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랜드마크 시티 등 단위사업지구 사업현황(사진=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미국계 자본인 포트만 홀딩스가 지분을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면서 인천 송도에서 아파트사업을 하고 있는 송도 랜드마크시티 유한회사(SLC)가 무늬만 '외국인 투자기업' 논란에 휩싸였다.
인천시 산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2007년 8월 27일 SLC에 송도 6·8공구 228만㎡(69만평)에 대한 독점개발권을 부여해 151층짜리 인천타워를 포함한 업무·상업·주거시설 등이 어우러진 복합국제도시를 개발하는 내용의 '송도 랜드마크시티 개발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2006년 11월 포트만 홀딩스가 100%의 지분으로 설립한 SLC는 협약 체결 사흘 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증자에 참여해 협약 체결 당시는 포트만 60.1%,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각각 19.5%, SYM(국내 자본)이 0.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151층 인천타워 건립이 장기 표류했다.
이후 인천경제청은 지난 2015년 1월 6일 SLC와 토지공급 면적을 34만㎡(10만3천평)로 대폭 줄이고, 토지(아파트 건설용지) 매각가를 3.3㎡당 24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사업계획조정 합의서'를 체결했다.
SLC설립 이후 이때까지 총 12차례의 증자과정을 거치면서 SLC 지분은 포트만이 16.3%로 대폭 줄어들고,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각각 41.4%로 늘었다.
특히 포트만은 합의서가 체결된지 사흘 만에 보유 지분의 절반 이상을 현대건설에 매각했다. 포트만 지분율은 6.4%로 줄어들고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각각 51.7%와 41%를 갖게 됐다.
포트만은 이후 2회 증자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아 현재는 5.1%로 줄어들고 현대건설 50.2%, 삼성물산 44%, SYM 0.7%를 기록하고 있다. SLC의 자본금은 설립 당시인 2006년 11월 5천만원에서 현재 675억원으로 늘었다.
경제자유구역에서 개발사업시행자 지위를 얻어 수의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지분이 10%가 넘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요건을 갖추어야만 한다.
그런데 포트만이 사업계획조정 합의서가 체결되자마자 지분을 계속 줄여나가면서, SLC가 무늬만 외투기업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 국유지와 달리 공유지는 지분 철수해도 제재 규정조차 없어중앙 정부에서 관리하는 국유지에 외국인투자기업이 입주할 경우에는, 외국인 투자비율 30% 이상 조건을 5년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유지의 경우는 외국인 투자비율도 10%로 낮은데다 이같은 외국인 투자비율 유지 의무 조항이 없어 SLC처럼 계약을 맺은 뒤 일주일도 안 돼 상당수 지분을 철수하더라도 제재가 불가능하다.
다만,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계약체결시 지방자치단체가 그런 것(무늬만 외국인투자기업)을 예방할 수 있는 규정들을 둘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사업계획조정합의서를 체결할 당시 지분 철수에 대한 아무런 견제장치를 두지 않았다.
공유지인 경제자유구역에서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한해 땅을 수의계약으로 임대하거나 매각할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SLC가 포트만을 내세워 사업권을 따낸 뒤 입지 등 혜택만 받고 있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인천경제청은 SLC에 전체 사업부지 7개 블록 중 A11블록과 A13블록 등 2개 블록에 대해 각각 2015년 하반기와 지난해 하반기에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이들 블록에서는 분양이 이뤄졌다.
◇ '합의서 체결' 유정복 시장, 조동암 부시장 책임론 일어더욱이 151층짜리 인천타워 등이 포함된 복합국제도시를 개발하기로 했던 사업 내용도 아파트 건설사업으로 변질됐다.
특히 현재 송도 아파트 건설용지의 가격이 3.3㎡ 당 1200만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불과 2년 전에 300만원에 매각한 것을 두고 특혜 의혹마저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조동암 경제부시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2015년 1월 당시는 인천의 부동산 경기가 아주 안좋을 때였고, 공론화를 거쳐 (결정)한 것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사업계획조정합의서를 체결할 당시는 유정복 시장이 취임한 지 7개월 만의 일로, 현재 인천시 조동암 경제부시장이 경제청 차장(2급)으로 청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었다.
당시 6·8공구 개발사업을 총괄 지휘했던 A 송도사업본부장(3급)은 정년을 1년 앞두고 명예퇴직을 한 뒤 두 달 만인 2015년 8월에 SLC 전무로 재취업까지 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A 전무는 “2014년 8월 송도사업본부장에 부임한 뒤 SLC와는 회의를 한 차례밖에 하지 않았고, 합의문(합의서)은 이미 2013년 7월에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또 “SLC로 옮길 때 인천시 감사관실에 문의를 했으나 취업제한기관이 아니어서 문제가 없다고 해서 취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24일 인천시에 송도 6·8공구 개발과 관련해 인천시와 SLC간에 체결한 협약서(또는 합의서)와 토지감정평가서를 포함한 송도·영종·청라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과 관련한 업체들과의 협약서 일체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 국회, '무늬만 외투기업 방지' 법률 개정 움직임
현재 국회에는 무늬만 외투기업을 막기 위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2건이 상정돼 있다.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계류돼 있고,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률 개정안은 산업통상자원위에 상정돼 있다.
민경욱 의원안은 외국인 투자기업에 수의계약으로 공유재산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매각 후 5년간 외국인투자비율 10%를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 의원의 개정안은 경제자유구역 내 국·공유지를 수의계약으로 임대하거나 매각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외국인 지분비율을 ‘10%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들 법안은 병합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자원부는 실무선에서 민 의원 안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