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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시국선언 "박근혜는 즉시 하야하라"



문화 일반

    페미니스트 시국선언 "박근혜는 즉시 하야하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성'보다 '죄의 무게'에 초점 맞춰야"

    '페미니스트 시국선언' 참가자들이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인권단체 34곳과 수많은 개인이 참여한 '시국선언문'을 읽고 있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페미니스트'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이들은 현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훼손시킨 죄의 '무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광장 부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앞에서 '페미니스트 시국선언'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날 시국선언에는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인권단체 34곳과 수많은 개인이 참여했으며, 이 중 13곳이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 "당신은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 아닙니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박근혜·최순실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여성혐오를 되풀이하고 있다"며 "특히나 박 대통령을 '언니' 또는 '공주'로 표현하고 암탉으로 묘사하며 박근혜-최순실을 그들이 가진 죄의 무게가 아닌, 단지 그들이 가진 '여성성', 그것도 희화화되고 왜곡된 '여성성'으로 이 사태를 심판하는 작태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우리는 우리의 언어로 싸운다. '여성'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 쓴 채 검찰 수사를 피하고, 숨어들어가는 대통령을 규탄할 것이며, '여성'의 문제라고 말하는 이들 또한 규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여성위원회는 박 대통령이 스스로 내세운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슬로건과 전혀 맞지 않는, 여성이슈와 정책에 무심한 인물이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노동당 여성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에서 △성 격차지수 순위가 하락(2012년 108위→2016년 116위)했고 △성별 임금 격차는 OECD 국가 중 가장 컸으며 △KTX 여승무원 복직투쟁이 패소했고 △몰카와 여성혐오 범죄가 만연했으며 △보건복지부는 낙태죄 규제 강화를 시도했다는 점을 들어, "박근혜 정권 정치는 지금껏 이어졌던 기득권들의 정치, '아재정치'와 다름 없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우리는 여성을 대변하지 않았던 여성 대통령과 대통령의 성별을 핑계삼아 여성혐오를 일삼고 광장을 성폭력과 성차별로 물들이는 당신들을 모두 거부한다"며 "노동당 여성위원회는 퇴진을 요구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으며, 광장에서 여성주의가 실현되기를 꿈꾼다"고 전했다.

    불꽃페미액션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라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당신은 준비된 여성대통령이 아니"라고 일침했다. 불꽃페미액션은 "수많은 여성들이 공적영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뿌리깊은 여성혐오와 성차별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적영역에서 배제되고 좌절하고 있다. 공적 권력의 최고 자리를 차지했던 ‘여성’ 대통령은 더 잘했어야 했다. 왜냐하면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당신으로 대표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 우리는 여성들이 당신으로 대변되는 것을 거부한다. 수천만 여성들의 삶을 비정규직으로 몰아갔으며 여성의 안전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대통령은 필요없다. 우리는 여성주의 대통령을 원한다"며 "여성주의 대통령은 여성을 위한 대통령이며 여성을 위한 대통령은 우리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모든 문제가 '박근혜' 때문인지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사진=김수정 기자)

     

    여성주의 춤 동호회 스윙 시스터즈는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최순실, 정유라, 장시호 등을 비난하며 온갖 혐오와 비하의 욕설을 하고 있다. 그들의 죄가 무겁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지 그들만의 잘못일까. 입맛에 맞는 정권과 결탁하여 대한민국을 쥐고 흔든 재벌들이 더 근본적인 문제이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스윙 시스터즈는 "모든 문제가 박근혜 때문 만인지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박근혜는 거대한 시스템 속의 꼭두각시였다. 대한민국이 헌정유린 상태가 된 것은 돈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물질만능주의 때문이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혐오 때문이며 비열한 경쟁이 난무하는 승자독식주의 때문"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빼앗아 주권자의 명령을 들을 수 있도록 시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일상에서 정치를 할 수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자"고 권유했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는 "만천하에 드러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대통령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박근혜를 '순결하고 희생적인 여성'이라는 기표로 만들어 '아버지 박정희'의 유산을 계승하려했던 가부장적 젠더체계와 이에 기생하는 경제·정치·사법 권력 카르텔이 만들어낸 사건"임을 분명히 했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는 "우리는 페미니즘에 무지한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비판세력이 여성혐오라는 감정의 정치를 더 이상 동원하지 말 것도 요구한다. 우리는 집회에서의 여성비하 발언을 더 이상 보고 있지 않을 것이며, 성추행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광장에 나오는 것은 '여자답지' 않다고요?"

    이날 시국선언문 가운데는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광장에 나온 '여성들'을 별종으로 여기고 '~녀'로 소비하는 문화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었다.

    정의당 이화여대 학생위원회는 "광장에 나오는 것은 '여자답지' 않은 일이었다. 깃발은 무거우니 남성이 들어야 하는 것이고, 어린 여성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시국을 비판하고, 시위에 나와 행진하는 것은 '기특한' 일로 칭찬받았다. 모두가 주체적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외치는 광장에서 여성들은 '시위녀' 로 특정되어 대상화되며, 자신도 모르는 새 사진이 찍히고, 인격체 그 자체가 아니라 시위에 나온 별종으로 소비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입으로는 부패정권타도를 외치며 손으로는 옆에서 행진하는 여성의 신체를 추행하는 사람들, 시위에 나가서 성추행을 하고 오겠다고 낄낄대는 사람들. 그들은 박근혜와 최순실의 생물학적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줌마', '미스 박', '암탉' 등으로 부르면서도, 이명박은 '아재', '미스터 리', '숫쥐' 라고 부르지 않는다. 남성 대통령은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조롱당한 적이 없으나, 여성 대통령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까지 조롱의 대상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천 년간 이 땅에 이어져 온 여성혐오를 이기기 위해서 우리는 여성혐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더 똑똑해야 하고, 더 힘차게 싸워야 하고, 더 크게 소리쳐야 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여성의 투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동등한 위치에 놓인 동지이며 여기 있다고 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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