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의 한 축으로서 핀테크(FinTech) 시대가 열렸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앞장서서 길을 열어줘야 할 금융당국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제 4차 산업혁명 : 기업들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작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차세대 산업혁명*핀테크(FinTech) : Finance(금융)와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 및 산업의 변화P2P금융은 핀테크시대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P2P금융 (Peer to peer finance) :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인끼리 자금을 빌려주고 받는 새로운 금융형태세계적으로 핀테크업 중에서 투자자금이 가장 많이 몰리고 규모가 큰 것이 바로 P2P금융업이다.
미국의 경우 누적대출액이 30조원대, 중국의 경우에는 백조원대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여기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급성장하여 지난 9월말 현재 누적대출액이 3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금융위원회 통계 : 2,940억원)
이는 6월말(1,129억원)보다 80% 가까이, 지난해 말(235억원)보다는 무려 9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P2P대출시장이 이처럼 급속한 성장추세를 보이자 금융당국이 뒤늦게 규제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P2P대출 가이드라인 제정방안’을 발표했다.
그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한 것이다.
P2P 대출시장이 급속한 성장추세를 보임에 따라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한 P2P 대출의 규율 체계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이에대한 필요성은 그동안 계속 제기돼 왔다
P2P금융이 급성장하면서 투자자도 지난 9월말 현재 13만명을 넘어서는 등 급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P2P금융을 관리하는 법이나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았고 투자자 보호장치도 없었던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이번에 투자자의 투자금 보호를 위해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투자금을 예치, 신탁하도록 하고 투자자나 차입자에게 투자나 차입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정보공시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가이드라인에서 개인투자자에게 1천만원의 투자한도를 설정하고 P2P업체가 직접 P2P 대출에 참여하는 것까지 금지했다는 점이다.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P2P업체 대출액 가운데 1천만원 이상 투자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7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투자한도를 1천만원으로 묶게 되면 1천만원 이상 투자가 금지돼 급성장하고 있는 P2P업체의 발목을 잡게 되는 셈이다.
P2P업체의 직접 대출을 막겠다는 것도 P2P대출의 현실과 특성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규제라고 할 수 있다.
대출이 급한 사람이 투자자를 다 모을 때까지 기다려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P2P금융업계는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가이드라인에 들어간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P2P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구성한 TF에 우리 업계에서도 참여해 3개월 동안 협의를 할 때는 1천만원 투자한도 얘기는 없었는데 당국이 급하게 협의를 마무리지으면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일각에서는 외부 압력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P2P금융은 온라인을 통해 대출과 투자를 직접 연결하는 만큼 인건비 절감 등으로 대출자에게는 기존의 금융기관보다 낮은 금리를, 투자자에게는 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대출금리는 4.5%에서 15% 사이의 중금리로, 평균 8~9% 수준이다.
20%가 넘는 대부업 대출금리는 물론 저축은행, 카드론 금리보다 낮기 때문에 기존의 고금리 대출 상환을 위한 대출도 많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대출관행과 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는 만큼 기존 금융기관으로서는 크게 긴장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당국으로서는 외압은 아니더라도 P2P금융의 급성장세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 필요성을 느꼈을 수도 있지만 1천만원 투자한도 설정은 문제가 있다.
주식 투자처럼 개인이 책임지고 하는 투자에 대해서 한도를 둔다는 것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승행 P2P금융협회장은 “미국이나 영국,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나라처럼 투자한도를 낮게 설정한 나라는 없다”며 “개인투자자에 대해서는 투자위험을 명확히 고지하면서 자신의 투자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비록 투자자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제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시대를 선도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흐름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첨단 IT기술과 금융기술을 가지고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사업을 이끌어야 하는데 1차 산업혁명시대의 금융업법으로 규제하려고 하다보니 맞지 않는 것”이라고 이승행 회장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