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번스타인. (사진=CNN 영상 캡처)
1972년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보도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했던 칼 번스타인은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의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을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위험한 순간으로 내몰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번스타인의 특종보도로 닉슨은 1974년 상원 탄핵표결 직전 자진사임했다. 번스타인은 워싱턴포스트 기자를 거쳐 현재는 CNN 등에 출연하며 정치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이 지난해 대선 기간 민주주의와 자유선거의 기초를 훼손하려는 적대적 외국(러시아)과 공모했을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려고 FBI국장 해임을 포함해 자신의 모든 권한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대중이 알지 못하게 하는 은폐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절차를 방해한 것인지 아닌지,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한 것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수사를 하도록 선출된 사람들의 능력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번스타인은 특히 워터게이트 당시 닉슨 대통령이 소속됐던 공화당과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의 태도가 많은 차이를 보이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지난 주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코미 FBI국장 해임 결정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우려스럽다"면서 "워터게이트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영웅적이었다. 그들은 '대통령이 알고 있는게 무엇인지, 닉슨이 언제 알게 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고 말했다.
번스타인은 "당시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의혹을 조사했고, 닉슨의 탄핵을 지지했다. 왜냐하면 진실이 통한다는 것을 그들은 기꺼이 보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지금의 공화당은 당시의 공화당과 유사점이 거의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상당수의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트럼프를 조용히 비판하고 있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침묵하거나 오히려 트럼프를 돕고 있다"고 꼬집었다.
칼 번스타인은 "리처드 닉슨은 범죄를 저지른 대통령이다. 도널드 트럼프도 대통령직을 수행할 능력과 적합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그런 대통령이다. 그리고 해외 권력과의 공모를 은폐하려는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닉슨 시대보다 지금이 저널리스트로 일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진실(best obtainable version of the truth)'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그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