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3일(현지시간) 스티브 배넌(62) 트럼프캠프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 고문으로 발탁했다 (사진=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강경 보수 성향의 아웃사이더 스티브 배넌을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고문으로 임명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배넌은 트럼프를 일방적으로 지지했던 극우 성향의 인터넷 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 창립자이며 선거 기간 트럼프 캠프 최고 경영자(CEO)로 활약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백악관 비서실장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대통령 특보 성격의 수석 전략가 겸 고문에 지명됐다. 이 자리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 전략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14일(현지시간) 배넌이 백악관 고위직에 임명되면서 정치 전략가와 시민단체로 부터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브레이트바트 뉴스가 인종 차별주의적 발언과 노골적인 백인 우월주의에 가득찬 극보수 운동인 '대안 우파'와 관련됐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혐오주의 감시단체인 '남부빈곤법률센터'는 "배넌은 백인 국수주의자의 선전공장이 된 브레이트바트를 뒤에서 움직인 사람"이라며 "트럼프가 대선 승리연설에서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만큼 배넌의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브레이트바트 뉴스가 지난해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흑인교회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남부연합기는 영광스러운 유산'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재차 비판했다.
민주당 인사들도 배넌 때리기에 나섰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실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테마를 가장 앞장서 팔고 다니는 사람 중 한 명을 수석 보좌관으로 임명하는 것을 보면 왜 백인 우월주의단체 큐클럭스클랜(KKK)이 트럼프를 자신들의 대변자로 보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애덤 쉬프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그의 극우, 반유대인, 여성혐오 시각은 백악관과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세스 몰튼 하원의원도 "평생 '인사이더'를 비서실장에 고용하면서 백인우월주의자를 백악관에 함께 불러들였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까지 배넌 임명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이스라엘 유력 일간 하레츠 웹사이트는 배넌의 임명을 두고 '트럼프가 유대계 미국인들의 소박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산산조각냈다"면서 "유대인들의 긴장감은 더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논란이 거세지자 초대 비서실장에 발탁된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장이 배넌 구하기에 나섰다. 프리버스는 폭스뉴스 등 방송 인터뷰를 잇따라 갖고 "이런 말(백인우월주의)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면서 "수개월 동안 함께 일했지만 단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