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지난 13일 발생한 북한군 병사 귀순 당시 북한군 추격조가 남쪽으로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귀순자 바로 등 뒤에서 조준사격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10m 안팎의 거리에서 등을 향해 권총을 발사한 것으로, 이 병사가 이렇게 총탄 세례를 받고도 회복 중인 것 자체가 기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유엔사령부는 22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북한군 귀순 주요 장면이 담긴 JSA CCTV와 TOD(열상감시장비) 영상을 공개했다.
CCTV 영상을 보면 13일 오후 3시 11분 귀순자가 탄 지프 차량이 논밭을 가로지르는 북한 구역 도로를 달리는 장면이 제일 처음에 등장한다.
남쪽 향해 뛰는 귀순 병사에게 총격 가하는 북한군
지프차는 속도를 내며 북한 구역에 있는 '72시간 다리'와 김일성 '친필비'를 지나 MDL 쪽으로 달려온다.
북한 구역 판문각에 있던 북한 군인들들 지프 차량의 주행을 목격하고 깜짝 놀란 듯 왼쪽으로 달려간다.
배수로에 빠진 지프는 몇 차례 빠져나오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했고 귀순자는 지프에서 내려 남쪽으로 질주했다.
이때 북한군 추격조 4명이 들이닥쳐 귀순자 바로 등 뒤에서부터 총격을 하기 시작했다.
한 명은 엎드려 쏴 자세로 조준사격했고 나머지 3명은 앉거나 선 자세로 조준사격했다.
거리는 불과 10여m 조금 넘을 것으로 보였다. 이날 북한 추격조는 AK 소총과 권총 등 40여발을 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귀순 병사는 5~6발의 총탄세례를 받고도 더 내달려 판문점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0여m 떨어진 곳에 쓰러졌다.
북한 추격조 가운데 한 명은 귀순자가 사격을 받으면서도 끝내 MDL 남쪽으로 넘어가자 그를 뒤쫓아 순간적으로 MDL을 넘었다.
한 명의 북한군이 판문점 정전위회의실 건물 남측 끝까지 왔다가 실수를 깨달은 듯 바로 북측으로 넘어간다. 회의실 건물 중간 부분이 군사분계선이기 때문에 명백히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다. 불과 2~3초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유엔사가 공개한 CCTV 영상에서는 김일성 친필비 앞에 소총과 방탄모 등으로 무장한 북한군 증원병력 약 10명이 집결한 장면도 들어 있다.
우리 군 경비대대 간부 3명이 JSA 건물 벽 아래 쓰러져 있는 귀순자를 후송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흑백인 영상 왼쪽에는 흰색으로 표시된 귀순자가 있고 우리 군 JSA 경비대대장과 부사관 2명이 포복으로 다가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어 경비대대장이 중간에 멈춰 엄호하는 가운데 부사관 2명이 귀순자에게 접근해 끌어내는 영상이 이어진다.
채드 캐럴 유엔사 공보실장은 "유엔군사령부는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발생한 불확실하고 모호한 사건을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고 마무리한 JSA 경비대대 소속 한국군 대대장의 전략적인 판단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유엔사는 "군사분계선 너머로 총을 쏘고,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것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오늘 정전협정 위반사실을 북한에 통보하고 대책수립을 위해 회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