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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 김보라, 혜나 연기하며 스스로 했던 약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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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Y 캐슬' 김보라, 혜나 연기하며 스스로 했던 약속은

    [노컷 인터뷰] 'SKY 캐슬' 김혜나 역 김보라 ①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김혜나 역을 맡은 배우 김보라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양촌구 목동 CBS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명문고로 꼽히는 신아고 차석 입학생. 오랫동안 병상에 있는 엄마를 살뜰히 챙기는 외동딸. 어려운 가정 형편임에도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공부'를 무기 삼아 단 한 번도 엄마 병원비를 못 낸 적 없는 생활력 강한 아이. 3월부터 주 3회 총 31회 수업 중 17회를 인터넷 강의로 때우려는 낙하산 한국사 선생에게 "선생님은 월급 왜 받으세요? 일한 대가로 받는 게 월급이잖아요?"라고 반문하는 학생. 누군가에게는 얄미워죽겠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는 사이다, 한편으로는 나도 모르게 계속 화제로 올리게 되는 설렘의 상대. 은근히 자신을 무시하는 어른의 약점을 활용해 자기 주도권을 따낼 줄 아는 전략가. 자책하는 엄마의 말을 듣고 속상해서 쏘아붙이지만 혹여 우는 소리가 들릴까 봐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놓는, 벌써 저만큼 어른이 된 것 같은 소녀.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동명의 고급 저택 스카이 캐슬이 아닌, 그곳과는 딴판인 작은 집에서 사는 고등학생 김혜나는 앞서 나열한 것처럼 여러 가지 면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동안 드라마에 숱하게 나온, 가난하더라도 마음만은 가난하지 않아 언제나 긍정적인 '캔디'와는 달랐다. 캐슬의 다른 아이와 어른이 그렇듯, 혜나 역시 뚜렷한 자기 목적이 있었고 이를 위해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그래서일까. 그 당돌함을 '멋지고 시원하게' 받아들이는 쪽이 있었는가 하면, 누군가는 '아이답지 않고 영악하다'고 혀를 찼다.

    한두 가지의 수식어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입체적이고 복잡한 10대 김혜나를, 스물넷 스물다섯의 김보라는 아무 위화감 없이 표현했다. 정말 세상 어딘가에는 저런 표정을 하고 담담하되 강력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소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배우 김보라를 만났다. 가진 건 자기의 실력과 의지밖에 없어 언제나 아등바등해야 했던, 그늘진 모습이 익숙했던 김혜나는 'SKY 캐슬' 극중 인물일 뿐이었다. 김보라는 엉뚱하고 귀여운 표정과 자세도, 환한 웃음도 모두 잘 어울렸다. 인터뷰 중에도 쑥스러운 얘기가 나오면 '흐흐흐' 하며 웃어버리는 사람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요즘 인기를 실감하나.

    네. 아무래도 제가 인터뷰를 쉬지 않고 하고 있는 것만 봤을 때도 'SKY 캐슬'이 많이 대단했구나, 라고 느끼고 있다. 성별, 연령층 상관없이 많은 분들이 '혜나'라고 부르는 걸 경험하면서 많은 게 변했구나 생각한다.

    ▶ 'SKY 캐슬' 오디션 때 혜나와 예서(김혜윤 분) 역할 두 개를 다 봤다고 들었다. 오디션 때 얘기가 궁금하다.

    1차 때도 그렇고 2차 마지막 때도 예서와 혜나의 대본을 갖고 했다. 둘 다 했는데 혜나가 된 거였다.

    김보라가 연기한 김혜나는 서울의대를 목표로 하는 강예서(김혜윤 분)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미혼모의 딸로 지옥 같은 가난과 멸시 속에서 살지만 자기의 재능과 자원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영리함을 지닌 캐릭터였다. (사진=JTBC 제공)

     

    ▶ 예서-혜나가 반대로 캐스팅되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는데, 김혜윤 씨와 이 부분에 관해 얘기해 본 적이 있나.

    그런데 저희는 서로가 본인이 맡은 인물한테 빠지고 몰입한 상태여서 그런 얘기는 따로 안 했다.

    ▶ 혜나라는 캐릭터를 본격적으로 만난 후, 혜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또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지치고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아이. 오히려 그걸 더 숨기고 강하게 나가려고 하는 아이.

    ▶ 시청자로서 보기에 혜나는 그 누구와 있어도 '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늘 승자 같은 당당함이 있었달까.

    맞다. 항상 연기할 때 차이를 뒀다. 제 또래 아이들과 연기할 땐 '나는 너희 머리 위에 있으니까 맘대로 떠들어라'라는 마인드로 연기했다. 어른들과 있을 땐, 내가 (조건 면에서는) 부족한 게 많지만 그래도 당신들과 있을 때 밀릴 게 없다는 생각? 아무래도 어른들하고는 긴장되는 순간이 당연히 오는데, 그럴 땐 손으로 반지를 만지작거린다든지 일부러 더 똑 부러지게 말하기 위해 귀 뒤로 머리를 꽂는다든지 했다. 그런 식으로 저 혼자만의 약속을 해 놓고 연기했던 것 같다.

    ▶ 혜나는 녹록지 않은 상황을 자기 힘으로 헤쳐나간다. 힘든 상황에서도 어찌 됐건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혜나의 버팀목이나 희망은 무엇이었을까.

    아무래도 엄마이지 않을까 싶다. 예서도 그렇고 우주(찬희 분)도 그렇고 쌍둥이들(서준-기준, 김동희-조병규)도 세리(박유나 분)도 이야기 들어주고 토닥거리는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있지 않나. 때론 그들(부모님)과 싸운다고 하지만, (부모의 존재가) 무언가 도움이 되거나 감정을 나누기도 하는데, 혜나 같은 경우에는 없다. 기댈 곳도 없고. 엄마가 계셨다면… 엄마가 계셨다면 더 잘 버티지 않았을까. 혜나도 아이구나 했던 장면이 엄마한테 '우리 반에 예서라는 애 짜증 나 죽겠다'고 투정 부렸을 때다. 그걸 보며 혜나도 마냥 독하고 악하지만은 않은 애구나 싶었다.

    ▶ 혜나가 임팩트 있게 표현된 장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음, 저는… 많은 장면이 있어가지고 고르기가 힘들긴 한데, 강준상(정준호 분)이 나의 친아빠임을 알게 되고 나서 눈빛이 확 바뀔 때가 있다. 그 시점이 아마 예서한테 본격적으로 접근했을 때일 거다. (웃음) 왜 이 아이가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 보여주기 위해 확실하게 행동을 했을 때가 아닐까. 하나하나 무언가를 알아내려고 (예서네 집에) 입주하려고 접근했던 것. 그 과정이 좀 제가 생각했을 때는 멋졌다고 본다. (웃음)

    배우 김보라 (사진=황진환 기자)

     

    ▶ 답변을 들어보면 혜나 캐릭터가 너무 미움받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진다. 그 점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나.

    우리 아빠가 너네 아빠다 하고 '이미 엎질러진 물, 알아서 하세요' 한 다음에 곽미향(염정아 분) 엄마가 제 방에 돌아와서 '감히 약속을 깨?'라고 한다. 저는 '그럼 죽이고 싶으면 죽여보시든가'라고 하고. 엄마(염정아 분)가 나가고 나서 제 표정이 많이 흔들린다. 그 부분을 많이 신경 썼다. 감정적으로 제가 예서를 먼저 건드린 건 맞다. 제가 생각했을 때 혜나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예서를 일부러) 약 올렸던 것 같다. 그게 마냥 미워 보일 것 같아서 많이 걱정하긴 했다. 후반부 표정에 신경 썼던 건, 아무리 독하고 영악한 아이라고 해도 (한편으론) 한없이 어리고 여린 아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본 받고 나서 그 장면 찍을 때 많이 걱정했는데 오히려 감독님은 더 약 올리라고 하시더라. 그래야 상대(예서)도 기운을 받아서 독한 말을 한다고. 이미 저는 레벨이 상승하고 있던 단계이기 때문에 정말로 무서울 게 없었다. 한서진 엄마한테도 '뭐 어떡하라고요' 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더 당돌해졌다. (예서 집에) 입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완전히 흑화가 됐고, 정말 무서운 게 없어지지 않았나 싶다.

    ▶ 감정 소모가 큰 캐릭터였는데 너무 몰입하느라 힘든 적은 없었나.

    후반부로 갈수록 당연히 혜나에게 이입이 강하게 되긴 했다. 아무래도 혜나가 죽고 나서 많이 힘들었다. 나는 그저 열심히 살고 싶었을 뿐인데, 혜나도 기대고 싶을 때가 있을 법도 한데… (다른 아이들이) 각자 엄마 아빠 이야기를 하는데 저 혼자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가끔 쓸쓸함을 느낄 때? 그래서 (혜나는) 아직까지도 아련하게 남는 아이인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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