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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와 심리로 본 박근혜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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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박근혜의 말: 언어와 심리의 창으로 들여다본 한 문제적 정치인의 초상'

    <박근혜의 말>은 이른바 ‘근혜체’를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런 어법이 나오게 된 이유를 파헤친다. 말에는 박근혜가 감추고 싶은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베이비 토크에 가까운 단어 수준의 문장이 아닌 경우 박근혜의 말은 대체로 만연체이다. 만연체를 자주 쓰는 사람은 대체로 과시적, 권위적, 보수적 성향을 보이며, 행동보다는 사고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 의사결정이 모호하거나 느린 편이다. 여기에 문장이 중문 복문으로 섞이면 주술관계는 틀어지고 말뜻을 종잡기 어려워진다. 많은 언론과 국민들을 혼란케 한 ‘근혜체’가 탄생하는 기본 배경이다.
    말은 그 사람의 언어 사회화 과정의 총체적 결과이다. 비슷한 성장 과정과 언어 사회화 과정을 거친 박근혜 삼남매는 사실 어법도 매우 비슷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달변이 아님에도 왜 말을 그렇게 길게 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다음 단계로 생각이 빨리빨리 건너가지 못하는 것이다. 일단 말은 시작했고 다음 말로 건너가야 하는데 얼른 생각이 안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생각이 날 때까지 앞말을 붙잡고 늘이는 것이 대처법이다. 연상지체에 따라붙는 달갑잖은 부산물이 ‘늘이기’이다. 근혜체에서는 항상 한 어절의 말이 두 어절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생각하고’가 아니라 ‘생각을 하고’가 되고 때로는 ‘생각을 해 갖고는’으로 더 늘어나기도 한다. (본문 179쪽)

    ‘이런, 이렇게, 어떤, 그런, 이, 그’와 같은 습관적인 관형어와 지시어를 불필요하게 끼워 넣는 것 또한 이 ‘말 늘이기’의 일환이다. 결국 언어 사회화 과정의 왜곡과 정신적 사고 장애가 박 대통령의 이상한 어법의 근간을 이룬다.

    국민들을 속 터지게 만들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말투, 이른바 ‘근혜체’의 여섯 가지 유형을 보자.

    1. 오발탄 어법
    “솔선을 수범해서”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고”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이산화가스, 산소가스…”
    2. 영매 어법
    “근본을 깨닫고 그 근본을 쥐면 저 세상 끝까지 꿰뚫을 수가 있는 것이다”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고,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3. 불통 군왕 어법
    “맨날 앉아서 립 서비스만 하고, 민생이 어렵다고 하면서 자기 할 일은 하지 않는다”
    “손 씻기라든가 몇 가지 건강 습관만 잘만 실천하면 메르스 같은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4. 피노키오 공주 어법

    “내가 누구에게 조종을 받는다는 것은 내 인격에 대한 모독이다”
    “5.16 같은 경우는 … 그것이 어떤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5. 유체이탈 어법
    “그래서 대통령 될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 제가”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
    6. 전화통 싸움닭 어법
    “한국말 못 알아들으세요?” “선배 알기를 개떡만도 못하게 생각하고”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박근혜의 비정상적 언어에는 박근혜가 감추고 싶은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존경과 미움의 양면 콤플렉스, 배신 트라우마로 인해 마음의 장막을 치고 주변인들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 성향, 오랜 칩거 기간 동안 잃어버린 사회성, 정치인으로서 준비되지 않은 짧은 지식과 빈곤한 사상 등이 박근혜의 발언 사이사이로 어쩔 수 없이 터져나온다. 이를테면 박근혜가 한사코 외부 노출을 꺼리고 축소시키려 애쓰는 최태민과의 관계 역시 그러하다.

    저자가 <박근혜 일기> 등 박근혜의 저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박근혜의 독서는 한마디로 매우 가난하다. 40여 년을 기록한 일기에서 책을 읽고 난 감상 등은 한손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TV와 인터넷 등은 지나치게 일상적이었다.

    주 시청 TV 프로그램은 드라마, 교육방송(외국어 회화), 동물 다큐멘터리, 어린이 프로그램 등으로 보인다. 동물 다큐멘터리와 어린이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하는 사실에서는 심리적 퇴행성도 느껴진다. 뉴스도 대부분 TV 시청을 통해 접한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TV 낮방송이 허용(2005년)되기 전까지 어린이 프로그램과 동물 다큐멘터리는 대개 저녁 6시 전후에 편성되고 일일드라마가 8시 대, 뉴스 9시, 미니시리즈나 대하드라마 등이 10시 대 이후 심야에 편성되었다. 여기에 외국어 회화 방송까지, 이렇게 보면 박근혜는 저녁 방송 시작해서 방송을 마치는 애국가 화면이 나올 때까지 TV를 끼고 살았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본문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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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에게 활성화란 말은 무조건 좋은 말이다. 그 앞의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행한 공개 발언(기사화되거나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것 기준) 중에서, 가장 많이 애용한 형태소가 ‘활성화’다. 그중에서도 ‘경제 활성화’란 말은 박 대통령의 언어에서 한 낱말로 묶어서 도장처럼 새겨 놓은, 일종의 단축키와도 같다. (89쪽)

    이 독대 기피 습관은 박 대통령의 열등한 사회화 과정이 초래한 여러 부작용 중 하나이다. 청소년기, 청년기의 성장 과정에서 정상적인 또래 문화를 겪지 못한 탓에, 박근혜는 화법(speech)의 기본에 속하는 논리적 토론(debate)이나 수평적 토의(discussion) 훈련 기회가 매우 부족하다. 사람과 마주하고 면전에서 논리적 화법을 구사하거나,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지 못하는 것이다. 또 전문적인 정책 내용을 가지고 장관이나 관련 담당자들과 논의할 수준이 아니다 보니 더더욱 대면 보고를 기피하고 서면 보고에 의존한다. 그리고 이는 뒤에 다룰 대인기피증과도 이어진다. (159쪽)

    이들 쿨 미디어는 박근혜의 언어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들 매체에서 쓰이는 언어는 정치적이거나 공식적 무대에 어울리는 것들이 아니다. 특히 인터넷 언어는 속어와 단편적 감정의 발산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박근혜가 즐겨본 드라마는 속성상 보편적인 서민들의 일상과 삶에 대한 통찰보다는 자극적이고 대결적인 스토리 전개가 우위를 차지한다. 차분함이나 논리정연함, 맥락과 구조의 이해라는 면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166쪽)

    박근혜의 뿌리 깊은 부성 콤플렉스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측면으로는 남성의 눈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남성을 통해 정체성을 부여받으려는 의존적 심리를 들 수 있다.
    이는 두 가지 모습으로 표출되는데, 우선 하나는 ‘올드 보이 의존증’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원로 자문 그룹 7인회(강창희, 김기춘, 김용갑, 김용환, 안병훈, 최병렬, 현경대) 멤버들은 실제로 나이가 많은 올드 보이들이자 ‘박정희 키드’들이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남자들과 일하는 것을 편안하게 여기는 아버지 세대 의존증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 당선 후 임명한 비서실장들(허태열, 김기춘, 이병기, 이원종)도 하나같이 자신보다 훨씬 연상이었다. 경호실장 역시 연상인 전직 육군 참모총장 박흥열을 발탁한 데에서 이러한 심리의 일관된 흐름이 파악된다. (209쪽)

    무대공포증의 또 다른 부작용으로는 시선 처리 문제가 있다. 위에서 박근혜의 무대공포증이 엄밀하게는 시선공포증에 가깝다고 한 것과 관련된다. 수석비서관들과의 회의나 국무회의 등을 주재할 때 박 대통령의 시선을 유심히 살펴보라. 어떤 특정 사안을 언급할 때도 해당 비서나 장관들에게 직선으로 눈길을 주지 못하고 초점의 방향이 모호하거나 몽롱하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인형들을 앞에 두고 혼자서 말하는 듯하다. 그래야만 시선 부담에서 벗어나 말의 일탈이 덜 벌어지기 때문이다.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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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희 지음 | 원더박스 | 286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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