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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희의 죽음' 거짓말의 향연, 무얼 감추려 하나



사건/사고

    '준희의 죽음' 거짓말의 향연, 무얼 감추려 하나

    다섯 살 아이의 죽음을 감추려는 허위 실종신고로 출발한 '고준희 양 사건'은 친부가 가담한 시신 암매장과 점차 드러나는 거짓말로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비정한 친부와 내연녀는 준희 양의 죽음을 이용해 실종 사기극을 벌인 것도 모자라 사망 추정 이틀 뒤 가족여행을 떠나거나 태연히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장난감 자랑글을 올려 공분을 사고 있다.

    준희 양을 땅에 묻은 이들은 죽음의 진실마저 묻어둔 채 오직 자신들의 안위만을 위한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친부와 내연녀, 그리고 내연녀의 어머니 등 사건에 연루된 세 명이 벌이는 거짓말의 향연은 조금씩 어그러지고 있다.

    준희 양 시신을 수색하러 투입되는 경찰 기동대원들. (사진=김민성 기자)

     

    ◇ 첫 번째 거짓말 "우리 아이가 사라졌어요"

    지난해 12월 8일 전북 전주 아중지구대를 찾은 준희 양의 친부 고모(37) 씨와 내연녀 이모(36) 씨는 "21일 전인 지난해 11월 18일 부부싸움을 한 뒤 아이가 사라졌다"고 실종신고를 했다.

    당시 고 씨가 "내 딸을 찾아내라"며 고성을 지르다 쓰러지는 등 실신 연기를 한 탓에 119구급대가 지구대로 출동하기도 했다.

    사건의 단초가 된 첫 번째 거짓말은 '죽음의 은폐'를 위한 것이었다. 사건 초기 미심쩍다고 판단한 경찰은 수색과 수사를 병행했다. 실종 수색은 고 씨가 준희 양 시신을 유기한 사실을 자백한 지난해 12월 28일까지 연인원 3천여 명이 동원돼 20일 넘게 계속돼야 했다.

    실종 신고를 한 날 고 씨와 이 씨는 둘 간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둘 사이에 남은 '숨진 준희 양' 문제를 청산하는 방법으로 거짓 실종신고를 택한 것이다. 준희 양을 제외한 모두가 무사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준희 없는 준희 생일파티', 고 씨가 이 씨 모친에게 매달 60~70만 원씩 보낸 양육비 명목의 용돈 등은 모두 '완전범죄'를 위한 포석으로 확인됐다.

    고준희 양 친부 고모(37) 씨. (사진=김민성 기자)

     

    ◇꼬리 무는 거짓말, 누구를 위한 것일까

    고 씨의 자백으로 시신을 유기한 사실이 드러난 뒤 전면에 등장한 인물은 내연녀 이 씨의 모친 김모(61) 씨다.

    고 씨는 시신을 유기한 사실을 자백하면서 "딸이 지난해 4월 26일 오후 11시께 전주시 인후동 김 씨의 집에서 토사물에 기도가 막혀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 씨와 공모해 이튿날(27일) 새벽 2시께 군산시 내초동의 야산에 시신을 묻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체유기 혐의로 고 씨와 김 씨를 구속했지만 이들은 유독 "이 씨만큼은 범행에 개입한 적 없다"며 감쌌다.

    거짓말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들은 경찰 추궁 끝에 "준희 양이 지난해 4월 26일 새벽 고 씨와 이 씨가 사는 완주군 봉동 아파트에서 숨졌다"고 실토했다.

    경찰이 지난해 12월 31일 시체유기 혐의로 이 씨도 구속하면서 딸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김 씨의 거짓말 역시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준희 양에 대한 고 씨의 부정(父情)은 없었지만 이 씨에 대한 김 씨의 모정(母情)은 있었던 셈이다.

    고준희 양 친부 내연녀 이모(36) 씨. (사진=김민성 기자)

     

    ◇ 가장 많은 거짓말, 내연녀는 정말 억울할까

    내연녀 이 씨는 경찰 수사에서 가장 많은 거짓말을 하면서 혐의 입증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고 씨와 김 씨의 시신유기 사실이 드러났을 때에도 이 씨는 "준희가 죽은 지 이틀 뒤 경남 하동으로 간 가족여행에서 준희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버텼다.

    그러나 고 씨가 조사에서 "준희가 숨지자 이 씨가 '경찰에 신고하지 마라'고 요구했다"고 털어놓는 등 자신을 향한 포위망이 좁혀오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이 씨는 2일 경찰조사에서 "준희 양이 숨진 사실을 사체 유기 전에 알고 있었다"며 "사체를 유기하기로 공모한 것도 사실이다"고 실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아직까지도 "준희 양을 때리거나 학대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 씨는 "딸이 완주 봉동 아파트 복도에서 이 씨에게 맞고 있는 모습을 봤다"며 "내가 딸을 때리면 이 씨가 그만둘 것 같아서 나도 때렸다"고 반박했다.

    수사 초기 '다같이 살자'던 이들의 다짐은 이제 '나라도 살자'로 바뀌어 가는 모양새다.

    ◇ 드러나는 거짓말, 갈수록 무거워지는 혐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혐의는 아동학대에서 시체유기로 확대됐다. 준희 양이 주검으로 돌아온 뒤부터는 폭행치사나 학대치사 혹은 그 이상으로 번져갈 조짐이다.

    고 씨는 "준희 양이 발목을 삔 뒤 대상포진이 겹쳐 앓다 숨졌지만 아동학대범으로 몰릴까 두려워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이 이웃에 대한 법최면검사를 벌인 끝에 "준희 양이 사망 전 날인 지난해 4월 25일 두 발로 걸어다녔다"는 증언을 확보하면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아직 준희 양의 시신에서 발견된 갈비뼈 골절 등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전주덕진경찰서는 고 씨와 이 씨를 상대로 준희 양의 골절원인을 비롯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준희 양의 죽음을 두고 끝없이 이어진 이들의 거짓말 서사시도 조만간 끝을 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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