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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보도' 파괴력 보여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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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질의 보도' 파괴력 보여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한국기자협회, '언론의 역할과 과제' 모색 토론회 개최

    18일 오후 2시 30분,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하는 '저널리즘 복원을 위한 연속 토론회 3-Reboot 저널리즘 : '최순실 게이트' 언론의 역할과 과제'가 열렸다. 서울대 이준웅 교수(가운데)가 발제하고 있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18일 오후 2시 30분,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하는 '저널리즘 복원을 위한 연속 토론회 3-Reboot 저널리즘 : '최순실 게이트' 언론의 역할과 과제'가 열렸다. 현업 언론인·학계·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나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 언론이 어떤 모습을 보여줬고, 무엇을 얻었으며 어떤 것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는지 등을 심도 있게 토론했다.

    ◇ '증거 기반 사실보도'의 중요성 확인케 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2016년 한국 언론의 마지막 기회'를 발제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웅 교수는 언론자유 현황을 매년 측정하는 프리덤하우스의 통계(2015년 현재, 80년대 권위주의 정권 하와 마찬가지 상태인 '부분적 자유' 수준에 속함)를 먼저 소개했다. 이 교수는 한국 언론 상황을 나쁘게 만들고 있는 원인으로 △언론 독립성의 심각한 훼손 △기사 품질에 대한 외면 △이용자들의 언론 불신 3가지를 들었다.

    이 교수는 언론이 독자적으로 정국을 이끌어 온 점, 한국 언론의 '정상관행'이 작동한 점 2가지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의 특수성으로 꼽았다. 제18대 대선이 있었던 2012년 이후, 고위공직자·다선 의원·재벌 기조실 등 한국 엘리트들이 침묵한 가운데 TV조선·한겨레·경향·JTBC 등이 정국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뉴스'가 될 만한 것을 결정하고 △특종이 나오면 만회하기 위해 경쟁하며 △좋은 보도를 했을 경우 명성이나 평판으로 보상이 주어지는 '정상관행'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언론 자유가 위태로워지고 뉴스 품질이 하락하고 이용자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정상관행이 작동하면, 언론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권력 비판'이 가능하다"며 "이는 훈련된 기자들이 있는 일정한 규모의 보도국을 갖춰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활약한 언론사보다 더 큰 조직이 그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결국 '무능함'과 '무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그간 선정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기사가 아니라, '철저한 증거에 기반한 사실보도'가 각광받았다는 데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정권과 싸우는 과정에서 언론에게 필요한 것은 데이터였다. 공식서류 진본, 당사자 증언, 컴퓨터 이용 기록 등 구체적인 증거를 활용해, 사실에 기반한 주장을 하는 현재 보도 흐름은 (보도의) 질적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저널리즘 기본 똑바로 세우는 것, 가장 강력한 경쟁력"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윤창현 본부장은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은 저널리즘의 기본과 보도의 원칙을 똑바로 세우는 게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명제'가 아닌 '데이터'로 증명된 대단히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경쟁이 극심해진 미디어 환경을 들며, 특히 민영방송 SBS의 보도가 어떻게 망가져왔는지 설명했다. 그는 "사회의 공적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방송의 전통적 기능과 시장에 노출돼 있어 주주의 이익을 실현해야 하는 가치가 끊임없이 충돌했다"며 "방송사로서의 경제적 생존을 위해 거꾸로 저널리즘을 옭아매고 원칙을 포기하는, 저널리즘과 회사 생존을 분리해 사고하는 경영의 룰들이 기자들을 괴롭혀 왔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어려운 국면 속에서도 누가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면서 '권력 비판과 견제'라는 본령 잊지 않았는지를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며 "저널리즘 원칙 똑바로 세우는 게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는 데에 언론인들과 각사(언론사) 내부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과거 보도에 대한 엄정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돼 현재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상태인 최순실 씨 (사진=자료사진)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정준희 박사는 "우리 사회가 공통의 화제로 삼는 정보를 자신의 기준으로 탁월하게 제시함으로써 다른 것에 의해 대체될 수 없게 했어야 하는데, 언론은 대체가능한 정보를 다뤘다. 소문, 루머로 대체될 수 있었고 그것이 현재 언론 위기를 만들어냈다. 사장, 편집장 등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언론 바깥에 놨기 때문"이라며 "언론 스스로의 눈으로 탁월한 정보를 만들기보다, 언론 자원을 이용해 다른 무언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정보 방향성을 만들어 왔기에 그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 역시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나타난 보도 경향 변화로 '더 이상 찌라시를 소스로 삼지 않는다는 것'을 들었다. 그는 "탁월한 정보가 나오고 모이고 있고, 증거에 기반한 주장들이 나온다. 그동안은 정보를 일부러 흐려 정치적 효과를 내려 했다면, 이제는 증거가 모이며 (팩트의) 힘이 세졌고 정국 주도성을 갖게 됐다. 여론을 만드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며 "자신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언론인이 아니라 정보 덕후적인 언론인이 탁월성을 발휘할 때 명성과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겨레 김보협 디지털 에디터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에서 편차가 일어나게 된 원인에 주목했다. 한겨레는 9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사회 각 분야에 영향을 끼쳐 온 최순실 씨의 이름을 공개한 이후, 1달 가까이 '외로운' 보도를 이어 왔다. 그럼에도 '결정타'였던 '최 씨의 태블릿 PC'는 JTBC로 돌아갔다.

    김 에디터는 "(JTBC에게 자료를 준) 선의의 정보 제공자를 한겨레도 만났었다. 그런데 이분은 JTBC를 선택한 것이다. 이 부분을 한겨레는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매체의 영향력과 손석희라는 브랜드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고 진단했다.

    김 에디터는 "제가 취재현장에서 만난 기자들 대부분은 기자정신으로 투철하게 무장돼 있다. 정치권력의 폭압성 아니면 왜곡된 언론시장 문제 때문에 제대로 서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번처럼) 국면 열렸을 때는 충분히 자질 발휘할 수 있게 훈련되어 있는 언론인들"이라며 "세월호 당일 대통령 행적 공개하라고 하면 개인의 사생활이니 하는 풍토와, 허울뿐인 정보공개법의 한계가 한국 언론인들이 탐사보도나 데이터 저널리즘으로 나아가게 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 "언론의 기회주의 확인하는 뚜렷한 계기로 이해해야"

    한국여성민우회 강혜란 이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보여준 언론의 활약상을 조금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이사는 "TV조선이 관련 보도(최순실 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모금을 정부가 강압적으로 주도한 것)를 한 것이 주목받고 있는데, (여소야대라는) 총선 결과가 없었다면 과연 가능한 것이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 게이트는 정권 말기에 정권이 바뀔 것을 예측하는 언론사들의 또 다른 대응의 연장이라고 보인다"며 "실력이 있어서 원래도 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 조금 어려웠을 뿐이라는 것으로 볼 게 아니라 언론의 기회주의를 확인하는 뚜렷한 계기로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자료사진)

     

    강 이사는 "SBS의 경우 다른 차원의 내용도 담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은 최순실 보도 때 (정부가 주도하는) 몇 번의 국면전환 시도에 동원되고 있음을 목도했다"며 △권력-기업-언론의 유착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왜곡시켜 왔는지에 대한 원칙적이고 적극적인 보도 △현재 지상파 방송 내부에 남은 권력 유착 세력 걸러내기 △야당의 미숙한 행보 경고 등을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심인보 기자는 "이번 국면에서 나타난 보도의 훌륭함과는 별개로, 왜 갑자기 하루아침에 이런 일이 터졌을까 생각해 봐야 한다. 우연이라는 요소도 있겠지만, 언론인이 혼자 벌인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과 최 씨를 둘러싼 지배세력, 엘리트 내부에서도 참을 수 없었기에 터져 나온 것이고 그걸 언론이 받은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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