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경찰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경찰관 실명을 거론하며 "'을질'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경찰 자료가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경찰인권센터와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3일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전국 청문감사관 390여 명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했다.
이들을 상대로 교육을 끝낸 본청의 A 간부는 지방청 감찰계장 17명을 따로 모아 놓고 지시 사항 등을 전달했고, 감찰계장들은 관련 내용을 정리해 자료로 만들었다.
문제는 이 자료 중 감찰담당관 부분에 있는 '갑질 외 을질 직원도 상존, 대응 필요'라는 문구다.
'을질'이란 직급 등에서 낮은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높은 위치의 '갑'에게 과도한 권리를 요구하며 횡포를 부리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면서 관련 자료는 그간 경찰 수뇌부와 정책을 비판해온 인천청 B 경장의 실명을 적고 있다.
즉 낮은 직급의 경찰들이 상부나 상사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을 일종의 '을질'이라고 보고 통제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문제의 자료에 대해 A 감찰담당관은 "상관의 정당한 업무 지시를 갑질이라고 매도하는 경우도 잘 살펴봐야 하다는 취지로 말했을 뿐"이라면서 "'을질'이라는 표현을 썼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을질' 대응 수단으로써 표적 감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부인하면서 B 경장이 평소 동료와 갈등을 빚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인권센터 측은 그러나 인천청이 B 경장에 대해 사소한 사항을 감찰 대상으로 엮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료와 언쟁 중에 탁자를 쳐 금이 간 것에 대해 재물손괴 책임을 묻는가 하면 동료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는 것을 문제 삼는 식이다.
경찰인권센터 장신중 소장은 "A 간부의 발언은 경찰 수뇌부의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