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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스타가 10대 소녀들에게 열어준 새로운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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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북 스타가 10대 소녀들에게 열어준 새로운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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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으로 문화 읽기 ⑨] 디지털 노동의 정치경제와 '소녀'들의 시장

    2015년 이후 '여성혐오'와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문화 콘텐츠들을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읽으려는 시도들이 활발해졌다. 성균관대 문과대학 CORE 사업단이 주최하고 성균관대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주관하는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화사'도 한 예다. 영화·미술·공연·대중음악·웹툰·팟캐스트·SNS·게임 등 여러 장르에서 전개되는 페미니즘 문화비평을 두루 다루는 이 강의는 16일부터 27일까지 이어진다. 1강부터 10강까지 전 강의를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약 100년 전, 여학생들은 학교에서 '애정발표'를 했다
    ② 영화 '아가씨' 히데코-숙희 옷으로 보는 크로스드레싱
    ③ "이게 작품이냐?"… 여성이기에 폄하 당했던 예술가들
    ④ '이상한 여자'… 1970년대 미디어의 성매매 여성 낙인찍기
    ⑤ 미치거나 죽거나, 급기야 사라진 한국영화 속 여성들
    ⑥ '썩은 여자'를 자칭하는 후죠시, 그들은 누구인가
    ⑦ 한때 고흐의 작품도 '퇴폐미술'이라고 비난받았다
    ⑧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 일으킨 파장
    ⑨ 페북 스타가 10대 소녀들에게 열어준 새로운 '노동'
    <계속>

    모두가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10대 여성들에게 외모 가꾸기는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어떤 렌즈를 끼고, 어떤 머리색을 하고, 어떤 화장품을 쓰는 지는 또래집단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2000년대 초입에 우후죽순 나타났던 '얼짱'도 대개 10대 중후반이었고, 이들은 '워너비'로서 당시 10대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2020년대를 코앞에 둔 지금도 비슷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란 이름으로.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지금의 10대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TV 속 아이돌 스타가 아니라, 다양한 '일반인 스타'들에 반응한다. 특히 10대 소녀들은 이들을 롤 모델로 삼으며 새로운 미래를 그리기도 한다.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성평등 도서관에서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화사' 9강 '디지털 노동의 정치경제와 소녀들의 시장-2010년대 온라인/SNS 문화와 10대 여성 주체성' 강의가 열렸다. 여성학자인 김애라 씨는 이미 너무나 가시화되었지만, '놀이' 혹은 '자발적 참여'으로만 읽혀졌던 10대 여성들의 행위를 '노동'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봤다.

    ◇ 왜 10대 여성이 소셜미디어의 주 공략층이 됐을까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뷰티'라는 해시태그로 검색해서 나온 결과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김애라 씨는 소셜미디어가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버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보통 소셜미디어는 광고로 돈을 번다. 김애라 씨는 "바로 우리 덕분이다. 소셜미디어에 가입할 때 남기는 위치 정보, 성별 등 이용자들이 남기는 숱한 데이터 자국들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애라 씨의 설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경우, 특정 시간대에 글을 올리는 이용자는 어떤 사람과 친하고, 어떤 페이지를 구독하며, 어떤 뉴스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등을 모두 파악한다는 것이다. 결국 얼마나 많은 데이터 자국을 남기는지 여부가, 기업이 '집중할' 타깃이 되는가를 결정한다.

    이때 10대 여성들의 존재가 급부상한다. 김애라 씨는 "10대 여성들은 소셜미디어를 자주 하고 열심히 하기 때문에 데이터 자국을 많이 남기는 사람"이라며 "그들은 자신들만의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서 콘텐츠를 생산하기도 하고 이를 널리 퍼뜨리는 유통망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애라 씨는 "과거에도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을 때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입장으로서) 가장 빨리 시선을 끌었던 건 소녀들"이라며 "개인화된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은 10대 여성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도, 자신이 만드는 정체성을 가진 '개인'으로 온라인에 등장할 기회를 줬다"고 부연했다.

    또한 10대 여성들은 1990년대 본격화된 '포스트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았다는 특징도 있다. 김애라 씨는 시장 확장을 위해 여성들에게 시선을 돌렸던 나이키를 언급하며 "탄탄한 근육을 가진 여성 모델은 조깅을 열심히 하는 이미지로 나온다. 나이키는 여성들에게 스포츠를 하라고 독려함으로써 페미니즘을 '여성의 권리'로 적절히 이용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간 화장, 성형, 성을 자유주의적 방식으로 즐기는 것 등 성차별적인 현상이라고 여겼던 현상들이 이제는 (포스트 페미니즘 영향으로) 여성이 '주체'로서 등장한 결과로 이해된다"며 "그런 메시지를 중요하게 전달받는 집단이 바로 10대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 소셜미디어에서 '소녀시장'이 형성된 이유

    무언가 좋은 것을 발견했을 때 이를 더 널리 '전파'하는 데 익숙한 10대 여성들의 특징은 소셜미디어 기업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사진=김수정 기자)

     

    소셜미디어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과시'하기에 적합한 장으로 꼽힌다.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고, 고가의 자동차나 물품 등을 인증할 수 있고, 해외의 풍경을 담아냄으로써 자신의 '글로벌함'을 보여주기도 쉽다.

    김애라 씨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특성을 △좋아요·공유수·댓글로 대표되는 이용자 중심성 △진실성과 실시간성을 바탕으로 한 참여 △자기전시와 평판 중요시 △알고리즘과 필터버블의 적극 이용 등으로 정리했다. 그는 이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로 "일반인들이 가시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소셜미디어는 개인 이용자의 성별·연령·취미·페이지 구독 내역·친구 네트워크 등 각종 활동 내역을 토대로 맞춤 정보가 무한 제공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김애라 씨는 "이 정보 속에 계속 있다 보면 정보가 자꾸 국한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분리'는 마케팅하는 사람들에게는 호재다. 일단 이 분리된 정보의 섬에 접근할 수 있고 또 이 곳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해진다면 마케팅은 쉬워진다. '소녀시장'은 십대여성들의 정보의 섬을 기반으로 형성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90년대 소녀시장은 문화산업과 소비시장을 이끌었다면, 현재의 소녀시장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10대 여성들의 직접적인 참여와 개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페북 스타가 뭘 입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방식으로 다가온다. 내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기존 연예인이 아니라, 소셜미디어 속 일반인들에게는 나도 중요하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애라 씨와 만난 마케팅 브로커는 "여자들은 가장 우리나라에서 소식을 많이 전하는 매체"라며 여자가 '금'이고 '돈'이라고 밝혔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한 명에 접근하면, 그와 비슷한 특성을 지닌 다른 사람들에 접근하기 편리해지는데, 이들은 심지 이슈까지 만들어 준다는 설명이다.

    10대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쇼핑몰의 '서포터즈' 공고는 기업이 원하는 '인플루언서'로서의 모습이 어떤지를 보여준다. 블로그와 소셜미디어 사이트를 꾸준하고 활발하게 운영 중일 것, 이웃/친구와의 소통이 활발해서 본인이 작성한 리뷰를 읽어줄 기본적인 독자층을 가지고 있을 것, 패션 뷰티에 관심이 많을 것 등.

    ◇ 10대 여성들에게 열린 새로운 노동의 명과 암

    뷰티 크리에이터로서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포니와 회사원A (사진=각 인스타그램 캡처)

     

    김애라 씨는 10대 여성들이 소셜미디어에서 하는 행위들이 참여와 놀이의 속성을 지님과 동시에 '노동'이기도 하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서포터즈 활동은 직접적) 고용관계에 있는 건 아니지만, 소셜미디어 기업은 (이를 통해) 광고상품으로 팔 수 있는 데이터를 모은다"고 말했다.

    김애라 씨는 100만 팔로어를 지니고 있는 10대 여성에게 '한 장의 사진을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이는지' 물었을 때, '며칠이 걸린다'고 들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24시간 노동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딜 가든, 뭘 먹든, 모두 다 찍고 보정을 잘해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한다. 이게 노동의 산물 하나가 나오는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과거 여성들은 밥 짓고 빨래하고 누군가의 감정을 맞추는 노동을 했다면, 지금은 그 대신 끊임없이 자기를 꾸미고 얼마나 스타일리시하게 사는지 전시하고 있다"며 "매력적인 모습을 상시적으로 재현하고,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서비스 노동)하는 디지털 노동이 이 시대 여성들에게 부과된 새로운 노동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어떤 것을 올려야 반응이 오는지를 아주 잘 파악하고, 뛰어난 촬영 실력, 보장 방법을 가지고 있는 '기술자들'임에도 불구하고 10대 여성들이 주축이 된 이 행위는 '노동'으로 대우 받지 못한다. 김애라 씨는 "늘 재현되는 이성애적인 여성성이라는 이유로, 이건 숙련노동의 결과물로 평가되지 못하고 단지 놀이와 참여로만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10대 여성들은 이 '디지털 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까. 김애라 씨는 "보통 아르바이트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라면, (디지털 노동은) 셀카나 사진 찍고 보정해서 올리는, 내가 맨날 하는 것을 재택으로 하는 것이다. 거기다 돈까지 준다. 그러니 최고의 알바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페북 스타'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가 연 새로운 세계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게 김애라 씨의 진단이다. 그는 "커리어로서 받아들여지게 된 건, 무엇보다 문제 삼고 싶은 부분"이라며 "화려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여성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만 진로를 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로서 성공한 사례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의 특출 난 능력뿐 아니라 시대를 잘 타고난 점 등 여러 행운 요소가 겹쳐졌던 배경을 무시한 채 '네가 충분히 창의적이고, 블루오션을 찾아 판을 벌리면 뭐든 가능하다'는 메시지만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애라 씨는 "이런 식의 소셜마케팅 문화는 대학에 가지 않거나 전문직에 접근하기 어려운 여성들에게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라는) 새로운 꿈을 주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너무나 개인의 역량에 기대고 있고, 연령과 외모의 중요성이 매우 높은 불안정한 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성평등 도서관에서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화사' 9강 '디지털 노동의 정치경제와 소녀들의 시장-2010년대 온라인/SNS 문화와 십대여성 주체성' 강의가 열렸다. 여성학자 김애라 씨가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주최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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