만 남기기보다는 인공강우 실험 효과가 미비할 수 있지만 정부가 무엇이든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 문제에는 유독 비협조적인 중국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국내 비난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뚜렷한 대중(對中) 미세먼지 대응책을 내놓으려다 설익은 대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정 교수는 "중국은 미세먼지 문제로 아쉬울 것이 없다"며 "협의체까지 만들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질질 끌어도 한국 정부에 대한 국내 비판만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조 장관은 국내를 대상으로 한 대책으로는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기간에 따라 최고 차량2부제 등 차량 운행 제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서울 등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질 때 행정·공공부문에서 차량2부제를 실시하고 주차장의 문을 닫고 있다.

    하지만 공직자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정현안조정점검회의에서 "정부가 정한 대책도 따르지 않는 공직자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도록 제도화했으면 한다"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더구나 민간부문에서 이동권을 제약하는 대규모 차량 운행 제한 조치는 시민들의 불만을 부를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의 탓이 큰 미세먼지 책임을 국내로만 돌린다는 비판 여론이 거센 마당에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시민의 불만을 제외하더라도 남는 문제는 차량 제한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론이다.

    지난해부터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현실적으로 정부 내 역학 관계에서 주요 부처로 분류되지 않는 환경부가 경제부처와 지자체의 보이지 않는 반대를 뚫고 차량2부제를 실현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 차량 운행 제한을 단속할 지자체와 협의는커녕 서울시를 제외하면 관련 조례조차 없어 환경부가 '표준 조례'를 만들어 권고할 계획이지만, 각 지자체가 주민의 반대를 뚫고 환경부 요구대로 조례를 제정할 지는 미지수다.

     

    급기야 아직 효과 검증도 되지 않은 야외 공기정화기 설치 사업에 기기당 1억~2억, 최대 5천억원의 예산부터 확보하겠다는 '무리수'까지 나왔다.

    이날 환경부는 추가자료에서 "외국의 도심 미세먼지 공기정화설비는 도심공기를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중국, 네덜란드 등에서 시도한 설비 모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오히려 국내 기업이 올해 안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대기 중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공기정화시설을 직접 만들도록 개발계획을 공모하겠다는 비현실적인 '역발상'을 내놓은 셈이다.

    이에 대해 동종인 교수는 "환경부가 대통령의 발언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독박을 쓰고 있다"며 "주무부처에 충분한 예산과 힘을 실어주고, 지자체 등에서도 적극 대응하도록 해 뒷수습이 아닌 사전 예방부터 정비해야 하는데, 미세먼지 사태가 닥치고 대통령이 나선 뒤에야 대책을 급조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도 "이번 대책은 한 마디로 중국에도, 국민에도 할 말을 못한 대책"이라며 "미세먼지 문제가 국가재난 수준으로 인정한만큼 다소 대내외적인 반발을 겪더라도 범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대안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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