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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만든 KBS '블랙&화이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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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만든 KBS '블랙&화이트리스트'

    KBS진실과미래위원회 '블랙·화이트리스트' 조사결과 발표
    反정권 '블랙리스트' 출연자 내보내고 親정권 '화이트리스트' 영입

    KBS 사옥 (사진=KBS 제공)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정권 하에서 KBS 프로그램 출연진 구성에 정치권력의 압력이 존재한 사실이 확인됐다.

    KBS진실과미래위원회(위원장 정필모, KBS진미위)는 지난 6일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당시 KBS 경영진이 특정 출연자를 배제하거나 끼워 넣은 사례를 담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KBS진미위는 지난달 26일 제9차 위원회를 열고 일명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조사결과보고서를 채택해 의결했다.

    ◇ 블랙리스트의 시작, 진중권·윤도현·정관용 등이 사라졌다

    KBS진미위가 발표한 사례에 따르면 특정 출연자를 배제하는 일명 '블랙리스트'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08년 9월 17일 대규모 인사 직후다.

    이병순 사장 취임 직후인 2008년 9월 22일 1라디오 '문화포커스'에 출연하던 시사평론가 진중권 교수가 갑자기 하차한 데 이어 TV와 라디오에서 가수 윤도현, 시사평론가 정관용, 유창선 등이 대거 교체됐다.

    KBS진미위에 따르면 출연진 교체뿐 아니라 당시 경영진은 공정방송 회복 투쟁에 참여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 소속 52명에 대해 징벌적 성격의 전보와 부당인사를 단행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에는 보도본부 탐사보도팀에서 신임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 보도를 해 몇몇 장관 후보자가 낙마를 하자 한 청와대 관계자가 기자들을 직접 접촉해 우려를 전달하거나 방송을 막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후 9월 17일자 인사로 탐사보도 팀원이 대거 전출돼 팀이 실질적으로 해체됐으며, 곧이어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포커스' 폐지가 추진됐다.

    KBS진미위는 "정부의 방송장악에 저항했던 내부 구성원들이 9.17 인사로 대거 교체돼 취재와 제작의 자율성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블랙리스트' 사태가 연이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진단했다.

    ◇ 블랙리스트 내보내고 정권 입맛대로 출연진 구성

    방송인 김미화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파업뉴스팀과의 인터뷰에서 방송 출연을 위해 "나는 빨갱이가 아니"라고 해명까지 해야했다고 밝혔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파업뉴스 캡처)

     

    특정인에게 출연 특혜를 주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의 시작은 2009년 11월 김인규 사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그 기준은 출연자의 정치적 성향이었다.

    김인규 사장 이후 제작진 기획회의나 제작진과 책임자 간 논의 없이 상명하달식으로 출연을 지시하는 사례가 대폭 늘었다. 제작진에 대한 압박도 증가했다.

    대표적인 예가 △정두언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 '사랑의 리퀘스트', '콘서트 7080' 등 출연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 '사랑의 리퀘스트' 출연 △김문수 경기도지사(한나라당 소속)·정진석 한나라당 의원 등 친(親) 여권 인사의 '설특집 2010 명사 스페셜' 출연 등이다.

    이밖에도 정치인 및 지인 등 다수가 KBS 방송에 출연했다. KBS진미위가 '아침마당' 화요초대석 코너의 2009년 11월부터 3년여 간의 출연자를 조사한 결과 상부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출연한 전·현직 정치인은 모두 19명으로 나타났다.

    19명을 세분화 해 살펴보면 △여당 정치인 16명 △야당 정치인 2명 △기타 1명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 등 청와대 관계자 5명 △친여권 정부 부처장 3명 △친여권 정부 기관장 2명 등으로 집계됐다. 야당 정치인의 경우 단독 출연이 아닌 여당 정치인과의 공동 출연 형태였다.

    이밖에도 프로그램의 외주 제작화를 통해 출연진 및 방송 내용을 통제하는 시도도 이어졌다.

    KBS진미위는 "경영진의 이러한 행위는 방송을 사유화하여 사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방송법 44조가 정하고 있는 방송의 공정성을 침해하고 시청자를 기만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 사례 조사를 통해 드러난 정치권력의 방송 개입

    김미화씨가 공개한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라는 제목의 KBS 내부 문서. (사진=자료사진)

     

    이후에도 '블랙리스트' 인물에 대한 노골적인 출연 배제가 이뤄졌다. 2010년 '다큐멘터리 3일' 김미화 씨 '블랙리스트' 논란, 2011년 '시사기획 창' 윤도현 내레이션 섭외 취소 사건 등이 이어졌다.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논란이 될 만한 인물들의 출연이 성사되더라도 이후 정규 편성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었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가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함께 출연한 '거리의 만찬'(2014.10.25.), 진중권 교수 등이 출연한 '표본실의 청개구리'(2016.12.11./17. 2부작), 유시민 작가 등이 출연한 '책번개'(2017.2.12./19./26. 3부작)는 모두 정규편성이 무산됐다.

    KBS진미위는 "'블랙리스트' 사건들의 경우 상당수가 청와대, 국정원 등 외부 정치권력의 압력과 개입이 있었다는 증거가 밝혀지고 있다"며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는 취재·제작의 자율성과 방송의 공정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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