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관광버스 참사' 팔순 노모는 가슴에 아들을 묻었다



울산

    '관광버스 참사' 팔순 노모는 가슴에 아들을 묻었다

    관광버스 화재참사 영결식 잇따라…장례 곧 마무리, 유가족들 버스업체에 책임 물을 터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교통화재사고 피해자 합동분향소가 있는 울산 국화원.(사진=반웅규 기자)

     

    팔순 노모는 아들을 떠나보내지 못했다.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참사 사망자 성기순(61)씨의 영결식이 진행된 25일 아침 울산 국화원.

    성씨의 어머니 최사선(85)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실신해 그 시각 인근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충격도 충격이지만 상실과 슬픔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최씨의 가슴에는 아직 아들이 살아있었다.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한 가족들이 사고 소식을 전하지 않은 탓에 최씨는 발인 하루 전날 비보를 들었다.

    29살에 남편을 잃고 홀로 된 최씨에게 아들은 남편이자 집안의 기둥이었다.

    6대 독자인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당신 몸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고 밤낮 일했다.

    그 아들 하나 보고 살았다.

    아들이 결혼하고 늦게 얻은 이쁜 딸 하나를, 대학 4학년까지 보내고 가정을 잘 꾸려 나가는 것이 그렇게 대견했다.

    이같은 사정을 잘 아는 아들은 어머니가 계신 경남 창녕을 매주 찾을 만큼 효심이 깊었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가까이에서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하던 온화하고 속 깊은 아들이었다.

    그 아들이 하루아침에 떠났다.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한 지난 24일 최씨는 장례식장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실신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진 최씨지만 치료도, 음식도 거부했다.

    그 무엇도 아들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 없었던 것.

    최씨는 이제 다른 세상 사람이 된 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가족에게 대신 전했다.

    "사랑하는 내 아들, 기순아. 하늘나라에서 가족들 건강하도록 지켜주고 하나뿐인 딸도 잘 부탁한다. 너 빈자리 대신한 형제들이 우애 있게 잘 지낼 테니 꼭 지켜봐 줘"

    한편, 이날 고 성기순 씨의 발인으로 관광버스 화재사고 피해자 합동분향소가 있는 울산 국화원에는 세 유가족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남은 유가족들이 오는 26일 영결식을 모두 진행하면 일단 장례식은 마무리될 예정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장례식장에 계속 안치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장례를 치르게 됐다는 게 유가족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고버스 소유업체인 태화관광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태화관광이 버스 운전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회피하고 있다며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10시11분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언양분기점 500m 지점에서 관광버스가 방호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한화케미칼 퇴직자 1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이들은 부부 동반으로 중국 여행을 다녀온 뒤 울산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